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료마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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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여자 싱글 합계 200점이란, 어떠한 의미인 것일까? |
*보신 분도 많이 계시겠지만, 너무 공감가는 글이라 못보신 분들 보시라 갔고왔습니다.^^*
일요일 새벽에 올렸던 필자의 글이 적잖은 논란을 일으킨 듯 하여, 한편으로는 조금 당황스럽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여러분들께 송구스럽다는 생각도 든다. 다시 생각해 보니, 다소 문제가 있는 표현도 있었던 것 같고 논리적으로도 100% 매끄러운 글은 아니었다는 느낌이다. 이제와서 새삼스럽게 변명을 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주제로 얘기하면서 이에 대해서도 약간의 부연 설명을 드리고 싶다.
사실은, 토요일 저녁에 피겨를 좋아하는 일본인 친구의 집에서 <NHK배> 중계를 보며 술을 한 잔 했었다. (같은 동네라서 가끔씩 서로 왕래를 하곤 한다.) 피차 스포츠를 좋아하고, 한일전을 해도 승패에는 그리 연연하지 않기로 암묵적인 합의(?)를 한 사이이기도 하다. 뭐, 그래도 베이징 올림픽 야구며 얼마전 청소년 축구까지... 계속 우리나라가 이겨 버려서, 최근 이 친구가 살짝 풀이 죽어 있는 상황이긴 하다.
그런 이 친구가 지금 기대하고 있는 게 2 가지 있는데... 하나가 WBC 이고, 또 하나가 바로 <아사다 마오>이다. 일본인이니까 일본 야구에 대해서 자부심이 있는 건 당연할 테고... <마오> 역시, 어쨌든 현 월드 챔피언이니 기대치가 높을 것 또한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마오>가 TEB 를 말아먹은(?) 것이다. 속이 깨나 탓는지 술 한 잔 하자고 연락이 왔다. 필자하고는 피겨 얘기가 통하니까 불안한 마음을 달래고 싶은 것이다. <NHK배>야 어차피 지네들 안방 잔치... 김나영 선수가 출전했지만, 솔직히 지금 당장 <마오>의 적수가 될 수는 없으니까... 까짓 거, 경기 시작 전까지 립서비스 잔뜩 해 주었다. 그러는 와중에 드디어 <마오>의 연기가 시작되었다.
<마오>... 그 정도면, 솔직히 아주 잘 했다. TEB 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그리고, 친구 녀석은 거의 흥분상태(?)였다. 뿌듯해 하는 표정으로 "대단하지 않았어?" 라며, 필자의 눈치를 살핀다. "어때? 이 정도면 김연아 선수보다 훨씬 좋은 점수가 나오겠지?" 라고 말하고 싶어서 안달이 난 게, 뻔히 다 들여다 보인다. (^^) 135점, 아니 140점이라도 나올 거라고 기대하는 표정이다.
"너무 기대하지 마라. 홈그라운드 잇점까지 감안해도, 맥시멈 130점일 테니까~"
한마디 해 주었지만, 들은 체도 안한다. 결국 발표된 점수는 126.49 점. 그렇게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연아> 선수의 <COC> 당시 FS 점수 (128.11) 보다도 1.62 점이 낮은 점수였다. 친구 녀석, 이번에는 얼굴이 벌개진다. 너무 낮은 점수가 아니냐는 얘기이다. 이런... 또다시 채점방식에 대한 강의(?)를 되풀이하게 생겼다.
여자 싱글 FS 에서 스핀(3요소), 스텝, 스파이럴 시퀀스 도합 5요소에 관한 한... <연아> 선수와 <마오> 선수의 기초점수는 똑같다. (단, 이것은 두 선수 모두가 스텝 레벨3, 여타 요소 레벨4를 획득한다는 가정하에서의 얘기이다.)
