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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금 유용? 시위 일당 지급? 전장연, 하태경 전면 반박
기자명 하민지 기자 입력 2023.06.08 17:38
서울시, 지난 3월부터 전장연 표적 조사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노동자 ‘시위 횟수’ 집중 조사
보조금 유용? “전장연은 사업 위탁기관 아냐”
시위 강제동원? “노동자 비하 멈춰 달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가 하태경 국민의힘 국회의원(시민단체 선진화 특별위원회 위원장)의 발언을 전면 반박했다.
전장연은 7일 오전 9시,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장애인복지법 개악 저지 농성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하 의원이 전장연을 폭력단체로 낙인찍고, 선진화를 명분으로 혐오정치를 일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조사표 일부. 3번 직무 현황(아래)을 보면 원래는 없던 ‘시위 횟수 및 비율’ 항목이 새로 생겨났다.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조사표 일부. 3번 직무 현황(아래)을 보면 원래는 없던 ‘시위 횟수 및 비율’ 항목이 새로 생겨났다.
- 서울시 표적조사 이후 ‘불법집회 일당지급’ 프레임까지
예견된 참사라고 해야 할까. 지난 3월, 서울시는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아래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시위 참여 횟수와 비율을 따로 조사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서울시는 전장연을 표적 삼아 탈시설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자립생활주택 운영 사업, 활동지원서비스 추가 시간 등을 무리하게 조사하면서 탈시설 정책을 문제 삼았다.
조사 당시 서울시 장애인자립지원과는 ‘권리중심공공일자리 현장 실사를 진행한다’며 전국권리중심중증장애인맞춤형공공일자리협회(아래 전권협) 소속 14개 단체에 최근 3년간 자료를 닷새 내로 준비하라고 요구했다. 서울시가 제시한 ‘지도점검표’의 ‘직무현황’ 항목에는 캠페인 횟수와 시위 횟수를 따로 표기하게 돼 있었다.
서울시는 권리중심공공일자리의 취지를 모른 채 조사하면서 조사의 취지는 제대로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권협의 조은소리 사무국장은 “(조사원들이) ‘5분 교육받고 왔다’,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이 뭐냐’고 말하는 등 권리중심공공일자리가 뭔지도 모르더라”고 말했고, 우정규 정책국장은 “서울시가 매년 제출하는 것의 3배나 되는 자료를 요구하면서 조사의 취지와 목적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대답을 내놓지 않았다”고 했다. (관련 기사: 서울시,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시위 횟수’ 따로 조사했다)
해당 조사는 김종길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김 의원은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실의 선임비서관 출신이다. 김 의원 주도로 전장연만 표적 삼아 악의적으로 진행된 조사는 특위의 첫 번째 ‘성과’로 공개됐다. 지난달 29일 출범한 특위는 출범 하루 만에 시민단체 ‘선진화’의 첫 단체로 전장연을 지목했다. (관련 기사: 서울시, 전장연 압박하며 ‘탈시설 조이기’ 본격화)
하 의원은 지난달 30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정부지원금을 주지 말아야 될 때는 그렇게 생각한다. 폭력 조장하는 NGO(비영리시민단체)들, 대표적인 게 전장연이 있다고 본다. 국민들 괴롭히고…”라고 말했다.
이후 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 특위 브리핑 등을 통해 연일 권리중심공공일자리를 비난하고 나섰다. 특위 위원이 아닌 이종성 의원까지 가세했다. 이 의원은 보수성향의 관변단체로 불리는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사무총장 출신이다.
친(親)정부 쪽 특정 장애인단체 출신 국회의원과 윤석열 정부의 ‘시민단체 죽이기’ 정책을 수행하는 인사들이 합작한 결과,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빚어졌다.
‘전장연은 불법·폭력 시위에 중증장애인을 강제 동원했고, 서울시 보조금을 유용해 시위참여에 대한 일당을 지급했다.’
