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4, 5일) 사이에 유럽연합(EU)와 G7, 호주 등이 도입한 러시아산 석유 제품에 대한 가격 상한제가 시행됐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기로 한 장거리 미사일격인 '지상발사 소구경폭탄'(GLSDB)의 경쟁력에 대한 평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캐나다는 독일제 탱크 '레오파드2'를 우크라이나로 보냈다고 밝혔다. 나프탈리 베넷 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해 3월 우크라이나 분쟁 중재에 나섰던 비화들을 언론에 공개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이 특수 군사작전에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제거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로고진 전 러시아 연방우주국 국장, 미국의 지상발사소구경폭탄 GLSDB는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밝혀/젠(dzen.ru) 노보스티 캡처
러-우크라 언론에서 '오늘의 이슈'를 찾아내 정리하는 우크라 이슈정리-4, 5일자/편집자
◇ 베넷 전 이스라엘 총리의 중재 비화 공개
우크라이나 측의 요청을 받고 러시아와의 중재에 나섰던 나프탈리 베넷 전 이스라엘 총리가 5일 이스라엘 TV 채널 12와의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과 만났던 비화를 일부 공개했다. 베넷 전총리는 지난 1월 초 네타냐후 총리에게 권력을 넘겨주고 민간인 신분으로 돌아온 상태다.
그는 지난해 3월 이스라엘 총리 자격으로 모스크바를 방문, 푸틴 대통령과 만나고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했지만, 양국간의 평화 협상 중재에 실패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흥미로운' 일화 몇가지를 털어놨다.
지난해 3월 5일 푸틴 대통령과 베넷 총리의 만남을 알리는 크렘린 소식(위)와 2021년 10월 정상회담 모습/사진출처:크렘린.ru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에 따르면 베넷 전 총리는 푸틴 대통령이 특수 군사작전 초기에 젤렌스키 대통령을 제거하지 않기로 약속했다고 말했다. 또 "이 전쟁(러-우크라 전쟁)은 나토(NATO)에 가입하려는 열망 때문에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나토 가입을 거부하고, 러시아와 평화 공존하기로 결심했으나 서방측이 러시아군의 군사적 패배에 승부를 걸고, 4, 5월에 시작된 협상이 계속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흥미로운 대목은 푸틴 대통령의 약속이다. 베넷 전 총리는 "우크라이나와 젤렌스키 대통령 본인의 요청에 따라 지난해 3월 협상 중재자로 나섰다"며 푸틴 대통령과 만난 비화를 이렇게 소개했다.
"푸틴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을 제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젤렌스키 대통령을 죽이지 않겠다는 약속을 저에게 한 것'으로 이해해도 되느냐고 되물었고, 푸틴 대통령은 거듭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베넷 전 총리는 크렘린에서 공항으로 가는 길에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푸틴 대통령의 약속을 전하면서 "생명에 대한 위협은 없다"는 사실을 알렸고, 그는 "확실합니까?" 라고 물었다고 밝혔다. 그는 "100퍼센트" 라고 확답해줬다고 강조했다.
그로부터 몇 시간 후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동안 거주했던 벙커에서 나와 사무실로 돌아왔으며, 바깥에서 (국민에게 전하는) 영상을 촬영했다고 베넷 전 총리는 말했다.
그는 또 리보프(리비우)에 있는 이스라엘 병원을 폭격하지 말아달라며 병원 좌표를 푸틴 대통령에게 전달하자, 대통령은 공격하지 않겠다고 약속했고, 실제로 병원에 대한 미사일 공격은 보고된 바 없다고 전했다.
주목을 끈 것은 평화 협상에 대한 서방측의 부정적인 자세다. 베넷 전 총리는 "평화 협상의 중재자로서 모든 행동은 세세한 부분까지 미국과 독일, 프랑스와 조율됐는데, 그들은 협상을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러-우크라 평화협상/사진출처:러시아총영사관
그가 중재자로 활동했던 지난해 3월 말에는 튀르키예(터키)의 이스탄불에서 러-우크라 평화 협상이 열렸다. 당시 양국 대표단은 전쟁 종식을 위한 합의안 초안을 마련했다. 스트라나.ua는 "우크라이나의 중립국 지위와 2월 24일 이전 상태로의 러시아 철군 등이 (초안에) 포함됐던 것으로 나중에 밝혀졌다"면서 "그러나 협상은 중단됐고,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와 타협 대신 군사적 승리를 선택하도록 설득한 보리스 존슨 당시 영국 총리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설이 언론에 보도됐다"고 전했다. 스트라나.ua는 "베넷 전총리의 주장대로라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군사적 대결을 권한 곳은 런던만이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베넷 전 총리의 인터뷰에 강력히 반발했다. 미하일 포돌랴크 대통령 고문은 "푸틴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을) '죽이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서방은 협상을 방해했다'는 이야기는 모두 거짓말"이라며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은 나토의 확장이나 국가안보 보장, 제재 때문이 아니라, 우크라이나를 파괴하고 우크라이나인을 죽이려는 욕망에서 나온 것"이라고 반박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도 "과거에 푸틴은 크림반도를 점령하지 않고, 민스크 협정을 위반하지 않으며,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그는 그 모든 것을 다 했다"며 "속으면 안된다. 그는 거짓말쟁이다"라고 주장했다.