스핀 3요소 9.50, 스텝 3.30, 스파이럴 시퀀스 3.40 ... 도합 16.20 점이다. 그리고 <연아> 선수는 <COC>에서 이 부문 총점 19.70 점을 받았다. 매우 높은 점수였는데... 가장 큰 이유는 스파이럴 시퀀스에서 GOE를 무려 +2.00 이나 획득한 덕분이었다. 그런데, 한눈에 봐도 <NHK배>에서 <마오> 선수의 연기는 <연아> 선수의 점수를 넘어서기가 어려워 보였다. (실제로 18.20 점을 받았다. 스파이럴 시퀀스는 레벨3 (기초점 3.10) 에 머물렀다.)
그렇다면, 문제는 결국 점프인데... 필자는 피겨 경기를 보면서 나름대로 점프를 종이에 적어가면서 보는 습관이 있다. 각 점프별 기초점수는 외우고 있으니까, 이렇게 하면 발표가 나오기 전에 대충 점수를 내보고 맞춰 보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썩 잘 들어맞는 것은 아니지만, 상위권으로 갈수록 오차는 작아진다. 이게 의외로 재미가 쏠쏠하다...^^)
친구 녀석은 그 놈의 트악 타령에 넋을 잃어버렸지만, 실제로 <마오>는 트리플 컴비네이션 점프 하나를 날려 먹었다. 후반 가산점까지 붙는 <3F+3Lo>의 기초점수는 무려 11.55 ... 그런데, 이것이 단독 <3F>이 되면서 6.05 점이 되었다. 기초점수에서만 5.50 점을 까먹은 것이다. 결국, 트악 2번을 모두 인정받아봐야 <마오>의 점프 기초점수 합계는 45.45 점에 불과했던 것이다. (참고로 <연아> 선수의 COC 당시 프리 점프 기초점수는 43.33 점이었다.)
작년까지의 예에서 <마오> 선수는, 프리 점프의 기초점수가 <연아> 선수보다 대략 5~6 점 정도 높게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그리고서 클린 경기를 해야 기껏 1~2점 정도 높은 점수를 받았을 뿐이다. (즉, <마오>는 원래부터 점프에서 GOE 를 많이 받는 선수는 아니라는 얘기이다.) 그런데 기초점수에서 2점차 밖에 나지 않았다면, 결과는 뻔한 것이 아닌가.
여기에다 <PCS> ... <연아> 선수의 COC <PCS>가 61.68 점이었다. 안방 잔치에다가 얼핏 보아 클린 경기... 뭐, 좋다. 퍼 받겠지. 62~63 점까지 받는다고 치자. 이래 놓고 다 더해보면, 아무리 퍼주어 봐야 결국 130점이 될까말까이다. 130점이 뭐, 동네 강아지 이름인 줄 아나?
126점대라면, 트악 콤비가 다운그레이드되었다는 얘기일 것이다. 실제로 중계진들이 다운되었다고 얘기해 주었다. 근데... 그러면, 또 점수가 안 맞는다. 이게 뭐지? 다운되었다면 점프 기초점수는 40.75 점이 되는데... 그렇다면 123~124 점 정도가 되어야 맞다. 뭐야, 이거? GOE 엄청 퍼 줬다는 얘기 아냐? (실제로 나중에 프로토콜 확인해 보고, 돌아가시는 줄 알았다. 점프 가산점이 무려 4.80 ... 아니, 3S 와 3T 단독점프에 가산점 합계 1.4 점? 아마도 이번의 가산점은, <마오>의 생애 최고 가산점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한다.)
컴퓨터를 켜서 <연아> 선수의 프로토콜을 띄워 놓고, <마오>의 연기와 비교해 가며 찬찬히 설명하니까... 이 친구 녀석, 드디어 입을 다문다. 하지만, 수긍하는 모습은 아니다. 이론적으로 밀리니까 마지못해 인정하는 것 뿐이다. 그래도 인정하는 척이라도 해 주니, 열심히 설명한 보람이라도 있어서 다행이다 싶었는데...
"뭐야? 그럼 <마오>는 절대로 <연아>를 못 이긴단 얘기야?"
으이구, 이 단순한 녀석... 필자 또한 아주 가끔 단순해질 때가 있는데, 나이 마흔 넘긴 아저씨들이라고 해 봤자 어떨 때는 10대 청소년들보다도 못한 경우가 있다. 어쨌든 핑계거리(?) 하나 생겼네. 2차 가서 얘기하자고 의기투합, 집을 나섰다.