전장연은 7일 오전 9시,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장애인복지법 개악 저지 농성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의 발언을 전면 반박했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TV에 발표 자료를 띄워놓고 1시간 동안 이러한 부분을 설명했다. 사진 하민지
전장연은 7일 오전 9시,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장애인복지법 개악 저지 농성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의 발언을 전면 반박했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TV에 발표 자료를 띄워놓고 1시간 동안 이러한 부분을 설명했다. 사진 하민지
- 보조금 유용? “전장연은 공모 참여한 적도 없어”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1원도 받지 않았다”고 이야기한다. 이는 사실이다.
서울시뿐 아니라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사업을 시행하는 9개 지방자치단체는 매년 이 사업을 수행할 기관을 공개 모집한다. 신청 자격은 지자체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장애인복지관 등 사회복지시설과 법인, 비영리민간단체 형태의 장애인단체 등이다. 보통은 장애인의 지역사회 자립생활과 탈시설 등을 지원하는 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신청한다.
수행기관으로 선정된 단체는 지자체 대신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사업을 시행할 권한을 부여받는다. 지자체가 수행해야 할 사업을 민간단체에 위탁한 것이기 때문에, 지자체는 민간단체에 시비(市費), 도비(道費) 등 지방보조금을 지급한다. 해당 예산 대부분은 사업을 수행하는 담당 인력의 인건비에 사용된다.
전장연은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사업 공모에 참여한 적이 없다. 전국 각지에 있는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중 이 사업에 관심 있는 센터들이 공모에 참여하는데, 수탁기관으로 선정된 센터 중 많은 곳이 전장연 회원단체다. 전장연은 여러 회원단체의 ‘투쟁 연대체’로서 역할을 담당한다. 회원단체는 전장연에 소정의 회비를 내고 여러 투쟁에 자발적으로 결합할 뿐, 전장연에 자금을 조달하거나 의결구조에 참여하지 않는다. 전장연의 회계구조는 시민의 정기·일시 후원금뿐이다.
한명희 전장연 활동가는 7일 비마이너와의 통화에서 “전장연 회원단체가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사업에 참여해서 받는 지방보조금은 중증장애인 노동자의 임금 등 사업 수행에 사용되지 전장연이 유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장연 회원단체가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사업을 수행하며 지방보조금을 아무리 많이 받는다 해도 전장연이 배불러지는 구조가 아니라는 것이다.
박 대표는 이 같은 구조를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아래 시설협회)와 시설협회 소속 924개 장애인거주시설에 비유했다. 2021년 12월 기준, 전국에는 1535개 장애인거주시설이 있다. 시설협회 홈페이지에 따르면 시설협회 회원 거주시설은 924개다. 정부와 지자체는 운영지원비, 기능보강비 등의 명목으로 국비와 지방비를 합쳐 매년 9천억 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전국 시설에 투입한다. 박 대표는 “하 의원의 주장을 비유하자면 이 9천억 원을 시설협회가 전부 유용했다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시설에서 인권침해가 일어나고 회계부정 등 각종 비리가 일어나도 정부는 시설에 투입하는 보조금을 한 번도 끊은 적이 없다. 지금도 시설에서 인권침해가 계속되고 있고 대구시 달성군에서는 (장애인 사망사건이 일어난 시설의 법인설립 허가를 취소해 달라는) 농성이 진행되고 있다”며 “각종 보조금을 받고도 인권침해가 일어나는 시설은 왜 조사하지 않나? 시설 인권침해부터 조사하고, 전장연이 아무리 미워도 보조금을 유용한다는 거짓말은 하지 말아 달라”고 규탄했다. (관련 기사: 대구장차연, ‘장애인 사망 시설 허가 취소’ 달성군청 앞 농성)
한 활동가가 기자회견에서 “서울시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지속가능한 일자리 보장, 내년에도 일하고 싶습니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하민지
한 활동가가 기자회견에서 “서울시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지속가능한 일자리 보장, 내년에도 일하고 싶습니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하민지
- 시위 동원 후 일당 지급? “노동자 비하 멈춰라”
하 의원은 지난 4일, 서울시가 서울시의회에 제출한 자료를 공개하며 “전장연이 시위 일당으로 2만 7천 원에서 3만 7천 원을 지급했다”고 말했다. 어떤 계산으로 이 같은 일당이 나왔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앞서 설명했듯 지방보조금은 전장연이 아니라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사업을 위탁받은 기관이 받는다. 그러므로 전장연이 지하철 시위에 대한 일당을 지급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애초에 지방보조금이 전장연을 거쳐 간 적도 없다.
