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양승욱의 그림은 크게 두 번의 변화를 겪었다. 젊은 시절에는 화면이 일정한 색과 패턴으로 반복되는 미니멀리즘(minimalism)을 즐겼고, 그 이후부터 지금까지는 그와 정반대인 다양한 색채의 자연풍경을 즐겨 그리고 있다. 단색추상에서 다색구상으로 바뀐 셈이다. 그러나 그의 풍경화는 여느 풍경화와는 다르다. 실제 자연을 옮겨 그리기보다 자연에서의 느낌과 삶의 신념을 표현했기 때문이다. 실제하는 것처럼 그려진 환영(illusion)이 아니라 아름다운 색채로 조형화된 초자연적 풍경인 것이다. 여기서 초자연이란 글자 그대로 자연을 뛰어넘는 현상이다. 실제 자연의 재현을 초월한 이상(idea) 표현을 의미한다. 그 이상형의 중심에는 소나무가 있다. 작가의 그림에 소나무가 유난히 눈에 띄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의 소나무 그림은 민족의 얼을 상징한다. 소나무는 땅이 메마르더라도 양지바른 곳이면 뿌리를 내려 숲을 이루고, 거센 풍상 속에서도 푸르름을 잃지 않는 생명력을 보여준다. 그것이 양승욱의 감정에 맞아 떨어졌던 것이다. 그에 따르면 소나무는 ‘한국인의 삶’을 닮았다. 바위틈과 흰 눈 속에서도 생존하는 강인한 생명력과 절개 때문이다. 특히 그 특성이 가장 확연히 드러나는, 추위 속 시련에도 꿋꿋함을 간직하는 겨울 소나무를 좋아한다. 그래서일까 그는 매 주일마다 산행을 한다. 건강을 다지기 위함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산이 좋아서다. 산을 오르내리며 자연의 숨소리를 듣는다. 그럼으로써 그는 자연과 합일한다. 그러한 과정은 고스란히 그의 작품으로 담겨진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에는 온기가 흐른다. 산에서 옮겨온 자연이 숨 쉬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품에서 흙냄새와 나무냄새가 번져 나온다. 그들만의 냄새가 아니다.
사람들의 삶이 배어있기도 하다. 그가 좋아하고 즐겨 그리는 소나무는 줄기가 굵고, 잎이 푸르다. 그것은 사람의 피와 살을 상징한다. 특히 바위틈과 같은 척박한 환경에서 꿋꿋하게 살아가는 강인한 소나무의 생명력은 한국인의 불굴의 의지를 반영한다. 따라서 그의 소나무는 의인화된 한국인의 삶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회화의 저변에 깔려있는 사상은 우리 것에 대한 소중함과 자연 생명에 대한 애정이다. 따라서 우리는 그의 작품을 통해서 세월의 흐름과 산업화 속도에 따라 상실이 증폭되는 우리 것과 자연 생명에 대한 사랑을 환기하게 된다. 작가의 작품에서 “하나의 인격체로까지 보이는 소나무, 더 높은 소나무일수록 더 강한 바람을 맞으며 끊임없이 바람에 흔들리면서도 자기의 모습을 잃지 않는, 언제 찾아가도 한결같은 영혼의 어머니”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작가의 소나무 그림은 자연물 그 자체라기보다는 그 너머의 영혼적 존재랄 수 있다. 여기서 ‘영혼’은 작가 자신은 물론 가족, 민족, 인류의 이상이다. 작가는 이러한 이상적 영혼을 온갖 악조건에서도 평상심을 잃지 않고 굳건히 살아가는 소나무의 모습으로 조형화 했던 것이다. 일종의 알레고리(allegory), 즉, 은유, 비유적 회화인 셈인데, 누구와도 닮지 않은 독창적 회화를 지향하고 있다. 이게 작가의 예술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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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백장청 2010-3 | 162x130cm mixed 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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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노래 2011-22 | 100x72.7cm mixed 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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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2011-20 | 72.7x53cm mixed media
![](https://t1.daumcdn.net/cfile/cafe/1409D74B4F6694C610)
나의 노래 2011-21 | 34x34cm mixed media
![](https://t1.daumcdn.net/cfile/cafe/110B134B4F6694C70E)
세한송백 | 65.2x53cm mixed media
![](https://t1.daumcdn.net/cfile/cafe/170B284B4F6694C70E)
소나무 2010-5, 30x30cm, mixed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