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다른 세상이다 싶은 것이 있습니다. 일반 경찰과 국회의원, 우리로서는 비교가 안 됩니다. 흔히 국회의원의 갑질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경위 계급을 가진 경찰은 전혀 꿀리지 않습니다. 당신은 당신 일을 하고 나는 내 일을 합니다. 그런 식이고 태도입니다. 증인의 신변보호에 대한 요청이고 서장의 지시이니 따릅니다. 나름 철저히 보안을 유지하고 동료들과 돌아가며 증인과 함께 거하며 지냅니다. 그런데 증인의 피난처가 노출됩니다. 그리고 동료 경찰관과 증인이 총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됩니다. 경찰관은 다행히 생명을 건지지만 증인이 사망합니다. 자신의 입장을 증언해줄 중요한 증인인데, 그래서 보호를 요청하였는데 피습을 당했습니다.
특별하게 선택된 경찰로서는 난감한 입장일 것입니다. ‘차머’ 의원이 소식을 듣고 병원에 당도합니다. 상상해봅니다. 우리 같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임무수행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경찰은 당장 쫓겨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야말로 야단법석이 일어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블리트’는 상황을 조리있게 설명합니다. 당신의 이름을 들고 호텔을 방문하였습니다. 그리고 증인인 ‘로스’가 잠금장치를 풀어놓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맘대로 들어와서 총격을 가한 것입니다. 당신과 우리 외에 장소를 알고 있는 사람은 없는 줄 압니다. 누군가 장소를 누설한 것입니다. 그러면 내가 그랬다는 말이냐? 기다려봐야 합니다. 좀 기다리십시오.
불행히도 중인인 ‘로스’는 사망합니다. 그 즉시 블리트는 의사에게 부탁하여 서로 짜고 시신을 아무도 모르게 옮깁니다. 사실 로스가 확실하게 죽었는지 모르는 마피아 측에서는 다시 그 맡았던 살인자를 병원까지 침투시켜 확인사살하려 합니다. 블리트는 그들을 발견하고 뒤를 쫓습니다. 그리고 기막힌 자동차 추격전이 전개됩니다. 당시로서는 대단했으리라 짐작합니다. 그리고 샌프란시스코의 도시 풍경을 봅니다. 마치 우리나라 성남시와도 흡사하다 느껴집니다. 오르락내리락하는 도로를 두 자동차가 오르락내리락하며 달립니다. 붕붕 날지요. 촬영하며 운전자가 얼마나 가슴이 졸였을지 상상해봅니다. 그런데 주연배우가 스턴트맨 없이 직접 했답니다. 대단!
운전자와 총질하던 살인자들은 이 대단한 경찰을 당하지 못하고 달리다 주유소를 들이받고 화염에 휩싸여 사망합니다. 차머 의원 입장에서는 난감할 것입니다. 숨긴 증인을 내놔라 했더니 이미 사망했고 안치소에 두었다고 합니다. 그를 살해한 자들도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되었으니 속만 타겠지요. 블리트를 상대로 복수하려 합니다. 서장에게 항의해도 서장은 이미 블리트에게 전권을 맡겼으니 기다려보라 합니다. 모두 다 옷 벗게 만들고 싶을 것입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쉽게 되지 않습니다. 물론 그곳에도 권력에 아부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자신의 임무와 직무에 확고한 청렴한 공직자라면 아무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또 하나 생각해볼 것이 있습니다. 아마도 어디나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꼭 경찰이라는 직업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가정을 돌보는 일이 힘들어도 경찰, 특히 강력반에서 근무하는 사람은 좀 다른 점이 있습니다. 남들보다 죽은 사람을 접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아내가 남편과 동승했다가 우연히 그 살인현장을 목격합니다. 놀라지요. 그리고 깨닫습니다. 남편의 성품이 본래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이런 환경 속에서 일하는구나 싶었을 것입니다. 일반 사람들의 성품을 지니기 어렵겠구나 짐작할 수 있습니다. 집에 들어오는 시간도 불규칙하고 입이 늘 무겁고 다정한 느낌을 받기 어렵습니다. 긴장 속에서 살고 있는 느낌입니다.
당신이 사는 세계와 내가 사는 세계가 너무 다르다고 고백합니다. 과연 이 부부는 사랑을 하며 관계를 잘 유지할 수 있을까요? 경찰관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그러나 그 가운데서도 좀 특수한 분야를 담당하는 사람이라면 매우 신경을 쓰며 살아야 하리라 생각합니다. 사실 그 분야의 담당자들도 정기적으로 심리검사를 받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물론 상담도 받아야 합니다. 전쟁터에서 돌아온 많은 군인들이 오랜 시간 트라우마로 힘들어하듯이 특수분야 경찰관들도 비슷한 감정을 경험하리라 짐작합니다. 더구나 이런저런 살인의 현장을 본 경험이 쉽게 잊혀질 리 없습니다. 때로는 직접 살인도 해야 합니다. 복잡한 자신의 감정도 치료받아야 합니다.
증인 살해 현장을 다시 수습하며 소지품을 검사합니다. 그리고 이상한 점들을 추려냅니다. 결국 가짜 증인이라는 사실을 밝혀냅니다. 실제 증인이 될 마피아 단원이 돈을 주고 산 사람이고 그를 살해함으로 자신의 죽은 것으로 위장하려 한 것이지요. 그렇게 되면 소위 투명인간처럼 살 수 있습니다. 다른 곳에 도피하여 편하게 살 수 있습니다. 하나하나 밝히며 뒤를 찾아갑니다. 그리고 실제 인물이 출국하려는 상황을 알게 되어 공항으로 달립니다. 차머 의원도 상황을 알게 되고 쫓아갑니다. 실제 증인이 살아있다니 희망이 있다 싶었겠지요. 그러나 끝까지 그는 그, 나는 나입니다. 영화 ‘블리트’(Bullitt)를 보았습니다. 1968년 작입니다.
첫댓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