올 시즌 여성 FS 에서 가장 큰 변화는, 스핀 요소를 종전의 4가지에서 3가지로 줄여버린 것이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스핀에서 노릴 수 있었던 기초점수가 종전의 13.00 점에서 9.50 점으로 줄어버렸다. (<연아> 선수나 <마오> 선수는 여기에다 GOE 로 평균 0.3~0.5 점 정도씩을 더 챙겨왔기에, 실제의 감점효과는 거의 4점에 가깝게 되었다.)
즉, 이 자체만으로 ... <연아> 선수가 가지고 있는 FS 세계기록 133.70 점은 현재 130점으로 하향되어버리는 효과가 나타나게 된 것이다. 다시 말해, 올 시즌의 130점은 실제로 지난 시즌의 세계신기록이라는 이야기이다. (스텝 레벨에 따른 기초점수가 아주 약간 올랐지만 새발의 피 정도이고, 고난도 점프에 대한 기초점수가 올랐지만... 이것은 확실히 챙길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그리고 보면, 연아 선수의 COC 프리 128.11 점은 상당히 높은 점수인 셈이다.)
따라서, "꿈의 200점~" 을 현실적으로 달성하려면... SP 의 중요성이 그만큼 더 높아지고, FS 에서 <PCS>를 좀 더 챙겨야만 하는 것이 당면 과제라고 할 것이다. (실제로 <연아>와 <마오>의 경우, PCS 가 작년 대비 1~2 점 정도 오르는 추세이다. 스핀 요소 삭제로 인한 감점 요인을 다소 커버해 주고 있는 것이다.)
순전히 필자의 사견일 뿐이지만... <마오>의 경우, "점프에서의 필살기가 없다." 는 것이 치명적인 약점이라고 생각한다. 친구 녀석은 물론 대뜸 "뭔 소리? 트악이 있잖아?" 라고 반론해 온다. 내 그럴 줄 알았다. 하지만, 필자가 보기에 <마오>의 트악은 결코 필살기가 아니다.
필살기는, 말 그대로 "반드시~" 가 생명이다. 다시 말해 피겨에서의 필살기라면, 기술의 "컨시" 가 생명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마오>의 트악은, 아무리 좋게 봐 줘도... 소위 스타크래프트에서의 "리버 대박" 보다도 컨시가 못하다. 어쩌다 한 번 성공한다고 해도, 다음을 전혀 보장할 수가 없다는 얘기이다. 세상에 이런 필살기가 어디 있는가?
이에 비해서 <연아>선수는 일단 3단 콤보의 필살기를 갖추고 있다. <3F+3T>, <3Lz>, <2A>의 3종 세트가 그것이다. 각각의 점프의 질이 현재의 여싱 어느 누구보다도 뛰어난 데다가, 컨시 또한 비교불가 단연 최강이다. 더구나 더욱 무서운(?) 점은... 이 3개의 점프가 모두 SP 에 포함이 되어 있기 때문에, 올 클린시 곧바로 고득점을 보장해 줄 수 있는 스킬이라는데 있다고 할 것이다.
즉, <연아>선수는 자신의 필살기 점프들로 SP를 지배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마오>선수는 그렇지 못하다. <3F+3Lo>는 연결점프의 회전수 부족이 늘 말썽이고 <3Lz>는 롱에지 논란에 휩싸인다. 그나마 <2A>이 걔 중 나은 편인 것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SP에서 <마오> 선수가 <연아> 선수를 이기기 어려운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고 할 것이다.
