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아이들이 더 많은 책을 읽기 바라는 마음으로 KBBY(Korean Board on Books fod Young people 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 한국지부)에서 시작된 이 프로그램 '작가와 함께 그림책읽는 아이'가 47회째라는 것에 정말 놀랐어요.
다음달이면 만으로 4년입니다.
의미 있는 일을 3년 이상 지속한다는 건, 정말 놀라운 일입니다.
여름방학이고, 여행을 떠나지 못했기 때문에 시간이 좀 났어요.
글도 완성 못하고, 여행도 못가고...ㅠㅠ
허무한 마음에 갈팡질팡하다 이번에는 이 행사에 꼭 참석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죠.
그 마음이 너무 지나쳐, 어제가 19일인 줄 알고 행사가 열리는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근처까지 왔다간 저...정말 제 정신이 아닌가 봐요.
어제의 허탕질을 뼈아프게 반성하며 오늘은 일찍 길을 나섰습니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나만의 시간을 갖고자 함이었죠.
그렇게 하여 도착한 푸르메어린이재활병원(정식 이름은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이지만 넥슨이라는 이름이 마음에 좀 안 들어 그냥 푸르메어린이재활병원이라고 하겠습니다.)
어린이재활병원을 지으면 적자에 허덕인다고 모두가 포기했지만,
장애어린이들에게 꼭 필요한 것이기에 1만여 명의 시민과 500여개 기업의 기부, 정부와 마포구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기적과 같이 건립된 병원...
2011년 건립금 모금을 시작, 2016년 4월 개원된 이 병원.
아이들의 장애를 조기에 발견하고 재활치료를 통해
아이가 부모에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는 병원...
참 아름다운 병원입니다.
그래서 더욱더 마음이 가는 병원입니다.
매달 세 번째 토요일에 이곳에서 그림책 읽는 아이가 열립니다.
이것도 기적이라면 기적이겠죠.
행사 시작 10분전...
사실은 일찍 도착했는데 근처를 어슬렁어슬렁 다니다 10분 전에 들어왔습니다.
준비가 한창이더군요.
행사 끝나고 아주 복잡할 것 같아 장영복 작가의 그림책 '여름휴가'를 미리 구입하고....
조만간 KBBY에도 가입하려고 마음 먹습니다.
사회자는 김성종 작가....
서각작가로 널리 알려진 김성종 작가의 서각작품이 너무 좋아 구입도 했고
부천에서 전시회 열릴 때 동료작가들과 구경도 갔었지요.
서각, 그림뿐 아니라 창에도 뛰어난 실력을 발휘하고 있는 김성종 작가의 창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지만, 목소리를 들어보니 깊고 부드러워 그 실력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아마추어임에도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첫 번째로 인천예고 학생들이 나와 '상어가족'과 '고기잡이'를 불러주었어요.
두 번째 팀은 영어스토리텔링....
초등학생들로 구성된 이 팀은 중국풍 귀여운 모자를 쓰고 나와
중국 전래 옛이야기를 영어로 들려주었습니다.
무대에 익숙한 듯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
하나 아쉬운 점은 약간의 의상만 준비했어도 훨씬 효과가 좋았을 텐데....
(흰 티셔츠에 이름을 붙이거나 약간의 소품만으로도 인물의 성격, 나이 등을 나타낼 수 있었을 텐데하는 초등교사병이 도져서...)
초등학교 때부터 이렇게 영어스토리텔링을 하면 참 좋을 것 같아요.
자신있게 영어도 하고 이야기도 들려주고....
한두번 해본 솜씨는 아니더라구요^^
그 뒤를 이어 국제 스토리텔러인 알리시아 방동주 씨의 영어 스토리텔링이 이어졌어요.
제가 가장 관심있는 분야입니다.
백희나 작가의 '달 샤베트'를 자신이 영어스토리로 만들어 공연을 했는데
전문가 포스를 뽐내더군요.
관객을 들었다놨다...
즐기며 이 일을 한다는 것이 느껴져 참 부러웠습니다.
