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군님, 엄청난 데이타가 몰려옵니다."
"다 받아주어라!"
모 업체의 초고속 인터넷 CF에 등장해 인기를 끈 멘트. 광화문 네거리에 있는 이순신 장군 동상을 움직인다는 모티브가 돋보였는데 위인을 희화화했다는 점 때문에 다소 논란이 있기도 했다.
초고속 통신망을 통해 움직이는 게 파일 형태의 정보라면, 이해 관계로 얽힌 프로 구단간의 거래선을 따라 움직이는 건 '선수'다.
★ 용병? 마음껏 받아줘라
올시즌에는 외국인 선수 보유 한도가 3명으로 늘었다. 교체 제한이 없기 때문에 '일단 바꾸고 보자'는 식으로 일관한 각 구단들은 싼 값에 좋은 선수들을 데려온 경우도 있었지만, 비싼 돈을 주고 '바이러스'를 '다운로드' 받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무려 39명의 외국인 선수가 다녀갔다. 중간에 방출된 선수만 15명. 메이저리그의 강타자 호세 칸세코의 형이라는 프리미엄 덕분에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롯데의 아지 칸세코는 정규시즌 개막후 정확히 4일이 지난 4월 9일 퇴출되며 첫 테이프를 끊었다.
나머지 24명중에서도 '버그' 가 많았다. 삼성은 마무리투수 리베라를 내보내고 메이저리그 특급 내야수로 활약한 바에르가를 '한국시리즈용 카드'로 영입했다. 하지만 무릎 부상에 시달려온 바에르가는 이미 클리블랜드 시절의 몸이 아니었고, 두산과의 한국시리즈에선 겨우 대타로 출전하는 데 그쳤다.
시즌이 끝난 뒤 선수협이 용병 제도의 폐해를 지적하는 등 문제가 되자 내년부턴 단 한차례만 용병을 교체할 수 있도록 규약이 바뀌었다. 내년엔 다 받아주지 못하게 생겼으니 처음부터 잘 골라야 할텐데….
★'왕따'라도 다 받아주겠다
올초 정규시즌을 앞둔 롯데는 선수협 집행부 활동으로 눈밖에 난 팀내 간판타자 마해영을 트레이드시키기로 결정했다. 팀전력의 핵심임이 분명하지만 '눈엣 가시' 같은 선수협 멤버를 그대로 놔두기엔 롯데 구단 수뇌부의 심기가 불편했다.
'얼씨구나!' 팀을 옮긴 뒤 첫 시즌을 앞둔 김응용 삼성 감독은 마해영을 재빨리 낚아챘다. 선수협과 관련해선 다른 어떤 구단보다 알레르기가 심한 삼성이지만, 지난해말 애써 영입한 김응용 감독의 요청이 있자 곧바로 마해영에게 파란색 유니폼을 입혔다.
김응용 감독은 최근에도 '왕따 후보'를 한명 받아들였다. 역시 선수협에 깊숙이 관여한 FA(자유계약선수) 양준혁이 주인공. 원 소속구단인 LG와의 협상 결렬, 게다가 어떤 구단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 냉랭한 분위기 속에서 오갈데를 모르던 양준혁은 김응용 감독의 '러브콜' 한마디로 고향팀에 복귀했다. 삼성그룹 내부에서 반대 여론이 거셌지만 어쩌랴, 김응용 감독의 입김은 더 강력했다.
혹시라도 앞으로 선수협 활동 때문에 '왕따'가 될 위기에 처한 선수들은 모두 김응용 감독을 찾을 듯. 단 조건이 있다. 리딩히터에 오른 경험이 있거나, 아니면 9년 연속 3할 이상을 칠 것. 꽤나 어려운 자격 요건이다.
★4강에만 든다면 정말로 다 받아준다.
이번엔 정말로 '쐈다'. 창단후 두 시즌을 마친 SK는 대대적인 팀개편에 돌입했다. 창단 초기부터 '전력 향상을 위해 거금을 쓰겠다'고 공언했던 SK는 막상 트레이드 시장에선 꼬리를 내리곤 했다. 하지만 인천 문학구장 개장과 함께 내년에 첫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루기 위해 이번엔 정말로 거금을 투자했다.
꽉꽉 채워 다 받았다. 올 FA 시장에 나온 선수 4명중 2명을 잡았다. 투수 김원형을 눌러앉혔고, 롯데로부터는 유격수 김민재를 데려왔다. 이들 2명을 잡기 위해 쏟아부은 돈만 27억4200만원. 게다가 SK는 삼성과의 '빅딜'을 통해 오상민과 브리또를 내주고 즉시전력감 6명을 받았다. 트레이드를 위해 현금 11억원을 내준데다, 6명의 내년 시즌 연봉을 동결한다해도 7억2000여만원이 더 필요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새 외국인 타자 영입에만 30만달러(약 3억9000만원) 이상을 쓸 예정이며, 고졸 지명선수와의 계약에 이미 10억여원을 썼다.
여전히 "더 받을 수도 있다"는 입장인 SK는 요즘 또다른 현금 트레이드를 추진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스포츠 조선에서 퍼온 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