유럽의 방공미사일 SAMP-T/사진출처:유튜브
-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유럽의 방공미사일 SAMP/T-맘바(Mamba)를 봄에 우크라이나로 이전하기로 합의했다고 세바스티앙 르코르뉘 프랑스 국방장관이 4일 트위트를 통해 밝혔다. 그는 이 방공 시스템이 우크라이나의 넓은 지역에서 드론과 미사일 공격, 러시아 항공기에 대한 방어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콜라 올레쉬추크 우크라이나 공군 사령관은 우크라이나 방공군 부대원들이 유럽의 방공 시스템 조종 훈련을 받기 위해 해외로 나갔다고 밝혔다.
- 올렉시 레즈니코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5일 서방 측이 제공한 무기를 러시아 영토를 공격하는데 사용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그는 “우리는 항상 파트너들에게 러시아 영토를 포격하기 위해 외국 파트너가 제공한 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말한다"며 "일시 점령된 우크라이나 영토에 있는 러시아 부대에게만 사격을 가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시적으로 점령된 우크라이나 영토에 크림반도가 포함되는지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 숄츠 독일 총리는 현지 일간지 빌트와의 회견에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 영토를 공격하기 위해 서방이 제공한 무기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 러시아산 석유의 가격상한제로 러시아의 석유·가스 수출로 인한 수익이 1년 전보다 거의 30% 감소했을 것이라고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이 5일 추산했다. 그는 인도에너지 주간 콘퍼런스에서 러시아산 석유에 대한 가격상한제 시행으로 러시아의 1월 석유·가스 수출로 인한 수익이 1년 전보다 거의 30%, 80억달러(약 10조원) 줄어들었을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EU과 G7, 호주는 5일부터 러시아산 디젤에 대해 배럴당 100달러(12만5천원), 난방유 등은 배럴당 45달러(5만6천원)의 가격 상한제를 시행하기로 합의했다.
- 중국이 군수 장비를 공급하는 방식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원해온 것으로 드러났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4일 보도했다. WSJ은 비영리단체 C4ADS에서 받은 러시아 세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중국 국영 방산업체들이 내비게이션 장비, 전파 방해 기술, 전투기 부품 등을 러시아 국영 방산업체에 수출해온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이런 품목은 중국이 러시아에 수출한 이중용도 품목 수만개 중에서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WSJ은 밝혔다. 이중용도는 군사적 용도로 전용할 수 있는 상품을 일컫는 말이다.
러-우크라 포로교환 장면/텔레그램 동영상 캡처
-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4일 총 179명의 포로를 교환했다. 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비서실장은 116명의 우크라이나군 포로가 석방됐다고 밝혔고, 러시아 국방부는 63명의 러시아군 포로가 풀려났다고 발표했다. 예르마크 비서실장은 영국 출신 구호 활동가인 앤드루 백쇼와 크리스 패리의 시신도 돌려받았다고 공개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아랍에미리트(UAE)가 이번 포로 교환을 중재했으며 '특수 분야'의 군인들도 석방됐다고 했다. 석방된 우크라이나군 포로가 러시아에 비해 2배 가까이 많은 것은 '특수 분야' 군인들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 분야'가 뜻하는 바는 확인되지 않았다.
-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전 대통령)은 4일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가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 영토를 공격할 경우, "위협의 성격에 따라 우리는 모든 종류의 무기를 쓸 준비가 돼 있고 제한도 없다"고 말했다. 또 "러시아의 대응은 신속하고 단호하며 확실할 것"이라며 "핵 억지에 대한 기본 원칙을 따를 것"이라고도 했다. 러시아의 핵 억지 기본원칙은 ▲ 핵무기 또는 대량살상무기가 동원된 공격 ▲ 국가의 존립 자체가 위협을 받는 재래식 무기가 동원된 공격 등에 대해서는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 독일 시사 주간지 슈피겔은 독일 정부가 레오파드2 탱크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기로 결정한 뒤, 주변국가들에게 관련 장비 공급에 동참하도록 설득하고 있으나, 확약을 받은 곳은 거의 없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