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허무맹랑한 이야기들
옛날 사람들이 지은 책에 불경한 말이 실려 있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박학다식함을 남들에게 자랑하고자 한 것이지만, 그럴수록 더욱 그 뒤에서는 허무맹랑하다고 쑥덕이는 것을 전혀 모르니, 지혜롭다 할 수 있겠는가.
당(唐)나라 단성식(段成式)의 《유양잡조(酉陽雜俎)》는 대체로 괴이하고 황당한 이야기들이 많은데, 예를 들면 28수(宿)와 오악(五嶽)이 모두 성명이 있어 그 이름을 부르면 병에 걸리지 않는다고 하는 것들이다.
왕엄주(王弇州 왕세정(王世貞))의 〈완위여편(宛委餘編)〉도 이를 모방한 것인데, 이보다 더 심한 내용이 있다. 이제 그중에서도 더욱 황당하고 놀라운 것들을 대강 이야기해보면 다음과 같다.
이에 따르면 해, 달, 오성(五星) 및 해 속의 오제(五帝), 달 속 오제의 부인, 오악(五嶽), 사해(四海), 오성의 부인, 뇌공(雷公), 전모(電母), 풍백(風伯), 우사(雨師), 북두칠성(北斗七星) 및 저 오악ㆍ오산(五山)ㆍ사해의 부인, 오산장군(五山將軍)이 모두 자신의 성명과 자(字)를 갖고 있으며,칼〔刀〕ㆍ활ㆍ화살ㆍ검ㆍ쇠뇌〔弩〕ㆍ창〔戟〕에도 모두 이름이 있을 뿐만 아니라 주관하는 별이 있고,인체 중의 머리카락ㆍ뇌ㆍ눈ㆍ코ㆍ귀ㆍ혀ㆍ나 심장ㆍ폐ㆍ간ㆍ콩팥ㆍ지라ㆍ쓸개도 모두 이름과 자를 가지고 있다.
또 욕계(欲界) 6천(天), 색계(色界) 18천, 무색계(無色界) 4천 등 28천은 욕계(慾界) 4천왕천(天王天) 다음의 5천과 합쳐 33천이 되는데, 이들 모두 이름을 가지고 있다.
또 9천과 바닷속 오악(五岳)의 이름이 있으며, 중국의 오악에는 각각 좌명(佐命)과 좌리(佐理)가 있다. 또 6천 욕계, 18천 색계, 4천 무색계는 4범천(梵天)과 함께 32천이 되는데, 그 이름은 앞에서 말한 삼계(三界)의 천(天)과 모두 다르며, 청미천(淸微天)ㆍ우여천(禹餘天)ㆍ대적천(大赤天)ㆍ무상대라천(無上大羅天)과 합쳐서 36천이 된다.
그 명호(名號)가 서로 중첩되고 모순되어 번잡하기 짝이 없다.
또 노자(老子)는 호(號)가 17번 바뀌고, 이름과 자가 9번 변하였다.
각주: 〈완위여편〉에 따르면, 노자의 이름과 자(字)는 모두 9개로,
첫 번째 이름은 이이(李耳)이고 자는 백양(伯陽), 두 번째 이름은 이아(李雅)이고 자는 백종(伯宗), 세 번째 이름은 이충(李忠)이고 자는 백광(伯光), 네 번째 이름은 이석(李石)이고 자는 맹공(孟公), 다섯 번째 이름은 이중(李重)이고 자는 자문(子文), 여섯 번째 이름은 이정(李定)이고 자는 원양(元陽), 일곱 번째 이름은 이원(李元)이고 자는 백시(伯始), 여덟 번째 이름은 이현(李顯)이고 자는 원생(元生), 아홉 번째 이름은 이덕(李德)이고 자는 백문(伯文)이다.
