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형 가브리엘 신부
재의 수요일
요엘 2,12-18 2코린토 5,20─6,2 마태오 6,1-6.16-18
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50이 넘은 분들 중에서 탤런트 김혜자를 모르는 분은 거의 없습니다.
저는 그분을 ‘전원일기’에서 조용한 내조로 한 가정을 이끌어가는 정숙한 아내요 엄마의 모습으로
보았습니다. ‘사랑의 뭐길래!’에서는 보수적인 남편에 순종하지만 자신의 딸은 자유롭게 살도록
도와주는 현명한 엄마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엄마의 바다’에서는 갑자기 다가온 시련과 고통을 이겨내며 가정을 지키는 강인한 엄마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언젠가 화보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의 소개를 보면서 아프리카의 굶주린 어린이를
돌보는 모습도 보았습니다.
탤런트 김혜자 선생님은 “나는 직업을 탤런트라고 쓰는 사람을 보면 너무 이상해요.
연기는 그냥 나예요”라고 말하였습니다. 탤런트를 직업이라고 하면 자존심이 상한다고 합니다.
연기는 그냥 숨 쉬는 것처럼 자기 자신이라고 합니다.
주인공이 아니면 작품을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조금도 망설임이 없이 ‘그렇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모습에서 교만함이 아니라, 자신의 일(mission)에 대한 자부심을 볼 수 있었습니다.
주어진 역할이 곧 자신이라는 열정으로 61년을 연기자로 살아왔습니다.
저도 뉴욕에서 지내면서 몇 가지 일을 하고 있습니다. 가톨릭평화신문미주지사의 일,
부르클린 한인성당의 일, 퀸즈성당의 일, 동북부 엠이 대표 사제의 일입니다.
하느님께서 제게 기회를 주셨으니,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른 일을 핑계로 지금 하는 일을 소홀히 한다면 비겁한 행동입니다.
여러 가지 일을 한다고 자랑한다면 교만한 행동입니다.
신문을 만들 때면 매의 눈으로 교정을 보고, 직원들이 마음껏 일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용기를
주면 됩니다. 성당에서 미사를 봉헌 할 때면 미리 고백성사를 주고, 강론 준비를
성실히 하면 됩니다.
동북부 엠이와 함께 할 때면 미리 일정을 잡고 계획된 일이 차질 없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도와주면 됩니다. 제게 주어진 일(mission)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기쁘게 지내면
하느님께서는 더 큰 은총을 주시고, 축복을 주심을 믿습니다.
촉매가 있으면 더 큰 에너지를 얻는 것을 봅니다.
제가 함께 하는 성당의 교우들이 신문사를 위해서 봉사하고 있습니다.
동북부 엠이에서는 행사가 있을 때 신문사에 광고를 주고 있습니다.
신문사에 필요한 기사를 보내 주기도 합니다. 군림하는 주인공이 아닌,
봉사하는 주인공이라면 언제든지 응답해야 합니다.
교회는 오늘 ‘재의 수요일’을 시작으로 사순시기를 지내게 됩니다.
은혜로운 회개의 때를 시작하면서 신앙인들은 사순시기의 주인공이 되면 좋겠습니다.
대림과 성탄 그리고 연중의 신앙생활에 머물지 않고 주님의 수난과 십자가의 고통에 동참하는
사순시기의 주인공이 되어야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사순시기를 지내는 우리에게 4가지를 말씀하십니다.
앞으로 사십일 동안 주님의 수난을 묵상하면서 4가지를 실천하면 좋겠습니다.
첫째는 ‘자선’입니다. 나의 능력과 재능을 이웃을 위해서 기꺼이 나누면 좋겠습니다.
내가 가진 재물을 기쁜 마음으로 나누면 좋겠습니다.
둘째는 ‘봉사’입니다. 손이 두 개 있는 것은 하나는 이웃을 위해서 사용하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발이 두 개 있는 것도 하나는 이웃을 위해서 사용하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셋째는 ‘기도’입니다. 묵주기도, 성체조배, 성경읽기, 십자가의 길, 피정은
사순시기를 풍요롭게 하는 보물창고입니다.
넷째는 ‘단식’입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나라를 선포하시기 전에 40일 동안 단식하셨습니다.
단순히 음식을 절제하는 것을 넘어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을 찾는 것이 진정한 단식입니다.
“하느님과 화해하십시오. 지금이 바로 매우 은혜로운 때입니다. 지금이 바로 구원의 날입니다.
갑자기 죽음을 맞지 않게 하시고, 회개할 시간을 주소서.”
