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아카시아 향기 그윽한 오월의 첫날이다. 오월은 남녀의 사랑이 싹트고 이루어지는 계절이기도 하며 오월에 태어나는 아이가 명석한 두뇌를 가진다고 한다. 가톨릭교회는 오월이 아름다운 절기라며 성모님을 기리는 성모 성월로 기념하며 축제를 보내고 있다.
교구청 성모당에서 제 단체나 본당이 돌아가면서 기념한다. 이번에는 사수동 베네딕도 수녀원에서 ‘성모의 밤’ 행사에 참여했다. 성당 안으로 들어가 시간이 되기를 기다리며 내부의 모습을 보았다. 성당의 제대가 특이하게 꾸며져 있었다. 보통 제대 뒤쪽 벽에는 예수님의 십자가상인데 거기에는 달랐다. 둥근 원형에 위에서 빛이 내려오고 밑에서 올라가는 그런 모습이었다. 하늘과 땅이 맞닿아 조화로운 관계를 이루는 형상으로 느껴져 마음이 안온하여 평화로웠다.
성전 안에는 수녀님과 평신도 봉헌회 회원들이 자리했으며 우리 일행은 2층으로 안내되어 자리를 잡았다. 어떻게 진행되는지 기대하면서 성당 내부를 살펴보았다. 시작을 알리자 수녀님이 제대 쪽으로 두 줄로 행렬을 지어 나와 성모님의 머리에 화관을 씌우고 초를 봉헌하며 깊은 절을 하고 자리했다.
이어서 성모님께 바치는 기도가 낭송되었으며 그 뒤를 이어 연주가 시작되었다. 연주는 봉헌회에서 플루트와 아코디언의 합주로 앙상블을 이루었다. 아코디언 연주자가 우리 본당의 형제였다. 다음은 두 수녀님이 손에 불을 밝혀 조화를 이루며 너풀너풀 음악에 맞춰 춤을 추었다. 마치 천사가 날개를 펄럭이며 다가오는 느낌이었다. 성모님을 위한 천사들의 살가운 몸짓으로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다음은 묵주기도를 바치는 순서로 이어졌다. 매단 지향을 바치며 음악의 리듬이 연주되었다. 기도를 바치는 동안 수녀님의 모습이 제각각이었다. 앉아서 기도하는 사람,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사람으로 격식이 자유로워 오히려 보기 좋았다. 무릎을 꿇는다는 것은 자신을 낮춘다는 의미이다. 한 시간 남짓 행사가 진행되었는데 아름다운 천상의 잔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 요한묵시록이 떠올랐다. 기원후 70년 로마항쟁에서 패하여 요한은 성모님을 모시고 에페소로 피신했다. 거기서도 쫓기어 파트모스섬으로 가서 영어의 생활을 보냈다. 어느 날 환시로 요한은 천상에 불리어 올라가 그곳의 모습을 보는 장면으로 연상되었다. 색다른 ‘성모의 밤’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