필살기가 확고하기에 <연아> 선수는, 트리플 콤비네이션의 컨시 또한 비례해서 높아질 수 밖에 없다. <3Lz>를 기반으로 <2T> (때로는 <2Lo>까지), <2A>을 기반으로 <3T>를 안정적이면서도 자연스럽게 연결해 낸다. 즉... 트리플 플립과 트리플 러츠, 더블 악셀, 더블 및 트리플 토룹... 견고한 이 점프들이 SP 점프 3가지, 그리고 FS 점프 5가지를 구성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지는 <3S> 또한 매우 안정적이다. 다만, 한가지... <3Lo>이 조금 불안한 것만이 약점이라면 약점이다. (잘 모르긴 해도, 토 계열 점프가 발군인 연아에게는 유일하게 오른발 에지로 도약해야 하는 룹 점프가 좀 어색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살코는 에지점프라도 그나마 왼발로 도약하기에 타이밍 잡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하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어쨌든... 살펴본 대로 <연아> 선수의 점프 구성은 매우 견고하다. 더구나, 이 체제는 <쥬니어 월드 챔피언>이 되던 시점부터 그대로 유지되어 온 것이다. 따라서 해가 거듭할수록 그 완성도는 점점 더 높아져 왔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마오> 선수는 그렇지가 못하다. 올해 FS 의 구성은, 작년과는 전혀 딴판이다. 트악 2번, 최초의 트악 콤비... 그 놈의 트악, 트악... 일본 언론에서는 공격적인 구성이니, 남싱 레벨의 구성이니 하면서 포장하기에 여념이 없지만... 냉정하게 안을 들여다보면, <마오>의 딜레마가 그대로 묻어나 있는 구성이라는 것이 필자의 소견이다.
포인트는 하나다. 고질적인 <플러츠>, 이것이 문제의 핵심인 것이다. <러츠>의 에지가 계속 신경이 쓰이니, FS 구성에서 아예 빼 버렸다. (SP에서는 스텝에 이어지는 트리플 점프 과제를 채우기 위해서, 울며 겨자먹기로 <러츠>를 넣을 수 밖에 없다. 시한폭탄을 안고 뛰는 셈이다.)
자, 트리플 점프 중 최고점인 <러츠>를 빼고 보니 뛸 점프가 몇 개 없다. 차선책으로 <플립> 점프는 두 번 모두 콤비네이션을 뛸 수 밖에 없다. <트악> 하나 넣고, 필수인 <더블 악셀> 하나 넣고, <살코>에 <토룹>까지 단독으로 구성했는데도 콤비 점프 하나가 빈다. 게다가 살코와 토룹은 기초점수도 적다. 뭔가 강한 걸 하나 넣긴 넣어야겠는데...
그러다 보니, 튀어나온 게 <3A+2T>인 것이다. <연아> 선수라면 <2A+3T>으로 컨시도 높이면서 가산점 왕창 챙기는 구성으로 갈텐데... 토 점프가 약한 <마오>로서는 이조차도 모험이다. 결국 남는 것은, 그 놈의 트악뿐인 것이다.
모든 문제의 시발점은 <플러츠> ... 작년까지 일본 언론이 줄창 떠들던 "테크닉의 <마오>" 라는 표현이 민망하지 않을 수가 없다. <연아> 선수처럼 교과서적인 얕은 인에지로 <플립>을 뛰어야, 유사한 자세에서 살짝 아웃에지로 중심을 바꾸는 <러츠>를 뛸 수 있는 것이다. <마오> 선수처럼 깊은 인에지로 <플립>을 뛰어서야, 정반대되는 상황을 발목이 견뎌낼 수 있겠는가. 정확한 기술이란, 이처럼 어려운 것이다.
친구야, <마오>의 트악은 결코 필살기가 아니란다. 불리한 상황에서 던지는 승부수라는 표현이 훨씬 더 적합하단다. 더구나 만에 하나 "트악 대박" 이 터져도, 그것만으로 승부를 결정지을 수 없다는 데에 <마오>의 딜레마는 깊어질 수 밖에 없는 거란다.
<연아> 선수의 점프 구성은 이미 견고하게 짜여져 있고, 지난 3년간 수많은 반복을 통해 컨시가 몸에 체화되어 있는 상태이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연아> 선수는, 점프에 들어가기 이전의 활주를 발레처럼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타고난 재능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매년 점프 구성을 바꿔가면서, 과연 <연아> 선수 레벨의 표현을 해낼 수 있을까?