하 의원은 단순 계산으로 전장연이 시위 일당을 지급했다고 말한 것으로 보인다. 권리중심공공일자리는 서울시를 기준으로 시간제와 복지형으로 나뉜다. 시간제는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주 20시간 근무하며 월 100만 5,290원을 받는 일자리다. 복지형은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주 15시간 근무하고 임금은 75만 360원이다. 두 유형 모두 최저임금이 적용된다. 하 의원은 이 같은 임금을 일수로 대강 나눠서 전장연이 시위참여에 대한 대가로 일당을 지급한 것처럼 표현한 것으로 짐작된다.
박 대표는 “하 의원은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노동자를 하루 일당 받고 동원되는 사람으로 조롱했다.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비하를 멈춰 달라. 하 의원의 발언을 모아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노동자는 노동해서 소득을 얻는 것에 만족감을 표한다. 국가가 이 같은 일자리를 늘려서 중증장애인의 기본권인 노동권이 보장돼야 한다고 여러 차례 언급했다. 아래의 증언은 지난 2년간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노동자들이 여러 현장에서 한 발언을 비마이너가 기록한 것이다.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노동자들이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하민지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노동자들이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하민지
“세상 모든 시민은 먹고살 권리가 있는 민중입니다. 지금 필요한 건 권리중심공공일자리입니다. 장애인들이 일할 수 있도록 일자리 지원을 늘려라!” (성북장애인자립생활센터 정규웅 노동자)
“권리중심공공일자리가 더 많이 생기면 좋겠습니다. 다들 나처럼 이 일자리에서 함께 일하고, 돈도 벌고, 잘 살면 좋겠습니다. 장애인도 노동하며 건강하게 살 수 있습니다.” (에바다장애인자립생활센터 신지호 노동자)
“윤석열 정부는 중증장애인의 행복추구권을 보장해야 합니다. 행복추구권은 헌법 10조에 명시된 권리입니다. 노동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중증장애인을 위해 정부는 공공일자리를 발굴하고 지원하라!” (포천나눔의집장애인자립생활센터 최장미 노동자)
“작년(2021년)부터 시작한 경기도 권리중심공공일자리에 참여해서 지금은 지역사회에서 장애인식개선 캠페인을 하고 있습니다. 이 일자리는 장애인에게 최저임금을 줍니다. 덕분에 가끔 탈시설한 후배들에게 맛있는 걸 사주는 멋진 선배가 될 수 있었습니다.” (김포장애인야학 김희선 노동자)
“권리중심공공일자리에서 일하기 전에도 취업을 시도해 봤지만, 저한테는 기회가 없었습니다. 이 일을 하면서 예전에는 허무하게 보냈던 시간을 지금은 알차게 보내고 있습니다. 월급을 받아서 청약과 적금을 들고, 부모님 생활비를 보태드린 뒤 남은 돈을 용돈으로 쓰고 있습니다. 저도 이제 중증장애인의 평등을 위해 일하는 떳떳하고 멋있는 노동자로 살고 있습니다.” (중랑장애인자립생활센터 신동권 노동자)
기자회견 현장. 한 활동가가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 지원특별법 제정하라”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해당 법안은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대표발의했다. 이 피켓 옆에 “집회, 시위도 노동이다”라고 적힌 작은 피켓이 보인다. 사진 하민지
기자회견 현장. 한 활동가가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 지원특별법 제정하라”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해당 법안은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대표발의했다. 이 피켓 옆에 “집회, 시위도 노동이다”라고 적힌 작은 피켓이 보인다. 사진 하민지
- 노동으로 시위는 불가?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취지 전면 왜곡”
하 의원 주장의 가장 큰 문제점은 권리중심공공일자리의 취지를 곡해했다는 점이다.
