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명, 여가 26-1, 손잡아요
① M-305 산행 : ‘M-305’는 정석명 씨가 매일 다니는 산책길에 붙인 이름입니다.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왕자』에 나오는 소행성 B-612에서 착안했습니다. 감악산 물맞이길이 공식 명칭인데, 물맞이길의 M, 그곳 지번의 305를 따서 M-305라고 지었습니다. 2022년 1월, 전임자가 애칭을 공모했는데, ‘동료 1’이 제안한 이름 M-305로 정하고 그렇게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그해 정합성 평가서 제목으로 붙이기도 했고요. 그때 제안했던 사람, ‘동료 1’이 접니다. 지금도 정석명 씨는 매일 아침, 샤워하고 집을 나섭니다. 가는 길에 집 근처 남상면 하나로마트에 들러 간식을 삽니다. 혼자 쇼핑하도록 기다리는 일, 배낭을 멜지 결정하는 일, 어디까지 올라갈지 여쭈는 일 모두 정석명 씨 몫으로 돌립니다. 정석명 씨 삶이니 주인 노릇 하기 바라는 마음, 온전히 자유로운 시간을 마음껏 누리게 도우려는 마음으로 지원합니다.
「2026년 개인별 지원 계획서」, 정석명, ‘여가’ 발췌
“안녕하세요? 저 왔어요. 정진호 왔어요. 잘 잤어요?”
노크하고 들어간 집에서 정석명 씨를 만납니다.
일어난 것 같은데 이부자리 온기가 아쉬운지 아직 누워 있습니다.
활력 있는 아침 라디오 DJ 목소리를 떠올렸습니다.
유치하지만 ‘정진호’, 이름 석 자에 힘주어 인사했습니다.
전담 직원이 바뀌어서 정석명 씨도 신경 쓰이는 면이 있겠지만, 저도 다르지 않습니다.
무엇이든 어떻게 해 보려면, 이런저런 계획과 구상을 품고 함께해 보려면,
정석명 씨 마음을 얻는 게 우선입니다.
기억해 주기 바라는 마음으로 아침 인사에 이름을 넣어 보았습니다.
“샤워해요.”
“좋죠. 그래요, 샤워하세요. 갈아입을 옷 챙기고 청소 좀 하고 있을게요.
서사호 아저씨가 도와주신다네요.”
외출하겠다는 뜻으로 ‘샤워’를 이해했습니다.
그래서 반가웠습니다.
시작이 좋습니다.
욕실에 들어가다 말고 돌아봅니다.
“화요일에 정진호 선생님 와요?”, “화요일에 임우석 선생님 와요?”
아! 이름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정석명 씨 말끝이 마침표인지 물음표인지 확신할 수 없지만,
상황과 분위기로 보아 묻는 말 같습니다.
매일 아침, 묻고 또 물으며, 고민하고 이해하며
정석명 씨 나름대로 받아들이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꾸준히 물으면 꾸준히 답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제가 와요. 정진호 선생님. 이제 제가 정석명 씨 따라갈 거예요.”
“산에 가요.”, “산에 조금만 가요.”
제가 온다는 말 뒤에 이렇게 말했으니 어쨌든 승낙으로 보아도 괜찮을까요?
기쁩니다.
무심한 표정 너머 욕실 문이 닫혔지만, 오늘 아침 기분이 좋습니다.
정석명 씨와 동행해 감악산 물맞이길에 다녀오면서,
가는 길 하나로마트 앞에서 기다리면서 틈틈이 가족 밴드에 소식을 나누었습니다.
‘감악산 물맞이길 가는 길에 남상 하나로마트 들렀습니다.
오늘은 부라보콘과 아몬드초코볼을 샀습니다.’
‘지난 주말, 거창에 눈이 내렸습니다.
정석명 씨가 매일 다녀오는 물맞이길도 소복이 쌓였네요.
두 번째 징검다리에서 눈과 얼음으로 건너기 어려워 돌아왔습니다.
눈 밟는 소리가 고요한 산속을 메웠습니다.’
‘“손잡아요.” 조심조심 걷다가 미끄러운지 정석명 씨가 손 내밀며 이야기했습니다.
내려오는 길, 절반쯤 손잡고 함께 걸었습니다.
다 내려와 차가 보이니 ‘쿨’하게 앞서갔습니다.’
조금씩 가까워지는 중 같습니다.
잘 웃어 주지 않고, 당신 생각을 전하는 데 주력하지만,
드문드문 건네는 말과 표현이 고맙게 느껴집니다.
이렇게 매일 같이 함께하다 보면, 여기저기 분주히 다니다 보면,
오늘 일은 별것 아닐 만큼 소소하게 느껴지겠지요?
차를 타고 감악산에서 내려오는 길,
말 없는 정석명 씨 옆에 앉아 운전하며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습니다.
2026년 1월 12일 월요일, 정진호
지원하는 입주자가 바뀌면, 나를 돕는 직원이 바뀌면, 직원과 입주자 사이 어색하고 낯설고 설레는 다양한 감정이 한동안 이어질 것 같습니다. “손잡아요.” 아주 반갑고 기뻤겠습니다. 축하합니다. 월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