오피니언데스크에서
[데스크에서] '바보들의 행진' 비웃는 하이닉스
조선일보
이혜운 기자
입력 2024.11.07. 00:06
https://www.chosun.com/opinion/desk/2024/11/07/DCXNBUC47RG3BJHMRYW5LP24YE/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 26회 반도체 대전 SEDEX 2024 SK하이닉스 부스의 모습. /연합뉴스
6일 SK하이닉스 주가는 전날보다 1.35% 오른 19만5800원으로 마감했다. 올 들어 38% 넘게 오르며 순항 중이다. 지난 9월 15일 모건스탠리가 ‘겨울이 곧 닥친다’는 보고서를 내고 SK하이닉스 목표 주가를 반 토막 냈던 소동이 언제였냐는 듯 잠잠해졌다. 문제의 보고서가 나온 이후에만 SK하이닉스는 20% 올랐다. 두 달 가까이 흐른 지금까지 흐름으로만 보면 모건스탠리 예측이 틀렸다는 건 명백하다.
게다가 글로벌 AI(인공지능) 반도체 업계를 쥐락펴락하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도 결과적으로 모건스탠리 보고서의 신뢰도를 떨어뜨렸다. 젠슨 황은 지난 4일 “SK하이닉스의 HBM(고대역폭메모리)이 더 많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날 SK하이닉스 주가는 6% 넘게 급등했다. 여의도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예전에도 모건스탠리에 두 번 당했는데 결국 세 번째도 비슷한 패턴에 당했다”고 했다.
첫 번째는 2017년이었다. 그해 11월 모건스탠리는 ‘고마워 메모리, 잠시 멈출 시간’이라는 보고서를 내고 삼성전자 투자 의견을 하향 조정했다. 일부 국내 증권사가 뒤를 쫓아 움직였다. 그러나 그 무렵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최대 호황을 누렸다.
두 번째는 2021년이었다. 모건스탠리는 그해 8월 ‘메모리 반도체, 겨울이 오고 있다’는 보고서를 내고, SK하이닉스 목표 주가를 반 토막 냈다. 그때도 국내 증권사들은 또다시 목표 주가를 줄줄이 하향 조정했다. 그러나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은 계속됐다. 석 달 뒤 모건스탠리는 “예상보다는 ‘덜 나쁜’ 편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반성문’을 냈다.
올가을 벌어진 풍경도 3년 전과 판박이다. 모건스탠리가 낸 ‘겨울이 곧 닥친다’는 보고서는 AI라는 단어만 들어갔을 뿐, 복붙(복사+붙이기) 수준이다. 겨울이라는 상투적 표현이 반복됐다. 그러나 이번에도 국내 증권사들은 모건스탠리를 따라 목표 주가를 내렸다가 망신살이 뻗쳤다. SK하이닉스는 올 3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했다. 결국 모건스탠리는 이번에도 ‘반성문’을 발표하고 목표 주가도 상향 조정했다. 그러자 국내 증권사들이 우르르 따라서 올리기 시작했다. 줏대 없이 부화뇌동하자 ‘바보들의 행진’ 같다는 조롱을 들었다.
모건스탠리에서 국내 증시에 대한 보고서를 내는 아태지부는 홍콩에 있다. 그들은 국내 애널리스트들보다 현장 상황을 더 잘 알기 어렵다. 물리적 거리 때문에 현장 관계자들과의 스킨십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국내 증권사들은 모건스탠리의 이런 약점을 안다. 그러면서도 휘둘리는 이유가 있다. 모건스탠리와 함께 틀리면 욕을 덜 먹지만, 반대로 했다가 틀리면 욕을 더 먹는다는 걸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움 받을 용기’를 내지 않으면 네 번째, 다섯 번째 ‘바보들의 행진’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여의도 증권가에 대한 신뢰는 추락을 거듭할 것이다.
이혜운 기자
JamesJames
2024.11.07 04:53:14
바보들에게 뼈때리는 지적입니다. 월급 받고 겨우 바보 대장 따라하는 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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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eeper999
2024.11.07 05:34:54
한국 애널리스트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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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좀도
2024.11.07 05:18:02
주식 가격과 럭비공 튀는 방향은 하늘만 아는 사실이고 인간은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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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도시
2024.11.07 06:40:29
문제는 하이닉스는 오르는데 삼성은 내린다는 것이다. 국내 증시를 움직이는 세력들이 바보다. 독특한 세력들이 있다. 그 세력이 지금의 증시를 만들었다. 그들이 아니면 벌써 5000은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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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면
2024.11.07 08:12:57
참으로 오랫만에 제대로 된 추적, 분석 기사를 낸 이 기자에게 찬사를 보냄. 기업의 지속적인 매출, 영업 이익 등의 흐름은 도외시한 채 한국 증시를 카지노화 해 투기로 한 탕 하려는 반복되는 외인들의 무언의 집단적 작태를 비난함. 영혼 없이 이런 투기적 행위를 레밍떼처럼 맹종하는 국내 증권사와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한심하고 가련할 뿐. 이런 행위들이 선진국 한국 증시를 세계 꼴찌 1, 2등으로 전락시키는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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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우다
2024.11.07 07:21:34
AI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계속되는 한 AI용 HBM을 독점 공급하고 있는 SK하이닉스의 실적은 탄탄할 거다.결국 기술이다.1990년대 삼성이 메모리 칩 시장에서 일본 업체들을 몰아낼 수 있었던 것은 차세대 고집적 메모리 칩을 일본 업체들 보다 먼저 개발,출시하여 시장을 선점을 통해 큰 판매 수익을 얻을 수 있었고 그걸 연구 개발과 설비 확장에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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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2024.11.07 06:56:28
바보들의 행진이 아니라 고수들의 개미 털기로 이해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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