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이오토픽 3번째 예고] 연구의 진실성: STAP 세포의 부상과 몰락
내용이 너무 길어, 사상 최초로 세 번째 예고편 나갑니다. 두 번째 예고편은 https://www.facebook.com/OccucySesamelStreet/posts/673970349345976 에 있습니다.
(1) 사건의 전말
STAP의 전설(傳說)은 10여 년 전에 제기된 논란 많은 가설에 뿌리를 두고 있다. 2001년 미국 브리검 여성병원의 찰스 바칸티 박사(마취학)는 "거의 모든 포유류의 조직에서 포자 유사세포(spore-like cells)를 발견했다"고 주장했다(참고 10). 그는 "'포자 유사세포'는 만능성을 보유하고 있지만(즉, 인체의 모든 세포로 발달할 수 있지만), 평소에는 휴면상태(dormant)에 있다가 질병이나 손상이 발생할 때만 활성화되어 조직을 재생한다"고 설명했다.
바칸티 박사는 지난 1월 Nature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연구실에서는 2006년까지 '포자 유사세포'를 대량으로 배양해 왔지만, 우리 자신도 그 세포의 특성을 완벽하게 파악하지는 못했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서, 그가 이끄는 연구진은 2006년까지 '포자 유사세포'의 만능성(pluripotency)을 입증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2008년 오보카타라는 대학원생이 그의 연구실에 들어오면서, '포자 유사세포'의 만능성을 입증하는 책임을 떠맡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세포의 만능성을 입증하는 방법은, '문제의 세포를 발생중인 마우스의 배아에 주입하여 키메라(chimaera)를 만든 후, 키메라의 운명을 추적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어려운 일이어서, 오보카타는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했다. 그녀는 지난 1월 Nature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키메라 마우스를 만들어 줄 신의 손(god’s hand)을 찾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구글링을 통해 (당시 CDB에 재직 중이던) 저명한 마우스 복제 전문가 와카야마 테루히코 박사를 찾아냈고, 2011년 교환교수 자격으로 와카야마 박사의 연구실에 발을 들여놓았다. 성체 마우스를 이용한 실험에서 수백 번의 실패를 경험한 후, 오보카타와 와카야마는 신생 마우스로 연구대상을 바꿨다. 그러자 연구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그 즈음, 바칸티와 오보카타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세포를 분리하는 과정에서 가해진 스트레스가 만능세포를 만든 것임에 틀림없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오보카타는 Nature와의 인터뷰에서, "목욕을 하면서 인생의 스트레스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던 중, 문득 그 생각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오보카타는 리켄의 연구실로 달려가 곧바로 실험에 착수했다. 그녀는 신생 마우스의 비장 세포(spleen cells)를 산(酸)에 담가 스트레스를 가한 다음, 두 명의 연구원(사사이 요시키, 니와 히토시)과 함께 그 세포가 '배아 유사상태'로 전환되었는지를 검사했다. (두 사람은 CDB에서 알아주는 줄기세포 생물학자였다.) 검사 결과, 그 세포는 STAP 세포의 2가지 특징(① 만능성을 보유했다, ② 스트레스 조건에서 탄생했다)을 가진 것으로 밝혀졌고, 오보카타는 그 결과를 1월 30일 Nature에 발표했다(참고 1, 2)
오보카타는 일본에서 일약 유명인사가 되었다. 일본 언론들은 그녀를 상세히 취재하여 시시콜콜한 내용들(예컨대, 연구실 장비에 무민 캐릭터를 붙여 놓았다든지, 할머니가 주신 요리용 앞치마를 실험복 대신 착용한다든지 등등)까지 기사화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불과 몇 주 후, 익명의 관찰자들이 논문의 오류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오류 중에는 내용 표절과 이미지 조작 및 복제에 관한 것도 포함되어 있었다(go.nature.com/e4dwry 참고). 한편 연구자들은 ‘그렇게 간단한 실험과정’을 재현할 수 없다고 아우성치기 시작했다.
4월 1일, 리켄의 조사위원회는 “오보카타가 과학적 부정행위(scientific misconduct)를 저질렀다고 결론지었다. 그녀는 ”연구결과는 사실이었다“라고 주장했지만, 공저자들이 하나둘씩 연구결과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기 시작했다. Nature는 모든 공저자들이 동의했을 때만 논문을 철회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이례적으로 한두 명의 저자들이 거부할 경우에는 직권으로 논문을 철회할 수도 있다. 6월이 되자, 궁지에 몰린 오보카타는 두 편의 논문을 모두 철회하는 데 동의했다(go.nature.com/wsfox5 참고). 그녀는 지난 4월 이후 여러 차례에 걸친 인터뷰 요청에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리켄이 벌이고 있는 검증활동에는 - 관계기관의 감시 하에 - 참여해 왔다.
문제의 논문들이 과연 출판되어야 했을까? 비판자들은 “상당수의 문제점들이 Nature에 의해 사전에 발견되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2005년 다른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참고 11)의 내용을 17줄씩이나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그대로 베낀 것을 발견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대부분의 저널들은 크로스체크(CrossCheck)라는 서비스를 이용하여 표절을 적발한다. 크로스체크는 의뢰받은 논문을 (약 10만 개의 출판물에 실린) 약 4,000만 편의 논문과 일일이 대조하여 일치하는 문구를 찾아낸다.
Nature의 편집진은 크로스체크를 이용했음에도 불구하고 표적을 적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오보카타가 베낀 논문이 실렸던 『In Vitro Cellular & Developmental Biology — Animal』이라는 저널은 당시 크로스체크에 등재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우리의 데이터베이스는 매우 방대하며 계속 확장되고 있지만, 그래도 한계는 있기 마련이다. 이런 문제가 일 년에 10건 정도씩 발생하지만, 얼마나 많은 표절 사례가 우리의 감시망을 뚫고 나가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고 크로스체크를 운영하는 크로스레프(CrossRef)의 레이첼 래미(제품관리자)는 말했다.
더구나 다른 논문에서 일치하는 구절이 발견됐다고 해서, 즉시 표절로 단정하고 출판을 중단시켜야 하는 것은 아니다. 상당수의 일치 사례들은 오리지널 논문을 주석 없이 인용했을 뿐, 표절이라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리켄은 문제의 인용구(방법론에 관한 서술 부분)에 대해 “단지 주석이 누락된 것으로, 부정행위라고 볼 수는 없다“고 판정했다.
리켄의 조사위원회가 문제삼은 것은 표절이 아니라 이미지의 조작 및 복제였다. 오보카타는 상이한 실험에서 나온 젤레인들(gel lanes)을 오려붙여 하나인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또 자신의 박사학위 논문에 첨부됐던 테라토마(다양한 형태의 조직을 포함하는 기형종)의 이미지를 재탕하여 사용했는데, 이미지에 딸린 캡션을 읽어 보면 다른 종류의 세포를 설명하는 데 사용됐던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조사위원회는 “두 가지 사례 모두 - 결론을 호도할 의도가 없었을 수도 있지만 - 저자가 위험을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고 판단하고, 부정행위 판정을 내렸다. 오보카타는 끝까지 “실수였다”고 주장하며, 부정행위를 완강히 부인했다.
(2) 불완전한 그림
(3) 재현성 문제
(...나머지 내용은 월요일 아침에 배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