더구나 올해의 <연아> 선수는 스텝에서도 최고 가산점, 스파이럴 시퀀스에서도 최고 가산점을 받는 수준까지 성장했다. 프로그램이 몸에 착착 감기는 레벨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마오> 선수에게는, 이 레벨이란 요원한 것일 수 밖에 없다. 왜? 기본 뼈대가 되는 점프 구성 자체가 죄다 바뀐 상태이기 때문이다. 기초공사와 내, 외장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는 단계라서 아직까지 완성도는 한참 떨어지는 것이다.
더구나 <마오> 선수의 FS 구성은, 체력적인 부담이 너무 커 보인다. 트악 두 번의 시도뿐만이 아니라, 미처 체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상반신 안무가 과하다 보니 보는 사람이 다 숨이 찰 지경이다. 이것은 결국, 점프뿐 아니라 여타 요소들에도 불안요소로 작용할 공산이 높다. 실제로 스파이럴 시퀀스 레벨3을 받기도 했고, 마지막 엔딩 직전에는 넘어질 뻔 하기도 했다.
이번의 <NHK배>야 안방잔치였고, FS 이전에 이미 우승이 확정된 것이나 다를 바 없는 상태였기에 비교적 부담없이 연기할 수 있었겠지만... 심판크리(?)에도 190점대라는 막강 <연아>와 욕심 없이 제 기량을 발휘하면 180점대가 충분한 <조애니>의 압박감 속에서, 점프 클린과 체력 안배 그리고 세심한 연기라는 3 마리 토끼를 <마오>가 잡아낼 수 있을까? 그러기에는 프로그램 자체가 너무 무거워 보인다는 것이,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가 되겠다.
물론, 승부의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 예상은 어디까지나 예상일 뿐이다.
다만 현 단계에서는, SP 70 점 + FS 130 점에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에 <연아> 선수 쪽이 더 가까이 다가가 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필자는 이상하게도(?) <PCS>에 좀 덜 민감하다. <연아> 선수도 받을 만큼 받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남의 안방 잔치인 <NHK배>에 너무 민감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시니어 데뷔 이래 <연아> 선수의 PCS는 꾸준히 평가가 높아져 왔고, 이제는 안정세에 접어들었다. COC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연아> 선수도 61~62점대가 가능한 수준까지 온 것이다.)
정말 오랫만에 (근 6개월 만에) 자정을 넘어서까지 마시면서... 친구 녀석과 <마오>의 미래에 대해서도 얘기를 했다.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마오>가 감점을 각오하고 실전에서 <플러츠>를 뛰는 쪽이 더 무섭다는 생각이다. <NHK배> 수준으로 트악을 뛴다는 전제 하에, 트리플 플립 콤비 2번을 그럭저럭 성공시키고 플러츠 콤비를 뛰어 다소 감점을 당하더라도... 이렇게 되면, <연아> 선수로서도 반드시 장담할 수만은 없는 상태가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계속해서 트악 콤비를 고집한다면... 필자는 오히려 별 걱정없이 <마오>의 경기를 보게 될 것 같다. 처음에 실패하면 그대로 나락, 성공하더라도 뒷심이 문제가 되는... 너무 버거운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힘에 부치는 부담스러운 프로그램이라는 데에는, 친구 녀석도 동의를 했다.)
술자리를 파하고 집으로 돌아와서, 새벽에 글을 써서 올렸다. 그러다 보니, 표현이나 문맥 논리에 문제가 적지 않았던 듯 싶다. "일본 피겨의 상징인 마오는 강자" 라는 표현과 "제3의 물결" 을 인용한 대목이 특히 논란이 많았던 듯 싶은데... 이 자리에서 조금 부연 설명을 하고자 한다.
<앨빈 토플러>는 인류 역사를 3개의 물결에 비유해 <농업혁명>을 제1의 물결, <산업혁명>을 제2의 물결, 그리고 당시(1980년)로서는 미래의 문명을 제3의 물결이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10년 뒤인 1990년 발표한 <파워쉬프트(권력이동)>에서는 제3의 물결을 좀 더 구체화해서 <정보혁명>이라고 명명하였다.
그리고 <정보혁명>이 진행되면, 과거 <산업혁명>시대를 지배하던 파워엘리트들과는 차별화되는 <코그니타리아트(Cognitariat)> (정보화 시대의 지식과 두뇌에 바탕을 둔 유식계급) 들이 나타나서 새로운 오피니언 리더로 부각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권력의 원천이 이전 파워엘리트들의 물리적 힘과 돈으로부터 <정보>로 옮겨질 것이라고 예견한 것이다.