서울대교구 조재형 가브리엘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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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선 바오로 신부
재의 수요일
요엘 2,12-18 2코린토 5,20─6,2 마태오 6,1-6.16-18
사순 시기를 시작하는 오늘,
미사의 말씀은 <주님께로 더 가까이 오라고 우리를 초대>하십니다.
"숨어 계신 네 아버지께"(마태오 복음 6장 6절.18절)
자선과 기도와 단식은 하느님과 우리 관계를 돈독하게 해 주는 도구들입니다.
기도는 하느님과 나누는 사랑이고, 자선은 기도의 열매를 이웃과 나누는 사랑입니다.
단식은 우리가 무례하게 탐닉하고 착취해온 피조물과의 관계를 잠시 멈춤으로써
모든 피조물에 대한 존중을 회복하는 사랑입니다.
기도와 자선과 단식은 인간의 기본 욕구와 욕망을 제어하는 수고와 희생, 인내가 따릅니다.
그래서 사랑과 절제와 거룩함의 척도가 되기도 하지요.
하지만 타인에게 그러저러한 사람으로 인정받기 위해서 하는 코스프레가 아니라
숨어 계신 아버지와 우리 자신 사이의 내밀한 사랑일 때 의미가 있습니다.
예수님은 기도와 자선과 단식에 있어서 율법이 정한 격식을 공개적으로 행하면서
자신들의 정당성을 입증하는 기존 종교 권력자들의 위선을 지적하십니다.
하느님은 죽은 문자의 엄수보다 우리의 진정한 마음을, 사랑을 원하시니까요.
제1독서에서는 요엘 예언자의 입을 통해 주님의 바람이 선포됩니다.
"이제라도, 너희는 단식하고 울고 슬퍼하면서, 마음을 다하여 나에게 돌아오너라."
(요엘 예언서 2장 12절)
주님은 사실 백성이 바치는 갖가지 재물에는 관심이 없으십니다.
세상 모든 것이 원래 당신의 것이니 무엇도 모자라고 갈급하실 리 없으시지요.
그분은 당신이 주신 것 중에서 무언가를 다시 되 바치는 인간의 마음을 보시고, 또 기다리십니다.
제2독서에서 사도 바오로는 우리를 기다리시는 그분께 마주 나가야 하는 때가
바로 "지금"이라고 강조합니다.
"지금이 바로 매우 은혜로운 때입니다. 지금이 바로 구원의 날입니다."(코린토 2서 6장 2절)
주님은 교회의 전례주년을 통해 우리가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놓으셨습니다.
세례를 받아 그리스도인이 되고 또 좋은 지향을 품고 살면서 이웃의 어려움까지 헤아려 주지만,
번번이 죄에 걸려 넘어지는 우리에게 기회를 주시는 겁니다.
"지금"은 우리 마음과 영혼을 다시 새롭게 정화해 주님 앞에 거룩히 설 수 있게 해 주는
선물입니다. 그리고 오늘 또 다시 그 "지금"이 우리 앞에 펼져졌습니다.
죄인인 우리가 뭐라고 만물의 주인이신 분께서 우리 마음을 얻고자 그토록 간절히 기다리시는지
놀랍습니다. 자기밖에 모르는 우리가 뭐라고 엇나가고 빗나가도 용서와 자비를 베푸시며
새롭게 해 주시는지 송구할 따름이지요.
작년에 이어 <팬데믹> 상황에서 두 번째로 맞는 올해의 사순 시기는
주님과 더 내밀한 관계로 들어가는 통로가 될 수 있습니다.
숨어 계신 아버지 앞에 나아가 온 마음으로 사랑을 고백하고, 그 사랑을 조용히 이웃과 나누며,
형제인 피조물 앞에서 겸손히 자신을 비우는 은총의 시간이 우리에게 허락되었으니까요.
사랑하는 벗님! 매일 매 순간 다가오는 "지금"을 충실히 채워나가면서 고요히 신앙과
사랑의 내공을 쌓는 시간되시길 축원합니다.
더 단단해지고 더 충만해진 영혼으로 십자가의 주님을 껴안는 그날까지
서로 격려하고 나아갑시다.
이 십자가의 길에 함께 동행하는 여러분 모두를 축복합니다.
작은형제회 오상선 바오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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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민 그레고리오 신부
재의 수요일
요엘 2,12-18 2코린토 5,20─6,2 마태오 6,1-6.16-18
오늘부터 우리 교회는 사순시기를 시작합니다.
사순시기는 오늘 ‘재의 수요일’부터 ‘성 목요일 주님만찬 미사’ 전까지입니다.
이 사순시기에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면서
주님의 부활축제를 준비합니다.
사순이라는 말은 40일을 의미합니다.
