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준영] 『내일 일을 생각하는 것은 그나마 자금여유가 있는 일부 대기업들의 얘기일 뿐이지요.』 연간 매출액 1천억원 규모의 상장사인 중견 섬유업체 A사의 자금부 차장 P씨는 『도대체 내일이 보이질 않는다』며 최근 자금조달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한보사태 이후 환율급등 고금리 저주가 등 금융시장의 3박자가 모두 엉망이 된 상황에서 또다시 터진 삼미그룹의 부도는 자금시장을 꽁꽁 얼어붙게 만들어 회사에 출근하기가 겁난다는 하소연이다.
아침 8시에 출근하자마자 그가 가장 먼저하는 일은 전날 통장상의 거래현황과 잔고를 확인하는 일. 회사 지출과 수입이 얼마나 됐고 당좌대출과 어음할인 한도 여유분은 얼마나 남았는지를 알아본다. 그 다음 당일 지출할 금액과 당좌예금 등 가용자금의 규모를 파악, 과부족액을 산출한다. 경기가 괜찮았을 때는 내부 현금흐름이 좋아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지만 지난해 회사가 적자를 내면서 돈은 언제나 부족한 상태. 이때부터 피말리는 작업이 시작된다. 연줄 학연 안면 등 있는 수단을 총동원해 은행 팩토링 종금사에 자금변통 여부를 파악한다.
그리고는 회사간판을 팔아 돈을 빌리는 영업사원으로 돌변, 사방팔방을 뛰어다니며 자금을 모아 겨우 교환에 돌아오는 어음을 막는다. P차장은 『시시각각 다가오는 은행 마감시간이 마치 죽음의 사신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고 표현한다. 「오늘도 무사히」를 되뇌이며 하루일과를 마감했다고 해서 그는 쉽게 귀가할 수 없다. 자금융통의 성패를 좌우하는 금융기관 임직원들에 대한 인간관계 유지가 퇴근이후의 발목을 잡아 놓고 있기때문이다. 자정 넘어 파김치가 돼 집으로 돌아오는 것을 이제 집사람도 당연히 여긴다.
한보부도로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렸다지만 기업입장에서 한낱 「그림의 떡」이 된 이유에 대해 그는 금융기관들의 복지부동을 들었다. 그는 『담보가 있어도 여러 이유를 들어 대출요청을 묵살하거나 아예 본사에 대출신청 절차조차도 밟지 않고 있는게 요즘 금융기관 직원들의 관행』이라며 언성을 높였다. 그는 한보사태 이후 은행들의 본부승인 절차가 더욱 까다로워졌고 삼미부도 이후에는 아예 은행문은 닫혔다고 봐야한다며 언성을 높였다.
행여 대출로 인해 손실이 나면 담당했던 은행지점장들이 퇴직금도 못받고 대기발령되는 게 요즘 분위기란 설명이다. P차장은 『자금을 끌어 쓰기 위해 주로 어음을 할인하지만 이마저 여의치 않고 20일간 긴급히 융통해 쓸 수 있는 일시대는 아예 엄두도 못낸다』고 말한다. 담보 뿐만 아니라 어음할인한도에 여유도 있고 우량기업이 발행한 어음이라는 삼박자가 맞아야 그나마 가까스로 어음할인도 가능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래서 P차장은 최근 어음부도율이 지난 82년 장영자 사건이후 15년만에 최고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사실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자기회사처럼 아직 벗어날 수 있지만 금융비용 부담 증가라는 반대급부는 불가피하다. 은행이 할인을 거부한 진성어음은 팩토링사, 종금사에 이어 급기야 사채시장으로 전전하면서 금리부담이 급격히 높아지기 때문이다.
은행이 적용하는 할인금리가 연리 11.5%, 제2금융권은 16%, 사채업자는 제도금융권 할인금리에 추가로 2% 이상의 금리를 얹어줘야 한다는게 그가 전하는 최근의 자금시장 동향이다. 결국 은행권의 어음할인 기피로 인해 기업은 연리 7%정도의 비용부담이 추가로 발생하고 그나마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최근 환율상승으로 시중자금이 환투기로 몰리면서 기업들이 몸소 느끼는 자금사정은 더욱 차갑게 느껴질 뿐이다. 여기에다 직접금융시장인 주식시장을 통한 자금조달도 주가폭락으로 쉽지 않다는 점도 기업들의 자금압박을 가중시키고 있다.
요즘의 자금 사정을 고립무원의 지경으로 표현하는 P차장은 그래서 2년전 경기호황으로 빛이 다소 바랜 자금통들의「히포크라테스 선언」이라 할 수 있는 소위「3불문율」을 다시 떠올리고 있다. 금리 기간 금액을 묻지말고 무조건 자금을 빌려야 한다는 얘기다.『자금시장의 「춘래불사춘(봄은 왔지만 봄같지 않다)」현상이언제나 풀릴까요』
P.S. 차장은 금융기관 직원과 약속이 있다며 자리를 떠면서 자금조달의 애로사항을 털어놓은게 자칫 자기회사 부도위기로 비쳐질까봐 기업체명과 신분을 익명으로 해달라는 주문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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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문자리 뭐? 뭐시여?! 옥수수면 암만 작은 것도 한 뼘이 넘는데다가 오톨도톨하게 생긴 게!!! 그 용도가 심히 불순하다 이 말인데..
빤쓰 속에 애미나이 졸도용 특수공구를 갖고 다녔응게 불법 흉기 소지죄로 합시다. 여성부도 포기한 가수 노래 추천드립니다.
즐거운 주말 밤 되십쇼 ㅋ
@악질지주에게 죽창을! 노골쏭 좋네요. 시리즈로 되어있네요.
재밌는 노래 소개 감사합니다.
https://youtu.be/PZdw0RFniC0
https://youtu.be/Z8PU8jicGPs
https://youtube.com/shorts/QpYBWJQaWDo?feature=sh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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