위와 같은 <앨빈 토플러>의 예언이 지금 얼마나 들어맞았는지 같은 것은, 물론 이 글의 관심사가 아니다. 술자리에서 피겨 얘기를 하다가 필자에게 문득, 현재까지의 세계 여자 싱글계를 위와 유사한 형식으로 구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을 뿐이다.
서구 국가들의 전유물이었던 시절이 "제1의 물결", 일본세가 두각을 나타낸 것이 "제2의 물결" ... 그리고 아직 알 수 없는 미래가 "제3의 물결" 이라고 말이다.
일본세는 이미 구채점제 시절부터 서서히 강자로 성장하고 있었다. 따라서 <플립>과 <러츠>의 구분이 별 의미가 없던(?) 시절에 <안도 미키>나 <아사다 마오> 또한 길러지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다시 말하면 <마오>의 <플러츠> 란, "제2의 물결" 시대로부터 잉태되어진 문제가 아닐까 라고 표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비해 <연아> 선수는 확연히 신채점제를 상징하는 선수라는 느낌이었다. <마오> 선수와 <연아> 선수는 나이가 같지만, 서로 상징하는 바가 다르다는 느낌이라는 뜻이다. <앨빈 토플러>의 표현를 빌자면... <마오>는 기존 파워엘리트의 대표 아이콘, <연아>는 새로운 코그니타리아트의 대표 아이콘이라는 식이 되겠다. (그렇다고 해서 <마오>는 돈과 힘, <연아>는 정보... 라는 식으로까지 확대해석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냥 느낌이 그렇다는 것일 뿐이다.)
지금이 "제2의 물결" 시대인데 <마오>가 주류이고 <연아>가 비주류라면... <연아>는 <마오>를 넘어서기 어렵다는 것이 필자가 말한 "비주류는 주류를 이기기 어렵다" 는 의미이다. 하지만 필자는, "제2의 물결" 시대의 주류인 <마오>에게 "제3의 물결" 의 상징 아이콘인 <연아>가 맞서고 있는 것이 현재의 구도라고 생각한다.
다만, "제3의 물결" 의 본질은 어디까지나 미래의 모습이기 때문에 지금의 현실에서는 아직 힘을 과시하는 쪽이 기존의 기득권자들일 수 밖에 없다. 심판크리의 문제, 퍼주기 논란 등도 그래서 발생하는 것이 아닌가. 따라서 이것은 그저 억울해 할 일이 아니라, 담담하게 현실로 받아들이고 문제를 제기해 고쳐나가야 할 일임에는 분명하다.
그런데, 우리의 반응 중에는 <신채점제>가 시행되었으니 바로 공명정대한(?) 세상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이것은 좀 곤란하지 않을까. 모든 일에는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이 있다. 개혁에는 늘상 기득권의 반동이 따르게 마련이다. 대표적인 예가 <i> 판정의 도입이요, 최근 부쩍 늘어난 플립 에지 시비도 이와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팬들이 나서서 해야할 일도 물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이것은 선수와 코치, 그리고 심판진들의 선택의 문제이다. 모든 심판들을 의심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또한, 코치들도 마찬가지이다. 당장 자국 현역 선수들의 문제점은 덮어주고 감싸주려 하겠지만, 과연 미래의 꿈나무들에게 그들은 뭐라고 가르칠까? <연아>를 닮으라고 할까, 아니면 <마오>를 닮으라고 할까?
결국은 <신채점제>가 제자리를 잡게 되리라는 것이, 필자의 소견이다. 하지만 지금은 소위 "끼인 세대" (?) 때문에 시끌시끌한 것이라고 본다. 게다가 기득권층이 피해를 보는 상황인 것이다. "네, 제가 틀렸었군요. 미안합니다." 라는 식으로, 스스로 물러날 리가 없지 않겠는가.