권리중심공공일자리는 중증장애인의 노동권을 보장하기 위해 생겨난 일자리다. 비장애인 중심의 의사소통이 어려운 중증발달장애인, 손발을 쓸 수 없는 사지마비나 와상장애인 등은 보통 취업해서 돈을 벌기 힘든 사람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권리중심공공일자리는 ‘중증장애인은 일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중증장애인이 일하지 못하는 사회에 주목한다. 노동시장을 ‘능력’ 있는 비장애인 중심 구조로 짜놓고 중증장애인을 진입하지 못하게 하는 것 자체가 차별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권리중심공공일자리는 중증장애인 특화 일자리로 만들어졌다. 일자리를 만들어 놓고 중증장애인을 경쟁시키는 게 아니라 일자리가 중증장애인을 위해 마련됐다. 2020년 7월, 전국 지자체 최초로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사업을 시행한 서울시는 같은 해 5월, 사업 시행 소식을 알리며 “경쟁이 치열한 고용시장에서 일자리 참여 기회조차 얻기 힘든 최중증장애인도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권을 누릴 수 있도록 ‘노동의 기회’를 준다는 점이 이번 사업의 가장 큰 의미”라고 말했다.
권리중심공공일자리를 최초로 제안한 전장연은 이 일자리가 “권리를 생산한다”고 설명한다. 이윤을 창출하기 위한 ‘생산능력’을 중요하게 여기는 비장애인 중심, 자본 중심의 노동시장에 대항하는 말이다. 또한 장애인 노동이 보호작업장과 같은 직업재활시설에 갇혀 있는 것도 비판하는 말이다. 장애인의 ‘재활’을 강조하는 기존 노동시장에서는 단순 노동 중심의 물품 생산 업무만이 장애인의 노동인 것처럼 여겨져 왔다. 이 같은 장애인 노동자는 최저임금법 7조에 따라 최저임금을 받지도 못한다. 2018년 기준, 장애인 노동자는 월평균 임금으로 37만 5천 원을 받았다.
문화예술활동을 하며 장애인 권리 보장을 촉구하는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노동자들. 사진 하민지
문화예술활동을 하며 장애인 권리 보장을 촉구하는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노동자들. 사진 하민지
하지만 권리중심공공일자리는 장애인이 자신의 취향과 욕구대로 노래하고, 춤추고, 그림을 그리거나 악기를 연주하면서 장애인 권리를 외치는 일자리다. 이 같은 권리중심공공일자리에는 △권익옹호 △문화예술 △인식개선 등 세 가지 직무가 있다. 서울시는 세 직무에 관해 이렇게 설명한다.
○ 장애인 권익옹호 : 장애인 차별 해소를 위한 퍼포먼스, 지역사회 제도개선 모니터링, 장애인 편의시설 이용시 불편사항 모니터링, 탈시설 및 자립생활 홍보와 관련된 일이다. 장애인들이 건강검진을 받는 시내 의료기관 80여 곳의 접근성을 조사하는 일 등을 수행하게 된다.
○ 문화예술 : 미술, 사진, 음악, 연극, 댄스 등 다양한 창작활동으로, 근육장애인의 경우 자신의 생각, 소망 등을 표현하는 행위 예술을 대중 앞에서 직접 공연하는 일자리를 갖게 된다.
○ 장애인 인식개선 강사 : 장애인이 비장애인을 대상으로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강의·공연 등에 나선다. 예컨대, 교육기관에서 악기 연주 등 특기를 시연하는 일을 할 수 있다. (관련 자료: 서울시,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전액 시비 투입해 노동권 실현)
또한 서울시는 2020년에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사업 사례로 △저상버스 인식개선 캠페인(홍보물 배포, 직접 타기 행동), △유엔장애인권리협약(CRPD) 홍보 △옹호역량강화 교육(부양의무제 폐지, 장애등급제 폐지, 세계인권선언문 및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읽기) 등을 소개한 적도 있다.
서울시가 언급한 ‘유엔장애인권리협약(아래 협약)’이 권리중심공공일자리의 근거이자 목적이다. 한국은 협약에 비준한 국가라서 4년에 한 번씩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아래 위원회)로부터 협약 이행 상황을 평가받는다. 위원회는 평가결과를 ‘최종견해’라는 이름의 문서로 정부에 전달한다.