(만약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바구니에 달을 넣어 보자기로 씌운 후 샤베트를 만들어 입에 넣어주는 흉내를 냈는데, 이때 얼음을 갈아와 진짜 샤베트를 만들어주는 건 어떨지... 스토리와 관련한 질문을 던지고 가장 창의적인 대답을 한 어린이를 뽑아 그 자리에서 샤베트를 만들어준다면? 날도 덥고 목도 마른데 말이죠. 그럼, 아이들이 더 잘 들으려고 귀를 쫑긋 했을 겁니다)
오늘의 본 무대인 장영복 작가의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코끼리 가족이 바닷가에서 휴가를 보내는 아주 재미있는 그림책이었어요.
독후활동으로 마임놀이를 하기 위해 모자에 캐릭터를 그리고 있습니다.
마임놀이는 장영복 작가의 또다른 그림책 '달님과 호랑나비'로 했지요.
그런데 관객이 영아에서부터 유아 수준이어서 즉석에서 캐릭터 그리기는 좀 무리였던 듯도 싶어요.
그래도 아이들은 모자 하나에 신이 났습니다.
이런 경우는....
그림책에 나오는 캐릭터를 라벨지에 칼러프린트해 와서 아이들이 고르게 한 후
모자에 간단하게 붙이는 활동이 더 좋았을 듯합니다.
어떤 놀이를 하기 위해서 준비과정이 너무 길고 어려우면 흥미가 좀 떨어질 수 있으니까요.
어쨌든 임정진 작가가 달님 역할을 오래동안 했고,
저는 엄마호랑나비가 되어 금방 사마귀에게 잡혀 먹었습니다.
아, 여기서 또 하나!
교실에서 해본 활동인데 아이들에게 날개를 만들어주니 아주 좋아했던 기억이 납니다.
잠자리 날개를 두꺼운 도화지에 오려서 주고, 아이들은 간단하게 색칠만 하게 했지요.
고무줄로 날개를 이어주고 달아주었더니, 진짜 잠자리가 된 듯 훨훨 날아다녔지요.
나이가 각각 다르고 너무 어려웠던 관객이었지만
장영복 작가, 즐기면서 잘 하시더군요.^^
작가 사인회가 시작되었습니다.
저도 어린이 기분이 되어 사인을 받으려고 했지만,
또다른 일이 기다리고 있어 사인 받는 건 포기하고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그림책을 읽으며
마임놀이에서 사용했던 엄마 호랑나비 모자를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어봅니다.
제47회 '작가와 함께 그림책 읽는 아이' 행사는 이렇게 아름답게 막을 내렸습니다.
다음달 셋째주 토요일 1시, 푸르메어린이재활병원에서 또다른 작가의 그림책 읽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겠죠?
생각만 해도 즐겁고 기쁜 일입니다.
어떤 일을 이렇게 4년동안 지속할 수 있다는 건, 진정 영광스럽고 박수 받아 마땅한 위대한 일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아름다운 행사를 보고 싶습니다^^
첫댓글 그렇죠?
교사생활을 오래 한 사람은 훨씬 효율적인 방법을
알고 있어요.
선생님의 자세한 안내와 상세한 보충설명,
게다가 보완할 사항까지 올려 주시니
공부가 많이 되었습니다.
언제나 지금처럼 생기 유지하시면서
건강하시길요.
초등교사병이 도져서 입이 근질근질한데 기분 나빠할 까봐 잘 못하겠어요.ㅋ
좋은 행사에 동참했군요. 안선생님은 아이디어 왕이네요. 공감합니다♡
저도 처음 동참했어요. 방학이라 겨우 시간 맞춰 가보니 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기서 선생님을 만나니 더 반갑네요~~뜻깊은 행사에 참여하시고 소감을 들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예, 반겨주시니 고맙습니다^^
학교마다 선생님같으신 분들이 계시리란 믿음을 가져 보며 든든한 마음이 드는 건 저 뿐일까요?
학교마다 훌륭하신 선생님들 정말 많아요^^
훌륭한 일을 소리 소문 없이 하시는 선생님들이 존경스럽습니다.
바람숲 선생님, 아이디어 짱입니다. ^^
그런 분들, 정말 대단하지요. 그리고 이런 아이디어 아주 흔해요. 칭찬 받으니 부끄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