필자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이 문제는 하루아침에 정리될 것이 아니므로, 일희일비하지 말고 차분하게 대응하자는 것이었다. 세상의 모든 심판들이 다 <연아> 선수를 "공공의 적" 이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내년 올림픽을 앞두고 이번 시즌이 판정 문제로 시끌벅적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화가 난다. <마오>의 치팅 점프, 죽어도 인정 못하겠다~" 라든지 "심판크리가 엄연히 존재하는데 뭔 소리냐? 쏘쿨족 같은 소리, 당장 집어치워라~" 라고 반론을 제기하는 분들이 계신다면... 그분들의 심정이나 의견도 충분히 이해하고 또한 인정한다는 것을 말씀드려두고 싶다. (필자 역시 COC SP 결과를 보고서, 뚜껑이 열려서 잠이 안 올 지경이었으니까 말이다.)
※ 끝으로 필자의 닉네임인 <료마가간다>에 대해서 해명을 한마디 하고 싶다. 사실, 아주 예전에 네이버였는지 다음에서였는지 처음으로 닉네임이란 걸 만들게 되었는데... 뭐, 멋진 닉네임을 만들 센스는 없고 해서 책장에서 눈에 띄는 책제목을 쳐 보았다. 태백산맥, 장길산, 분노의포도, 전쟁과평화, 파리대왕 등등등... 다 안된다. 이미 기존 사용자가 다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마침내 오케이가 떨어진 것이 <료마가간다>라는 책제목이었다.
그 이후 여기저기서 닉네임을 만들 때, 이것을 쓰니까 바로바로 오케이가 떨어져서 습관적으로 쓰게 된 것이다. 뭐,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기도 하고 동양 역사를 좋아해서 <사카모토 료마>가 누군지 정도는 알고 있지만... 그이상 딱히 의미를 두고 만든 닉네임이 아니라는 점, 밝혀 두고 싶다. 어느 분인가 댓글로 닉네임의 저의(?)를 의심하셨기에... 그런 게 아니라는 해명을 하는 것이다. (^^)
출처: 디시인사이드,김연아갤러리, 료마가간다 님 글 (주소:http://gall.dcinside.com/yeona/224253)
(제가 디시인사이드 ID가 없어 퍼온다는 글 못 올렸음다ㅜㅜ, 료마님 죄송)
첫댓글 저두 연갤에서 읽었는데~^^ 너무 글을 잘 쓰세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빠져드는 블랙홀 같은 느낌의 글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
글이 술술 넘어가네요. 잘읽어습니다
이 글을 읽으니 편안한 맘으로 연아양의 연기를 감상 하게 될것 같네요 ㅋㅋㅋ 좋은글 정말 감사 합니다 ^^
야........ 균형이 잡히게 정리가 되네요~~~ 아주 잘읽었어요~~
와.정말 대단한 글이군요.ㅎㅎ 많이 배웠어요.^^ 정말 이해되기 쉽게 글을 잘 쓰셨군요~~
깊이있는 멋진 분석이네요. 연아선수가 시대를 잘 타고 났다는 생각을 다시 해 봅니다. 잘 읽었습니다.
글실력이 대단하시네요 ㅋㅋㅋㅋ
중심이 제대로 잡힌글 정말 단단합니다. 하시는 일이 궁금해 집니다.
당장 자국 현역 선수들의 문제점은 덮어주고 감싸주려 하겠지만, 과연 미래의 꿈나무들에게 그들은 뭐라고 가르칠까? <연아>를 닮으라고 할까, 아니면 <마오>를 닮으라고 할까? 음....좀 덜 분노하게 됐어요 ㅎㅎㅎ
피겨에 관련된 사이트를 가보면 늘 ...마오선수이야기만 나오면 격분한 글들로 도배되는 경우를 보았습니다...솔직히 정확하게 알고 격분하시는 분들도 계실꺼고 또 그저 그 선수와 엮이는 연아선수가 싫어서 일수도 있으나....이글 보니 정말 아침부터 기분이 좋군요....왜 우리가 그리도 연아선수에게 흥분하는지...이런 글이 오히려 아직 피겨를 정확히 볼줄 모르는 저같은 팬들에게 많은 도움이 됩니다...과장되거나 주관적인 것만이 아닌 정확한 눈으로 선수의 기량을 알수 있고 느낄수 있는 좋은 글 감사합니다.
