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은 한국의 공무원 조직 가운데 가장 혼나는 곳입니다. 기상청 직원들이 부정부패를 저질러서도 아니고 기상청이 이른바 적폐집단도 아닌데도 거의 매일 질책을 당하는 부서가 바로 기상청으로 생각됩니다. 이권부서도 아니고 권력에 눈치를 봐야하는 그런 조직도 아닌데 욕은 참 많이 먹습니다.그것은 바로 국민들과 바로 만나는 대민부서이기 때문입니다. 은행으로 치면 바로 고객창구에 해당된다고 보입니다. 또한 요즘은 기상이 바로 돈이다라는 표현이 있듯이 기상정보는 국민들에게 가장 피부에 닿고 가장 궁금해서 아침에 일어나면 우선 기상청 기상정보부터 본다는 국민들이 대다수입니다. 그만큼 국민들의 삶에 밀착되어 있으니 그 반응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기상청 예보가 맞으면 당연한 것이고 틀릴 경우 살벌한 질책이 쏟아지는 것이 기상청의 숙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올해 장마는 정말 역대급입니다. 인생 살만큼 살았던 나이인 저도 평생 처음 경험하는 장마입니다. 길이도 길고 그 강도도 엄청납니다. 예전 장마들은 마른 장마 등 이름만 장마이지 그다지 위해를 가하지 않았습니다. 대충 6월말 시작해서 7월 중순이면 끝났습니다. 장마에 맞춰 휴가계획을 세우는 것이 한국 가장들의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전혀 달랐습니다. 거의 한달 가까이 진행되는 데다가 끊임없이 비가 쏟아지고 그것도 역대급 폭우를 동반했습니다.
예년에도 장마철 일기예보 적중률이 매우 떨어진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70%정도면 선방했다는 것이 기상청 주변의 말입니다.하지만 올해는 그 적중률이 현저히 하락하고 있습니다. 기상전문가들은 한반도 주변 환경이 달라져 중국으로부터 갑자기 대형 비구름이 형성돼 한반도로 직격할 때 그것을 미리 예상한다는 것이 매우 어렵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기상전문 용어는 생략하기고 합니다.
하지만 국민들은 그런 기상상황을 이해할 만큼 그렇게 너그럽지가 않습니다. 그런 불확실한 예측을 하라고 국민의 세금으로 거액의 슈퍼컴퓨터를 구입해주었냐... 기상 전문가들을 대거 채용했는데 이 정도 확률은 곤란한 것 아니냐는 것이죠. 저도 그 지적에 동의합니다. 하지만 요즘의 기상변화는 정말 변화무쌍합니다. 홍길동이 도술을 부리는 것같기도 합니다. 지구온난화로 전세계가 폭염과 폭우로 시달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기상전문가들도 예측을 못한 상황이기도 합니다. 아마도 슈퍼컴퓨터도 이상기후와 예측불허의 기상상황을 쫓아가기 버거웠을 것으로 보입니다.
요즘 기상청 홈페이지가 질타의 소리로 덮혔다고 합니다. "기상청이 아니고 구라청이다. 아니 중계청이다. 비가 오면 온다 안오면 안온다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옆집 할머니 몇분 기상청에 모셔두는 것이 더 정확할 지도 모른다...". 특히 본격적인 휴가철에 상인들의 볼멘소리가 진동한다고 합니다. 휴가철 일정을 잡은 사람들의 아우성은 극에 달합니다. 하긴 기상정보가 빗나가니 그럴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기상예보에 따라 장사 재료를 구입했고 기상예측에 따라 휴가 일정을 정했는데 그것이 틀릴 경우 받는 심적 분노는 설명하기도 힘들 정도일 것입니다. 일년 장사 다 망쳤다는 소리도 나오고 휴가일정을 잘못잡은 가장을 바라보는 가족들의 살벌한 눈초리가 무섭다는 소리로 들립니다.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 건설업 종사자들과 농사일을 하는 농부들의 애타는 심정이 기상청에 분노의 목소리로 날아가고 있습니다.
기상청을 질타하는 내용가운데 상당수는 기상청의 태도입니다. 기상청의 예보 방침 또는 예보 메뉴얼때문인지도 모릅니다. 기상청이 날씨를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비구름이 급습하고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 그때서야 비예보를 한다는 것입니다.또한 하도 질타가 심하니 일단 비가 온다고 예보해 놓고 비가 오지 않으면 그때서야 예보를 순식간에 바꾸는 기민함을 보이는 것이 아니냐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국민들을 놀리거나 면피용 일기예보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입니다.
물론 기상청 직원들도 할 말이 많을 것입니다. 자괴감도 들 것입니다. 잘해야 본전이라는 표현이 딱 맞는 것이라는 푸념속에 사로잡혀 있을 지도 모릅니다. 자신들도 휴가를 반납하면서 불철주야 국민들에게 보다 정확한 일기 예보를 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는데 결과는 항상 무지막지한 욕과 질타이니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생각을 바꿀 필요도 있습니다. 그만큼 국민들의 생활에 밀접한 일을 하는 부서에 근무하니 힘들더라도 보람을 찾으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더욱 정확한 예보를 하기위해 공부해야 합니다. 적당히 컴퓨터에 모든 것을 의존하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기상은 신이 조종한다고 합니다. 오로지 신밖에 모르는 것이 두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증시이고 또 하나는 기상예보라고 하지요. 그만큼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하긴 요즘 신도 신바람이 나지 않지요. 특히 지구라는 이 괴물은 신이 그렇게 주의를 주어도 개선되거나 훼손을 방지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기때문입니다. 지구 종말론 지구소멸론에 힘이 실리는 이런 시기에 뭐 좋다고 신이 날씨까지 조절하겠습니다. 아니 신이 화가나 인간들에게 일부러 골탕을 먹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신이 버린 지구의 날씨를 어찌 기상청 직원들과 컴퓨터가 알 리 있겠습니까. 이제 조금만 지나면 좋은 날씨가 되고 기상청 예보도 정확도를 높힐 것으로 보입니다. 국민들도 조금 더 참고 기상청 직원들도 힘들지만 조금 더 애써주면 국민들과 기상청사이에 갈등도 점차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2024년 7월 26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