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해 살이 푸념
회사 일로 상해로 파견 온 지 7개월에 접어들었다. 회사 일로 알게 된 대학 선배와 토요일 점심 약속이 있어 홍췐루 한국식당에 자리 잡고 반주 겸 식사를 했다. 대학 선배는 자기 고등학교 후배라며 내 나이 한두 살 아래의 친구를 불러냈고 두어 번 스쳐 지나가며 알게 된 그 친구는 넉살 좋게 ‘선배님’ 하며 대학 선배와 저를 깍듯하게 대했다. 이런저런 얘기 하다 보니 소주를 꽤나 마시게 되었고 나는 취기가 올라 먼저 식당을 나섰다. 그 길로 곧장 금수강남 숙소로 돌아와 잠이 들었다.
한밤중에 정신 차리고 보내 식당에 자켓 두고 온 게 생각이나 자정이 다 되어 다시 식당에 들렀다. 종업원은 저를 알아보는 듯했지만, 자켓은 없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일행이 챙겼으려니 하고 숙소로 다시 돌아왔다.
다음날, 대학 선배의 고교 후배라는 녀석이 전화 와서는 잘 들어가셨냐? 안부를 물어 잘 들어왔다. 얘길 하고 내 자켓 혹시 챙겼냐며 물었더니 내가 술이 많이 취해 식당 앞에 앉아 있어 식당에 있던 자켓을 챙겨 나에게 입혔다는 얘길 꺼냈다. 그리고 대학 선배도 몸을 못 가눠 대학 선배를 챙겨 집에 바래다주었다 했다. 그러면서 자기가 오후에 다시 한국식당에 들러 자켓을 찾아보겠다고 전했다.
자켓도 자켓이지만 거기에 지갑과 중국 돈 1400원, 신용카드 두 장, 교통카드 중국 은행카드 등이 들어있어 곤란하게 생겼다. 돈이야 없어도 그만이지만 각종 카드는 없으면 곤란했다.
우선 금수강남 물업사무소에 들러 어제 CCTV를 돌려봤다. 오후 3시를 갓 넘겨 정문을 통해 숙소로 돌아오는 모습엔 자켓은 안보였다. 후배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혹시 몇 시에 헤어졌고 가게 문을 나섰을 때 나에게 자켓을 입혀준 위치 등을 다시 물어보았다. 그리고 한국식당에 다시 들러 CCTV 보려고 하니 CCTV 조작할 줄 아는 직원이 오후 4시 반에 출근한다고 해서 그 이후에 오라고 했다.
저녁 한국식당에 들러 CCTV를 돌려보니 대학 선배를 챙기며 후배 녀석은 내 자켓과 자기 자켓을 챙겨 들고 식당을 나서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재차 후배에게 전화를 걸어 어느 위치에서 자켓 입혀줬는지 물어보고 그 언저리 식당에 들러 사장에게 사정을 얘기하고 부탁해 CCTV를 돌려보았다. 그 식당 CCTV 화면에도 자켓은 보이지 않았다.
이때부터 그 후배 녀석이 의심스러웠다. 후배 녀석에게 전화를 걸어 알려준 위치에 CCTV를 보니 자켓을 걸치고 있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리고 솔직히 얘길 했다. 자켓을 입혀줬다는데 CCTV 어디에도 남지 않아 ‘혹시 챙겨가지 않았느냐?’ 하니 아니라 완강히 부인한다. 그리고 어제 몇 시에 귀가했냐고 물어보니 노래방에 들렀다가 새벽에 집으로 돌아왔다고 했다.
저녁 약속이 있어 오후 8시가 넘어 다시 금수강남 물업사무소에 들러 그 후배 녀석이 산다는 동수 엘리베이터 로비 CCTV 확인 보안대장 작성하고 거기에 눌러앉아 2시간이나 돌려봤다 그러던 중 저녁 7시 즈음 제 자켓 들고 엘리베이터를 타는 모습이 고스란히 찍혀 있었다. 핸드폰으로 동영상을 찍어서 문자를 보내니 답변이 없다. 울화통이 치밀어 밤을 새웠다.
다음날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따지니 딱 잡아뗀다. 그게 자기 자켓이라며 뻔히 색상도 다른 것을 우겨댄다. 홧병 날 지경이었다. 그래서 대학 선배에게 3자 확인해보자며 전화 끊고 대학 선배에게 자초지종을 얘기했고 식당 동영상, 물업사무소 동영상을 보냈다. 선배는 자기가 연락해보겠다고 했다. 다시 그 후배에게 부재중 전화와 위챗 메시지가 왔다. 자켓 사진을 보내며 ‘이게 맞냐’며 참 어이가 없었다. 사실 자켓은 잃어버려도 상관없지만, 지갑이 문제였다. 그 후배는 자신이 자켓 챙길 때는 지갑이 없었다는 말만 둘러댄다. 참 뻔뻔하기 그지없다. 그럴 거면 일요일 오전에 전화할 때부터 사실을 얘길 해야지. 검은 속내가 빤히 보인다. 그때부터 나를 떠봤다는 생각에 소름이 돋는다.
