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척하기
안정옥
곰을 만나면 죽은 척, 그러나 곰과 맞닥트린 적이
없다 동물원의 곰 발걸음은 멈춰있는 마침표로
그에게 나도 여전히 멈춰있는 마침표 일 것이다
죽은 척하는 사람, 주머니 속에는 숨겨둔 손이 있다
무엇을 할지는 그 다음일이다
---안정옥 시집 {나의 온 삶은 훨씬 짧게}에서
“곰을 만나면 죽은 척”하라는 것은 곰은 죽은 생명체를 건드리지 않는다는 그 습성 때문에 생긴 말일 것이다. 곰을 만났을 때의 ‘죽은 척하기’는 일종의 자기 보호색이자 방어본능일 수도 있지만, 그러나 이 방어본능 속에는 그 무엇보다도 무서운 공격성이 숨어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죽은 척하기’는 가짜 죽음이고 속임수이며, 따라서 이 속임수 뒤에는 주머니 속의 “숨겨둔 손”이 있기 때문이다.
동물원의 곰은 그 사나운 공격성이 거세되어 있고, 동물원의 관람객인 나 역시도 그 어떤 공격성도 갖고 있지 않다. 곰과 나의 호전적인 공격성은 마침표로 그쳐 있지만, 그러나 우리 인간들의 공격성은 그 마침표 뒤에 숨어 있을 때가 더욱더 사납고 잔인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할 수가 있다.
모든 전쟁은 ‘기습작전’이 승패를 좌우하고, 그래서 ‘유비무환의 경계 태세’가 필요한 것이다.
청나라 앞에서의 죽은 척하기, 일본 앞에서의 죽은 척하기, 미국 앞에서의 죽은 척하기----. 하지만, 그러나 우리 한국인들의 ‘죽은 척하기’는 더욱더 사납고 무서운 공격성으로 나타나지 못하고, 그 공격성이 거세된 노예적인 복종태도로 나타났던 것이다. 많이 아는 자는 백전백승의 전략과 전술을 구사하지만, 주입식 암기교육을 받고 백치가 된 우리 한국인들은 단 한 번의 공격은커녕 무조건 항복부터 해버렸던 것이다.
후쿠자와 유키치(1835-1901)는 “조선의 멸망은 조선인을 위해 축하할 일”, “천황폐하, 조선을 정복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라는 글을 쓴 대표적인 ‘정한론자征韓論者’이자 ‘탈아론脫亞論’의 주창자라고 할 수가 있다. 그는 일본의 막부 정치를 종식시키고 일본의 근대화를 창출해낸 영웅이며, 후쿠자와 유키치가 있었기 때문에 오늘날의 일본은 세계 일등국가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일본 근대화의 아버지이자 만엔권 화폐의 주인공인 후쿠자와 유키치, 세계적인 문화영웅인 후쿠자와 유키치를 배출해낸 일본이 너무나도 부럽고 존경스럽다. 이승만, 박정희,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윤석열, 이재명 등과도 같은 인물들 수십억 명이 덤벼들어도 후쿠자와 유키치 한 사람을 이길 수가 없다.
조국과 안철수와 진중권 같은 학자 수십억 명이 달려들어도 마르크스와 아인시타인과 칸트 같은 학자들 한 사람을 이길 수가 없는 것처럼----.
안정옥 시집 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