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여자가 된다는 생각은 한 세기 전만 해도 불가능하지 않았을까요? 그런데 금세기 들어와서는 가능해졌습니다. 소위 트렌스젠더라고 합니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현실로 되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태어난 대로 자기 성을 나타내고 살고 있습니다. 남자는 남자로 여자는 여자로 사는 것이지요. 그렇게 태어났고 그렇게 살아가는 겁니다. 그런데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라지만 자기가 가지고 태어난 성을 그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흔하지 않지만 마음과 몸이 다르게 표현되는 것이지요.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되면 소위 정체성 혼란이 생깁니다. 나는 뭐야? 남자야, 여자야? 이것도 저것도 아니면 뭔가요?
아무튼 시대가 좋아져서 자기가 원하는 성을 택하여 그렇게 바꿀 수 있다는 것에 놀랍니다. 옛날에는 꿈도 꾸지 못할 일 아니었습니까? 꼭 그렇게 되어야 할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만 일부러 그렇게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그런 상상을 해본 적은 있습니다. 나와 반대의 성을 가진 사람이 되어보는 것이지요. 어떨까요? 어쩌면 신기하고 재미있을 듯합니다. 그냥 상상이니까 말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일어나기를 희망하지는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그 반대의 성에 다시 익숙해져야 합니다. 쉬운 일이 아닙니다. 몸도 마음도 다 힘들 것이라 짐작합니다. 전혀 새로운 세상 같을 것입니다. 소위 여태 경험해보지 않은 세계입니다.
상상은 해볼 수 있지만 실제로 일어나기를 바라지는 않습니다. 그냥 익숙한 것이 편하기는 합니다. 세상 할 일도 많고 바쁜데 여태 살아온 삶을 포기하고 새롭게 습득하고 익혀야 한다는 것이 함부로 나설 일은 아니라 싶습니다. 태어난 대로 사는 것이 편합니다. 그러나 앞에서 말한 예대로 마음과 몸이 다르게 작동한다면 아마도 마음부터 매우 힘든 시간을 보내야 할 듯합니다. 그런데 오늘날 그것을 치료할 수 있는 과학적 의료적 기술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러니 한번 도전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얼만 전까지도 그런 문제에 대하여 사회적 거부감이 컸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 점에 대해서도 많이 완화되었습니다. 법적으로까지 인정을 받을 정도이니 말입니다.
그런데 이 경우는 좀 다릅니다. 정체성의 혼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길을 찾으려 택한 것입니다. 자신의 정체로는 자기가 지니고 있는 자격과 기술을 발휘하여 살 기회를 잃었습니다. 사실 매우 고급기술인데 말입니다. 덕에 이혼까지 감내해야 했고 이제는 여동생에게 빌붙어 살아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어떻게든 돌파구를 찾아야 합니다. 어떤 계기로 용기를 내어 여동생의 신분으로 위장취업을 하기로 합니다. 실제 꾸미고 나니 미모(?)에도 그다지 꿀리지 않습니다. 차림새는 그렇다 해도 언행이 신경 써지지요. 어렵지만 익숙해지면 됩니다. 그렇게 하여 결국 원하는 항공회사에 다시 입사합니다. 쫓겨났던 바로 그 회사입니다.
그럭저럭 잘 견뎌나갑니다. 그리고 그런 대로 어울려 일합니다. 가지고 있는 기술로 부기장 직을 담당합니다. 전에는 기장으로 일했지만 어쩌겠습니까? 이대로도 감지덕지하지요. 그런데 하필 예전 부기장으로 같이 운항하던 그 직원의 부기장 직을 맡게 됩니다. 어디서 많이 본듯한 인상인데 여자이니 별다르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함께 비행기 운항을 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사고가 터집니다. 비행기가 위험에 처합니다. 갑자기 비상착륙을 해야 할 상황입니다. 기장은 당황하여 어쩔 줄 모르다가 그만 머리를 부딪쳐 기절하고 천상 부기장이 조종간을 잡아야 합니다. 그 위험을 간신히 극복합니다. 기장은 의식불명으로 입원조치되고 부기장이 영웅이 됩니다.
갑자기 잘 나가는 사회적 명사가 됩니다. 항공사도 인기폭발하여 기업실적이 가파르게 오릅니다. ‘한정우’가 아니라 ‘한정미’ 조정사는 이제 기장이 됩니다. 회사 대표의 신임도 돈독하게 받습니다. 잘 나가지만 그만큼 위험요소도 증가하게 됩니다. 여장남자로 일한다는 것이 만만하지 않습니다. 더구나 어느 경우에 한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 만나야 하고 같이 일해야 하고 사람들 접해야 합니다. 정작 여동생, 진짜 ‘한지미’는 어떨까요? 자신이 엉뚱하게 만들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이 사건에 공범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발전되어가리라고는 짐작도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아직 팔팔하게 활동하는 어머니와 다섯 살 아들은 또 어떻게 대해야 하고요?
회사에서도 그간의 실적에 대비하여 파격적인 대우를 해줍니다. 그러나 함께 다정하게 지내던 동료에게 정체가 들통납니다.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상황입니다. 회사의 여성 대표는 실체를 알고도 회사를 생각하며 밀어붙이려 합니다. 그러나 한지미를 빨리 내려놓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그래서 공식석상에서 옷까지 벗어던지며 자신을 밝힙니다. 뒤집어집니다. 하지만 얼마나 홀가분합니까. 그렇게 다시 현실로 돌아옵니다. 특별한 이야기라기보다는 그냥 웃음을 자아내는 연기와 그렇고그런 이야기들로 짜여있어서 무난하게 즐길 거리입니다. 영화 ‘파일럿’(Pilot)을 보았습니다. 남들 부러워하는 직업이라 해도 어려움은 있게 마련입니다. 모두 사람 사는 이야기니까요.
첫댓글 감사합니다
여전히 덥군요. 건강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