위원회는 2014년, 1차 최종견해 당시 “구조적이고 지속적으로 공무원, 국회의원, 언론, 일반 대중을 상대로 협약의 내용과 목적을 공론화해 교육하지 못한 점”을 지적하며 한국 정부와 지자체에 “인식제고 캠페인을 진행할 것”을 권고했다. 지난해 있었던 2·3차 병합 최종견해에서도 인식제고 캠페인이 부족하다는 점이 지적됐다.
장애인 활동가들이 기자회견에서 각양각색의 피켓을 목에 걸고 있다. 사진 하민지
장애인 활동가들이 기자회견에서 각양각색의 피켓을 목에 걸고 있다. 사진 하민지
즉, 협약을 홍보하고 알리며 장애인 권리를 외치는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노동자들은 정부와 지자체가 해야 할 일을 대신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협약과 위원회 최종견해를 이행해야 할 의무가 있다. 헌법 6조에 ‘국제법은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지닌다’고 명시돼 있고, 협약은 국제법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지자체 차원에서 권리중심공공일자리가 시행됐다. 2020년 서울시를 시작으로 현재 9개 지자체에서 1306명의 중증장애인 노동자가 권리를 생산 중이다.
하 의원은 “불법 시위는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 직무 유형이라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인식제고 캠페인과 시위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2인 이상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모여서 뭔가를 이야기하면 집회로 규정한다는 판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노동자들의 직무수행에 불법 시위 프레임을 씌우고자 하는 악의가 있다면 얼마든지 씌워서 탄압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어 박 대표는 “하 의원은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사업 건수의 절반이 집회라고 하는데, 우리는 ‘권리노동 생산물 50% 달성’이라고 본다”며 “국민의힘은 장애인 시민권을 보장할 책임을 방기한 채로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결사의 자유를 탄압한다. 이번 사태는 5공화국 시절에 정권 입맛에 맞지 않는 사람을 ‘정의 사회 구현’이라는 이름으로 잡아간 일과 똑같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8일 오후,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노동자들은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일자리를 없애지 말아달라는 취지의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노동자 김정환 씨는 오 시장에게 보내는 편지에 “잘난 오세훈 시장님, 나는 비록 시장님처럼 잘나게 태어나지 못한 중증장애인입니다. 그렇지만 일을 하고 싶습니다. 제발 나에(의) 일자리를 뺏지 말아주세요”라고 썼다. 사진 전권협
8일 오후,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노동자들은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일자리를 없애지 말아달라는 취지의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노동자 김정환 씨는 오 시장에게 보내는 편지에 “잘난 오세훈 시장님, 나는 비록 시장님처럼 잘나게 태어나지 못한 중증장애인입니다. 그렇지만 일을 하고 싶습니다. 제발 나에(의) 일자리를 뺏지 말아주세요”라고 썼다. 사진 전권협
서울시는 집회 참여를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업무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5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서울시는 집회 참여 대신 호스텔 객실 관리, 책 정리, 마트 물품 정리, 캠핑장 관리, 재래시장 안내, 홀몸 어르신 안부 확인, 문서 파기 등을 검토 중이다. 박 대표는 “보건복지부에서 이미 장애인 일자리로 시행 중인 일들이다. 이 일자리들이 최중증장애인들에게 주어질지, 이 일자리를 통해 권리를 생산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하 의원은 7일 오전 특위 3차 회의에 앞서 브리핑을 열고 “돈 벌기 위해 시위에 참여한다는 제보가 있었다”면서도 “그분들이(제보자들이) 처지가 좀 어렵고 제한적으로 확인을 했다”고 말했다. 또한 “저희 위원회(특위)와 협력했던 한 장애인단체가 (전장연을) 직접 고발하겠다고 연락이 왔다”며 “내일(8일) 고발 내용을 공개할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고발은 하 의원 본인이 직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 의원은 8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장연 고발은 다른 장애인단체에서 진행하려 했으나 단체 간 갈등이 부담스러워 제가 수사를 의뢰하게 됐다”고 밝히며 민원접수증을 게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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