내가 오늘 출근 중이어서 저녁에 보자니 처음엔 자기 떳떳하다며 보자고 큰소리치더니 자기 저녁 약속 있고 내일 출장을 가야 해서 시간이 안 된다고 둘러댄다. 저녁 6시에 보자는데 사실 나는 퇴근해서 홍췐루 오면 7시가 넘는다. 나는 대학 선배와 삼자대면 하자하고 다시 연락하겠다 했다. 퇴근하려니 위챗 메시지 하나가 와있다. ‘경비실에 맡겼다고’
이 글을 쓰는 와중에 위챗 메시지 하나가 또 들어왔다 ‘자기 집까지 가져온 걸 몰랐고 지갑을 자기가 왜 가져가겠냐’는 변명만 늘어놓았다 그러면서 ‘자기는 주재원이며 신원이 확실하고 막장으로 가겠느냐는 내 말에 거북스러웠고 개인 사생활 CCTV를 허락 없이 봐서 거북한 마음이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애길 적어놨다 ‘지갑 잘 찾아 보라’는 말과 함께
이런 사람이 어떻게 아이가 있는 한 가정에 가장일 수가 있는지 참 몰염치하다.
한인 간 분쟁 중재해 준다는 곳에 연락을 취하니 형사사건은 중재가 어렵고 절도로 공안 파출소에 가서 신고해야 한다며 위치를 알려준다. 지금 마음 같아서는 신고를 해서라도 당한 만큼 똑같이 해주고 싶지만, 우선 마음 다스리고 내일 찬찬히 생각해 봐야겠다. 인생의 한 수를 다시 배운다.
그 후배 녀석이 이 글을 읽는다면 반박을 남겨도 좋다. 적어도 떳떳하다면 처음부터 자켓에 지갑이 있었단 걸 증명하라 이런 얘긴 남기지 말고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첫댓글 참 안타깝고 슬픈 얘기입니다...중국에 와 있는 한국사람들의 문제라기 보다는 개인의 소양문제라고 생각하시기 바랍니다...그저 빨리 잊으시고 과음하지.마시고 특히 낮에 술 많이 하는 건 앞으론 절대 심가하시기 바랍니다...과음하면 오랜 친구를 만나도 회포를 풀기보다 술로 인해 뒷탈이 더 생길 수 있습니다..타지에 나오면 긴장이 풀려 가끔씩 과음하게 됩니다...하지만 사실 여기선 더 조심해야 합니다
마음 많이 아프시겠습니다. 돈을 제쳐두고 한 단계 건너 아는 사람에게 당한 그 마음의 상처가 더 크죠.
공안에 신고해서 꼭 밝혀내고 싶은 마음도 있을겁니다. 다만, 더 중요한 것은 본인의 마음입니다. 타지에서 이런 일을 당한 것이 마음 아프시겠지만, 마음을 잘 다스리시고,
상해생활이 새로운 즐거운 일들로 채워지기를 바랍니다.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나옵니다. 힘내세요.
후배님..진짜 거지같은놈이네.. 에레이 그르지같은놈 여태껏처먹은 쌀이아깝다이놈아
저런부류 인간들은 부끄러운줄도 몰라요, 아마도 재수없어서 걸렸다 생각할껍니다.. 상종을 하지마세요.
참 이런일도 있군요.
하... 진짜 할말이 없내요... 진짜 저사람은 살면서 진짜 벌받을꺼에요.. 덕분에 수고하셨내요ㅠ
월급 또박또박 받는 주재원 중에 이런 인간이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
이런 사람들은 자기가 아직도 잘못한줄 모릅니다. 오히려 더 뻔뻔히 나가는게 자기한테 득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인정을 해버리면 선배도 볼 면목이 없기에 참 부끄러운 인간입니다
진짜 추접스러운 인간이군요...이룬사람이 있다니 믿기질않습니다 좀도둑 사기꾼보다 더한놈이네요...맘를 잘추스리시고 앞으론 좋은일들이 많기를 ...
사람이 싹수가 글러 먹은거네....어느회사인지 몰라도 기본소양도 검증하지 않고 주재원으로 내보냈다는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