101% 공감가는 글이네요.
정말 잘 쓰셨네요....피겨에 대해 잘 모르시는분들도 이해하실듯~~.. 잘 읽고 갑니다
어떤 시대든지, 기존세력과 혁명세대의 싸움은 불가피합니다. 제3의세대란 이런 혁명세대를 말하는거 같아요. 세상은 혁명이 있기에 발전하고 변하는 거니까요. 마오가 기존세대라면 연아는 분명 신체점에 너무나 잘 맞는 혁명세대입니다. 피겨가 돈에 안주하고 기존세력에 안주할때 피겨란 이런게 아닌데하고 반감을 사고있는 예술피겨인들에게 연아는 잔다르크같은 존재같아요. 너무나 정직하고 세련되고 예술적인. 저도 새로운 혁명으로 새로운 피겨세대가 연아를 통해 일어났으면하고 또 지금 그렇게 되고 있는거 같아요. 그러나 혁명이 실패하더라도 기존세력들은 잊혀져도 역사적으로 혁명가들은 남게되죠. 글쓴이는 혁명이 실패하더라도
(세계선수권같은 일이요) 실망하지 말자는거 같아요. 물론 연아선수는 세계피겨사나 팬들의 맘에 이미 한자리를 하고있는거 같아요. 나는 그런 선수가 우리나라에서 나왔다는게 너무 자랑스러워요. 연아선수가 가는 곳마다 흥행을 한다면 기존 세력가들도 똥줄타겠죠. 이미 일본의 똥줄은 타고 있어요. 작년에 마오가 갔을때 텅텅비던 미국에서 연아는 흥행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미국인들의 뇌리에 크게 박혔어요. 그것도 스스로의 빛으로.
어제 제가 저녁에 곰곰히 하던 생각과 비슷하세요. 피겨 지식이짧아 저리도 자세히 분석하지는 못하지만 피갤에서 보고 어떤 글인지 궁금했는데 이 글이네요~~~
대단한 글...읽으면서 감탄했어요. ^^
논문이네요. 글 너무 잘봤습니당.ㅎㅎ
전 인쇄까지 해가며 ㅋㅋ 읽었어요~
논문 빙고~~~ 말씀하시는게 상당한 지식이 느껴져요~
아,,좋은글 감사합니다...감동이네요. 울화가 치미는 마음이 좀 가라앉네요.^^ 전 우리 연아선수 앞으로 점점더 발전하기를 매일 매일 빌고 있습니다. 제발 확실한 제3의물결이 팍팍 쳐줬으면...
좋은 글 감사합니다.
와... 뭔가 저라는 사람보다 한단계 위에서 생각한다는 느낌입니다 @-@ 그래도 뭐 저도 연아선수 좋아하니까;; 그러나 저러나 일본의 그 선수는 자기 자리에 빨리 돌아갔으면 좋겠어요. 점프에 너무 집착하니까 더 안좋은 모습만 보이는것 같아요 잘 연기한다면 김연아선수의 라이벌로서 김연아 선수가 성장하는 밑거름이 되줄수 있었을텐데.. 이건 뭐 방해물밖에 안되니 --;
출처에 "김연아 갤러리" 라고 정식 명칭 사용 부탁드립니다. ^^
넵! 여기저기 둘러보며 지적해주시느라 힘드시겠어요. 그래서 이 카페가 잘 운영되는거라 봅니다. 오늘도 수고^^
참..울 연아양 팬분들은 글쓰는 솜씨가 작가수준이지요...^^* 정말 잘 읽었습니다~
이분 글을 읽으니 독서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역시 지식을 쌓으신 만큼 드러나는 군요. 멋져요.
와~ 읽는게 힘들 정도;; 정말 해박한 지식.. 저는 공부를 한참 더 해야겠군요 ㅎㅎ 멋지네요 ㅎㅎ
아, 갤에서 스크랩했는데 원글이 삭제되는바람에 안타까웠는데, 역시 카페에 오니깐 글이...감사합니다. 저장해둬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