성경에서 40일은 매우 중요한 일을 앞두고 준비하는 기간입니다.
특별히 우리 교회는 사순시기 동안 희생과 극기의 표징으로 금육과 단식을 실천합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금주와 금연을 결심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러한 희생과 극기는 이웃 사랑의 실천을 위한 것입니다.
오늘 우리 가톨릭 신자들은 이마에 재를 바르며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십시오”, 또는
“사람아,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다시 돌아갈 것을 생각하십시오”라는 말을 듣습니다.
사순시기는 이처럼 나의 근원을 생각하고 나의 현재 처지를 돌아보는 시기입니다.
오늘과 내일부터 토요일까지 삼일 간의 복음은 우리로 하여금 사순시기를 보내는 우리의 자세와
십자가의 의미, 단식의 의미, 회개의 의미에 대하여 생각하도록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남에게 보이기 위하여 의로운 일을 하거나,
남에게 보이기 위하여 기도하거나 단식하지 마라고 말씀하십니다.
오히려 자신의 의로운 일이나 기도, 단식을 남이 보지 않는 곳에서 할 때
숨은 일도 보시는 아버지께서 갚아주신다고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말씀을 통하여 우리에게 겸손할 것을 말하시는 것입니다.
겸손을 의미하는 라틴어 humilitas와 인간다움을 의미하는 humanitas는 그 어원이
흙을 의미하는 단어 humus에서 유래 하였습니다.
인간이 자신이 흙에서 왔음을 기억하고 흙과 같이 낮아지는 것이 겸손입니다.
겸손한 사람은 스스로를 낮추기 때문에 자신의 이름을 드러내려고 하지 않습니다.
옛날 어떤 곳에 성자(聖子) 한 분이 살았습니다.
그의 생활은 참으로 경건했습니다. 그래서 하늘의 천사들까지 이 성자의 삶에 매우 감동을
받았습니다. 천사들은 땅으로 내려와 겸손한 그 성자에게 은혜를 더 주려고 이런 말했습니다.
'앞으로 그대가 기도하기만 하면 무슨 병이든지 다 낫고 죽은 자라도 살릴 수 있는 능력을
드리려고 합니다...'
그러자 성자는 천사의 제안을 듣더니
“감사합니다만 저는 그 은혜를 받을 수 없습니다”,
“왜 그렇습니까?”
“인간의 병을 고치고 죽은 자를 살리는 일은 하느님이 친히 하셔야지...
감히 인간인 제가 할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그 은혜를 사양합니다.”
라고 그 성자는 말했습니다.
천사들은 다시 말하길
“그럼 그대가 말만하면 어떤 죄인이라도 회개하여 새 사람이 되게 하는 힘을 드리려고 하는데
어떻습니까?”
그러자 성자는 같은 대답으로 “저는 그 은혜도 받을 수 없습니다.”,
“왜 그러십니까?”
“그것은 성령님께서 하셔야 할 일이지 어찌 제가 그 일을 하겠습니까?”
천사들이 그 성자에게 또 물었습니다.
“그렇다면 그대는 도대체 무슨 은혜를 원하십니까?” 성자는 대답했습니다.
"예, 한 가지 바라는 은혜가 있습니다.
내가 이 세상에 사는 동안 죄를 짓지 않고 선을 행하되 그 선을 행하는 것을
내가 알지 못하고 행할 수 있는 은혜를 주시기 바랍니다.”
천사들은 성자에게 무엇을 줄 것인가를 의논한 끝에 결정했습니다.
그 성자의 그림자가 비칠 때 그 그림자 안에 들어오는 모든 병든 자들이 고침을 받고...
그리고 모든 죄인들이 새 사람이 되게 하는 은혜를 주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이 예화에 나오는 성자처럼 겸손을 갖추게 되면 학자가 되어도 지혜를 자랑하지 않고
용사가 되어도 힘을 자랑하지 않습니다. 또한 부자가 되어도 돈을 자랑하지 않습니다.
겸손한 사람의 자랑은 오직 주님뿐입니다.
애청자 여러분! 우리가 하는 의로운 일과 단식과 기도를 누가 보상해주면 좋겠습니까?
사람이 보상해 주는 것이 더 좋습니까? 하느님께서 보상해 주시는 것이 더 좋습니까?
나의 의로운 일과 단식과 기도를 사람에게 보상 받으려면 사람들 앞에 드러내면 됩니다.
그러나 하느님께 보상 받으려면 드러내지 않고 해야 합니다.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하느님 아버지께서 여러분에게 갚아 주실 것입니다.
부산교구 박종민 그레고리오 신부
- 오요안 신부의 가톨릭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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