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연주 녹음을 해보면서 저 나름대로 리뷰 가능한 데이터가 생기면서 지난 연주들을 천천히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주법에 변화가 또렷하게 생긴것은 아무래도 개량단소를 본격적로 사용하고 난 후 부터인 것 같습니다. 특히 요성의 표현과 완급 조절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개량단소 사용의 목적은 가요와 서양음악을 보다 편한 운지법과 정확한 음정으로 불기 위함에 있습니다. 따라서 전통 단소의 시김새와 주법을 그대로 갖다가 사용하기에는 조금 부담스러운 부분들이 있었는데요.
그동안의 연주 영상을 죽 살펴보니 요성의 표현에 있어서도 굵고 거친 부분들을 제한하면서 부드럽고 여리여리한 느낌이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특히 반주 MR을 기타에 맞추면서 하는 것을 선호하다보니 더 그렇게 된 것 같은데
이로써 너무 튀지않고 곡의 분위기를 헤치지 않으면서 듣는이가 좀 더 듣기 편하고 선호하는 느낌이 되었지만 반대로 전통음악에서 기존에 구사하던 역동적인 요성마저 여리여리하게 바뀌면서 전통음악의 맛을 표현하는데는 오히려 방해가 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부분은 앞으로 의도에 따라, 연주하고자 하는 곡에 따라 요성의 진폭과 완급을 그에 걸맞게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 방식으로 개선이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사실 전통음악보다 가요를 연주하면서 단소 호흡의 완급조절을 더 섬세하게 배울 수 있었는데 가요 연주는 음정이 조금이라도 엇나가면 바로 나가리가 되는 바람에 극도의 섬세함을 요구하는 까닭인 것 같습니다.
특히 3년 전의 연주에서는 비어있는 행간 마다 요성을 모두 넣었던 반면에 요새의 연주에서는 긴 호흡으로 부드럽게 흘려보내거나 비브라토 없는 단단하고 꽉찬 소리로 나아가면서 보다 다양한 표현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2박이상 진행되는 구간에 요성을 넣는게 약간 습관이기도 했지만 음정 유지하기도 편해서 그리하였던 것인데 이게 가요연주에서는 약간 좀 지저분하게 들리기도 하였습니다.
결정적으로 친구가 "야 니가 불면 왜 가요가 다 타령이 되고, 동치미 구린내가 나는것 같냐" ㅋㅋㅋ. ㅜㅜ 라고 말하는 바람에 좀 더 객관적으로 문제파악을 해보았던 것 같습니다. 결과적으로 정확한 음정이 중요하며 전통음악이 추구하는 아름다움의 포인트와는 지향하는 바가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게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사실 예전에 소프라노 조수미의 리사이틀 영상에서 음정은 그대로 유지한채 음의 강약만 극단적으로 바꾸는 초절정 기교를 보여준 적이 있었는데 저도 이때 이것을 보고 음정은 유지한채 어떻게 강약만 뚜렷하게 바꿀 수 있을까 연습을 많이했던것 같습니다.
취구가 작고 고개의 움직임을 고정하여야 예쁜 소리가 나는 단소로는 유입되는 공기의 크고 작음만으로는 이것을 표현하기 너무나도 어렵다는 것을 느끼고 매번 좌절하지만 어쨋든 해보다보니 방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요성을 배제한 완급조절만으로 감동을 주는 방법을 더 찾아보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서는 중국 샤오 연주자들의 방법을 많이 관찰하고 있습니다. 대륙 형님네들 샤오는 딴딴하고 알찬 요성이 안되지만 다른 주법들이 더 발달된 것 같았습니다.
또 산조단소의 요성법을 개량단소에도 적용해보고 있는데 원리상 불가능한 것은 아닌데 역시 어렵습니다. 명인 선생님들이 개량단소로 자유자재로 표현하는 것을 보고 배우고 있어요. 유튜브가 얼마나 감사한지..
장식음의 표현에서도 개량단소가 잘 표현할 수 있는 표현법들을 찾아보고 있습니다. 사실 기본이 되는 것은 전통음악에서의 주법들인데 전통음악에서는 다채로운 표현법이 가요에서는 갖고와서 쓰기 부담스러운게 많습니다. 기껏해봐야 ^ (위음 제음), ㅅ(두음위 제음), ~(번개모양, 제위제), 제아제 등등 정도인데 역시 좀 심심한 맛이 듭니다.
예전에 대금의 주법에서 ctrl+c 해서 단소에 붙여넣기 해본 주법으로 잘 되었던 것이 있습니다. 한음에서 아래음으로 떨어질 때 미분음을 삽입하는 방식인데 가령 임-> 중으로 갈 때 일반적으로는 1~3공을 막은 상태에서 추가로 오른손 검지로 4공을 막으면 그만이지만 장식음의 삽입을 위해서 임종음을 불다가 왼손 3공을 떼버리고 동시에 오른손 검지로 4공을 막았다가 다시 연이어서 3공을 막는 방식입니다. (중->협도 마찬가지)
그러면 임->중으로 넘어갈 때 뾰로롱 하는 소리가 나는데 이 소리가 굉장히 찰지고 개성이 넘칩니다. 개량단소에서는 미스없이 100% 발동되는데 전통단소에서는 잘 안되더라구요. 이것은 지공 수에 따른 악기 구조의 차이 때문인 것 깉습니다. 하동 선생님 댁에서 진도아리랑 배울 때도 선생님이 이 주법을 사용하시길래 아 원래 전통음악에서도 쓰는구나 하고 알았습니다.
혼자서 실험노트 써가면서 악기를 이해하느라 발전 속도가 좀 느리긴한데 돌아보니 3년동안 발전이 있었습니다. 이상 느낀점이었습니다 ^^
첫댓글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며 노력하는 자세에 박수를 보냅니다. 이미 훌륭한주자인데 더 노력하시면 1류 연주자가 될 것입니다. 차츰 난이도를 높여 개량단소의 정통연주곡에도 관심을 가짐이 어떨지...악보는 있습니다.
단소연주에 큰 도움이 되는 좋은 경험담을 적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