또 노자는 시대마다 17개의 다른 호로 불렸는데, 천황(天皇) 때는 통현천사(通玄天師), 지황(地皇) 때는 유고선생(有古先生), 인황(人皇) 때는 반고선생(盤古先生), 복희(伏羲) 때는 울화자(鬱華子), 신농(神農) 때는 대성자(大成子), 축융(祝融) 때는 광수자(廣壽子), 황제(黃帝) 때는 광성자(廣成子), 제곡(帝嚳) 때는 녹도자(錄圖子), 제요(帝堯) 때는 무성자(務成子), 제순(帝舜) 때는 윤수자(尹壽子), 하우(夏禹) 때는 진행자(眞行子), 상탕(商湯) 때는 석칙자(錫則子), 주(周)나라 서백(西伯) 때는 섭읍자(爕邑子), 무왕(武王) 때는 육성자(育成子), 성왕(成王) 때는 경성자(經成子), 강왕(康王) 때는 곽숙자(郭叔子)로 불렸다고 한다. 〈완위여편〉에는 모두 16개의 호만 보이는데, 이 밖에도 노자는 수응자(隨應子)나 적정자(赤精子) 등으로도 불렸다. 《弇州四部稿 卷172 說部 宛委餘編》
이런 예들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이런 것들은 모두 누가 짓고 누가 불렀으며, 누가 듣고 누가 전하였기에 이처럼 상세하면서도 복잡하게 기록하였단 말인가.
무릇 천지에는 삼광(三光)과 해악(海嶽)이 있고, 인체에는 칠규(七竅)와 오장(五臟)이 있는데, 본래 일정한 호칭이 있어 예로부터 지금까지 다른 호칭이 없었으니, 어찌 성(姓)과 이름과 자(字)가 있는 사람과 같겠는가. 그런데 지금 마침내 제멋대로 지어내어 무엇은 무엇이라고 가져다 붙이는데 명확한 근거가 없어 어린애 장난과 같으니, 또한 너무 가볍게 여기고 업신여긴 것이 아니겠는가.
몸은 제천(諸天)에 올라가 각각 그 등급의 순서를 헤아리고, 발은 대지를 섭렵하며 온갖 신령을 두루 벗 삼아 모두 그 성명과 자를 부르고, 또 자신의 신체에 대해서도 각각 그 이름과 자를 부르며 함께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렇지 않다면 종이를 없애고 붓을 닳게 하며 온 정력을 기울여 후세에 전하려 한 것은, 단지 자신을 속이고 남을 속이고자 해서인가. 아니면 남을 속일 수는 없지만, 애오라지 재미 삼아 지필(紙筆)을 놀려 많이 안다는 것을 과시하고자 한 것인가. 참으로 모를 일이다.
《박물지(博物志)》나 《열선전(列仙傳)》과 같은 책들은, 비록 매우 기이하고 황당한 이야기들이지만 이처럼 전혀 의미도 없고 쓸모도 없는 데에까지는 이르지 않았다. 그렇다면 군자가 어찌 이런 것에 눈을 붙이겠는가.
각주 : 박물지(博物志) : 서진(西晉)의 장화(張華, 232~300)가 편찬하였다. 중국 최초의 박물학 저작으로, 《산해경(山海經)》의 뒤를 이어 삼라만상을 기록한 기서(奇書)이다. 모두 10권이며 산천지리(山川地理), 비금주수(飛禽走獸), 인물전기(人物傳記), 신화고사(神話古史), 신선방술(神仙方術) 등으로 분류하였다.
열선전(列仙傳) : 신선들에 대한 전기(傳記) 저작으로, 70명의 신선 이름과 내력, 사적(事跡)을 기술하였다. 구제(舊題)에는 한(漢)나라 유향(劉向)이 지었다고 되어 있으나, 대체로 후인(後人)의 가탁으로 본다.
괴력난신(怪力亂神)은 공자께서 말씀하지 않으신 것이며,제(齊)나라 동쪽 야인(野人)의 말은 맹자께서 취하지 않으셨다. 그런데 이와 같은 설은 괴력난신이나 동쪽 제나라 야인의 말보다도 더 지나친 것으로, 단지 무당들이 사람들을 우롱하며 재물을 탈취하는 거짓 언설일 뿐이니, 어찌 세상에 전할 만한 것이겠는가. 그런데도 허무맹랑한 것을 좋아하는 세상 사람 중에는 신기해하며 정말로 믿는 사람도 있으니, 이는 무슨 이유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