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 옷감을 등에 진 왕서방은 주막 옆을 지나며 뜨끈한 막걸리 생각이 간절했지만
마수걸이도 못한 판이라 꾹참고 마을로 들어섰다.
번듯한 기와집에 소도 서너마리 보이는 그럴듯한 집 대문 앞에서
“비단 사려. 치맛감, 저고릿감!”
소리를 세 번 외치기도 전에 삐거덕 대문이 열리며
안방마님이 얼굴을 내밀었다.
비단장수 왕서방은 마님을 따라 안방으로 들어갔다.
“어 추워!”
새파랗게 언 얼굴을 비비는 비단장수에게 안방마님이 흥정을 잘하려고
부엌에서 뜨끈한 막걸리 한 사발을 들고 왔다.
단숨에 막걸리 사발을 비운 왕서방이 등짐을 내려놓자
나비가 춤을 추는 연분홍 비단, 모란이 활짝 핀 자색 비단,
새가 지저귀는 황금색 비단이 방바닥을 덮었다.
안방마님 눈이 휘둥그레졌다.
마님은 나비비단으로 치마를 감고 모란비단으로 저고리를 감싸며
앉았다 일어섰다 비단에 푹 빠져 버렸다.
“나비가 참말로 날아가는 것 같네.”
안방마님이 비단에 코를 박을 듯 얼굴을 바짝 붙이니
자연히 엉덩이가 치켜 올려져 풍만한 육덕이 고스란히
왕서방 눈앞에 펼쳐지고 곁들여 탱탱한 젖무덤도 보였다.
추위에 오그라들었던 거시기가 제자리를 잡고 하초는 뻐근해졌다.
흥정 끝에 마님은 비단 세 필을 챙겼다.
“한 필에 얼마요?”
“스물 닷냥인데….”
“바깥양반이 문상하러 건넛마을에 가서 집에 돈이 없으니 쌀로 받아 가시오.”
“안됩니다. 비단 짐만 해도 다리가 후들거리는데 쌀을 어떻게....”
“그럼 외상 달아 놓고 가세요.”
“이 동네 언제 올지 모르는데...”
“쌀도 안된다, 외상도 안된다, 어떡하면 좋겠소?”
농익은 삼십 대 초반의 자색이 고운 안방마님을 뚫어지게 보던 왕서방이
불뚝 선 하초를 눌러서 달래며
“너무 어렵게 생각 말고 집에 아무도 없는데 마님의 재산 축도 안 나고…”
넌지시 말하자
“어머머”
마님은 얼굴이 홍당무가 되어 두 손으로 입을 가렸다.
부엌으로 나가 냉수를 마시며 곰곰이 생각한 마님이
두리번거리며 들어와 옷고름을 풀었다.
햇살이 훤한 대낮에 비단장수와 안방마님이 희한한 흥정으로 신음소리도 요란하게
한 몸이 되어 방을 휘저으며 뒹굴었다.
큰 숨을 토하고 난 왕서방이 방바닥에 여덟 팔자로 드러누웠다.
부엌으로 나간 마님이 뒷물을 하고 들어오니 비단장수는 벌거벗은 채
그대로 누워 천정만 바라보고 있다.
“빨리 옷 입고 가시오.”
“다 말라야 옷을 입지. 댁은 두쪽으로 갈라 놓았으니 빨리 마르지만 나는 아직 멀었소.”
그러자 마님이 급해졌다.
“서당갔던 아이들이 돌아올 때도 됐고, 문상갔던 바깥양반 돌아올 시간도 됐단 말이에요.”
“그럼 오늘은 한 필 값만 받은 거요. 두 필 값은 남았소.”
그 말에 발을 동동 구르던 안방마님이 샀던 비단을 던지며 왈,
“비단 사고판 일은 없던 걸로 합시다.”
비단을 도로 챙긴 왕서방은 못 이기는 척 일어나 휘파람을 불면서 그 집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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