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 살던 고향은 꽃 피던 프린지.. 였나. 몇 년 전에 그런 문구를 봤던 기억이 난다. 말로만 듣던 인디-라는 문화가 실제 주변에 있는거구나, 하고 처음으로(사실은 기억나는 것 중에 처음으로) 인식했던 때. 그 개인적 기억을 곱씹으며 인디 속 취재단의 이름으로 2008 서울 프린지 페스티벌-홍대- 그 일요일 밤, DGBD로 카메라를 짊어지고 떠난다.
7시지만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먼저, 시작하자마자 기타줄이 끊어지는 사고가 있었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스타리 아이드의 공연 시작.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하고, 조용한 시작인 듯 했으나 점점 달아오르기 시작.
그리고 사운드를 중요시 여기는 밴드 국카스텐이 등장했을 때 DGBD는 그야말로 만석이었다.
반어법이라고 하기는 조금 모자라고, 아니라는 듯 부정하면서 원하는 것 같은 화법의 소유자 하현우. 노란색, 마치 유치원 어린이를 연상케하는 옷을 입고 앳된 듯한 얼굴의 그는 그러나 소년같지는 않은 목소리로 클럽 안을 메꾸기 시작한다.
싱어를 표현하다보면, 웬만하면 나오는 '호소력'이라는 단어. 황보령에게는 그 호소력을 넘어선 에너지가 느껴졌다. 메고 있던 기타를 내리고 맨발로 마이크 앞에 섰을 때 사진을 찍어야 하는 나는 어쩐지 기가 눌려 가까이 다가설 수 없었다.
무대를 바로 앞에서 볼 수 있는 1층, 엔지니어들이 있는 2층. 2층에서 역시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정말, 기와 연륜의 느낌이 물씬 났던 황보령밴드의 공연이 끝나고(변명은 아니지만, 어쩐지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3호선 버터플라이 남상아의 프로젝트 밴드 모베사운드-의 공연이 곧 준비된다. 장비가 이것저것 있어서, 국카스텐 준비시간정도만큼은 걸린 것 같다. 세팅 현장을 보면서 익숙한 것 발견. 마스터키보드와 노트북. 라이브신스를 쓰는 것도 아닌, 큐베이스 프로그램을 실행중- 어떤 사운드를 보여줄까 기대되었다.
긴 파마 머리에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던 남상아-
사운드는, 역시 좀 실험적인 느낌? 마지막 곡 시 키보드를 곰돌이 인형으로 유린(!)하는 모습도 인상깊었다.
마지막 비둘기우유.
아무래도 늦은 시간이라 사람들이 슬슬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20명 조금 안되는 클럽에서 비둘기우유가 노래를 시작한다. 조금은 가라앉은 것 같으면서도, 편한 듯한 분위기 속에 노래도, 연주곡도 흐른다. 한 곡 끝나고 나서 누군가가 소리지른다.
"기타 잘생겼다!!"
말 없이 연주하던 그들이 잠시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