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1,072일 전 그날로 다시 돌아가 봅니다. 배가 침몰하기 시작할 때 선내 동영상을 보면 아이들은 그냥 기다리라는 어른들의 말만 믿고 서로를 챙기면서 말 그대로 그냥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믿었던 어른들은 아이들을 구해내기는커녕 여지껏 사고원인조차 제대로 짚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유덕기 기자입니다.
<기자>
2014년 4월 16일 오전 8시 25분.
단원고 고 최덕하 학생이 119에 최초 신고를 했을 때만 해도 학생들은 애써 태연 하려 노력했습니다.
[현재 지금은 배가 기울어졌습니다. 저는 토할 거 같고요.]
배는 계속 기울어갔지만 반복되는 '그대로 있으라'는 선내 방송.
[세월호 선내 방송 : 현재 위치에서 절대 이동하지 마시고 대기해 주시길 바랍니다.]
학생들은 이 와중에도 다른 이들을 챙겼습니다.
[(선생님들도 다 괜찮은 건가?) 카톡 왔어. (뭐래?) 애들 괜찮냐고.]
기울어진 배에서 학생들은 서로 의지했고, 아래에서 위로 사람들을 끌어올려 줬습니다.
[故 김동협 학생 : 물이 찼어요. 배가 잠기고 있거든요? 배가 잠기고 있어요.]
전기가 끊기고 물이 차고 상황이 걷잡을 수 없어지기 시작하자 무언가 직감한 아이는 울먹거리며 소리칩니다.
[나는 꿈이 있는데!! 나는 살고 싶은데!…나 무섭다고!!]
세월호 전체 탑승자 476명 가운데 단원고 학생은 325명.
이 가운데 숨지거나 미수습된 희생 학생 수는 250명입니다.
[장애진/세월호 참사 생존 단원고 학생, 지난 1월 9일 : 그 물속에서 나만 살아남은 것이, 지금 친구와 같이 있어 줄 수 없는 것이 미안하고 속상할 때가 많습니다.]
'그대로 있으라'던 어른들은 아직도 사고 책임과 원인을 제대로 밝히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 그날의 아픔은 희생자 가족들과 생존자들만이 오롯이 떠안고 있습니다.
(영상편집 : 채철호)
유덕기 기자dkyu@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