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하나의 범죄로 인해 공동체가 극심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게 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아야 합니다. ‘나 하나쯤이야’라는 안일한 생각이 공동체를 무너뜨립니다. 아간은 아마 ‘이 많은 전리품(戰利品) 중에 나 하나가 이 정도쯤 챙기는 것은 문제없겠지’라는 가벼운 생각으로 전리품 중 일부를 챙겼을 것입니다. 실제로 여리고 성을 함락한 이후에도 아간이 가져간 물건에 대해서는 아간과 그 가족들 외에는 잘 알지도 못했습니다.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고 그냥 지나쳤다면 그 당시에는 아무도 알지 못했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다 보시고 있었고, 다 아시고 있었습니다.
하나님께서 누군가 하나님께 바쳐져야 할 물건을 개인적으로 착복(着服)했다는 것을 여호수아에게 말씀하시면서, 그 죄악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씀하셨기에 아간의 죄악은 온 천하에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여호수아는 이스라엘의 각 지파들의 대표가 나와서 제비 뽑게 하여 유다 지파가 뽑혔고, 계속 이어지는 제비뽑기로 결국 아간이 최종적으로 뽑히게 되었습니다(14절~18절). 그리고 아간은 자기가 지은 죄에 대하여 그대로 자백하였습니다(20절, 21절). 그리고 아간이 자백한 대로 그 물건들은 아간의 장막에서 찾아내었습니다(22절, 23절). 아간(עָכָן. Achan)이란 이름의 뜻은 “꼬다”, “왜곡하다”라는 의미를 지닌 말에서 파생된 것으로 “괴롭히다”, “골치 아픈”이라는 의미를 가진 이름입니다. 아간, 한 명의 죄악으로 인해 이스라엘 공동체는 괴로움을 당했고, 아간은 골치 아픈 존재가 된 것입니다. 내가 교회공동체의, 우리 가족의, 우리 민족의 골칫덩어리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내가 속한 공동체를 괴롭게 하는 자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아간이 가져가서 감춘 물건은 시날에서 만든 아름다운 외투 한 벌과 은 이백 세겔, 오십 세겔 정도의 금덩이 하나였습니다. 한 세겔은 11.4g의 무게이며, 일반 노동자의 4일 임금에 해당되는 큰 금액입니다. 그리고 시날(Shinar)에서 만든 아름다운 외투는 요즘으로 말하면 명품 외투라고 보면 됩니다. 시날은 바빌로니아의 옛 이름으로 그곳에서 나는 외투는 최고급품이어서 일반인들은 쉽게 가질 수 없는 매우 값비싼 외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간은 물질적인 욕심으로 인하여 하나님의 명령을 어기고 ‘나 하나 정도는’이라는 해이한 마음으로 악을 행하였고, 이로 인해 이스라엘 전체가 매우 뼈아픈 고통을 겪게 되었습니다. 그저 하나 정도는 괜찮을 것이라며 해이해진 생각을 가지고 탐욕에 빠지는 것이 공동체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을 꼭 기억해야 합니다.
결국 아간과 그의 가족, 그리고 아간에게 속한 가축들과 재산들까지 모두 아골 골짜기로 끌고 가서 돌로 쳐서 죽이고 불살라 없애버렸습니다(24절, 25절). 범죄한 사람만 죽인 것이 아니라, 그의 가족과 재산도 모두 없앤 것은 죄악의 뿌리까지 없앤다는 의미가 될 것입니다. 아간의 가족도 아마 아간이 장막에 물건을 가지고 와서 땅에 묻을 때 그것을 보고 묵인하거나 함께 동조했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아간을 죽인 골짜기 이름을 아골 골짜기(The valley of Achor)로 불렀는데, 아골 골짜기는 히브리어로 “에메크 아코르”(עֵ֣מֶק עָכ֔וֹר)로, “아코르”(עָכוֹר)는 “괴롭다”, “방해하다”의 의미를 가진 단어로 아간(Achan)과 아코르(Achor)는 같은 의미를 가진 단어에서 출발합니다. 아간의 이름은 아갈(עָכָר, Achar)이라고도 부르는데(대상 2:7), 모두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간으로 인해 이스라엘 공동체가 괴로움을 당했고, 하나님께서 주신 사명과 비전(Vision)을 이뤄가는 데 있어서 방해가 되었다는 것을 잊지 말도록 한 것입니다. 한 사람의 죄악이 한 공동체를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공동체 안에서 행해지는 죄악이 제거되어야 비로소 하나님께서 주신 사명과 비전을 성취해 나갈 수 있습니다. 아간으로 말미암은 죄악이 제거되자 하나님께서 비로소 그 맹렬한 진노를 그치셨습니다(26절). 공동체 안의 죄가 있다면, 내 안에 불의한 죄악들이 있다면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앞에 가지고 나와서 그 죄를 내려놓고 해결해야 합니다. 아골 골짜기는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신 골고다(Γολγοθα, Golgotha) 언덕과도 같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지은 모든 죄를 대신 짊어지시고 골고다 언덕에서 십자가게 못 박히셨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죄로 인한 모든 고통과 수치를 대신 담당하시고 돌아가셨기에 우리의 모든 죄는 제거되고 의인이라 칭해지는 은혜를 누리게 되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을 때 내가 속한 공동체가 하나님의 은혜를 누리게 될 것입니다. 새해에는 내게 있는 탐욕과 욕심을 모두 내려놓고,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 아래서 하나님의 자녀다운 모습으로 살아가며 하나님께서 주신 사명과 비전을 온전히 이뤄나가는 삶이 되길 소망합니다. (안창국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