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어디서 다듬이 소리가 들린다. 별이 아직 하나 밖에 아니 뵈는데 달빛에 노니는 강물에 목욕하러 색시들이 강으로 간다.
바람이 간다, 아기의 졸리는 머릿속으로 수수밭에 속삭이는 소리를 아기는 알아듣고 웃는다.
아기는 곡조 모를 노래로 대답한다 어머님이 아기잠을 재우려 할 적에
어머님의 사랑하는 아기는 이제 곧 잠들겠습니다.
잠들어서 이불에 가만히 누인 뒤에 몰래 일어나 아기는 나가겠습니다.
나가서 저기 꿈 같은 흰 들길에서 그이를 만나 어머님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그러면, 어머님은 아기가 잘도 잔다 하시고, 다듬질할 옷을 풀밭에 널려 아기의 웃는 얼굴에 입맞추고 나가시겠지요. (중략)
이 시는 주요한 시인(1900~1979)의 ‘아기의 꿈’이라는 시의 일부이다. 시의 주제는 아기이며 아기가 갖는 건강한 생명의 얼을 이야기 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 시에서 ‘아기’와 함께 나오는 ‘다듬이소리’, ‘달빛 노니는 강물에 목욕’, ‘수수밭에 속삭이는 소리’ 등의 정감이 깃든 단어에서 시골의 자연스런 풍경을 연상하게 된다.
언제부턴가 우리 농촌에서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뜸해지기 시작하여 어느 산간벽촌에서는 아기 태어나는 울음소리가 그친지도 10년이 더 지났다는 뉴스 같지 않은 뉴스가 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그런 가운데 아기 울음소리가 늘어난다고 하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즉 2006년부터 출생아가 많아지기 시작하여 지난해에는 49만 7000명으로 4만5천명이 더 늘어났다고 한다.
그렇지만 여전히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1.2명으로 세계 193개국 중 최하위 수준이다. ‘합계출산율’이란 여성 1명이 가임(可姙)기간 동안 낳는 평균 자녀수를 말하는데, 미국(2.1명)이나 프랑스(1.9명)등은 비교적 높은 편이나 우리나라는 일본(1.3명), 독일(1.4명)보다 더 낮아 국가적으로 볼 때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에서 출산율이 낮아진 원인은 여성의 사회진출이 증대되고 양육비, 교육비 문제도 있지만 가장 주된 요인은 정부의 산아제한 정책 때문이 아니가 생각된다. 1970년에 우리나라는 여성 한 사람당 4.5명이라는 높은 합계출산율로 인해 인구증가현상을 보이면서 먹을 것을 걱정해야하던 그 당시 국가 경제발전 저해 요소로 크게 우려되었다. 그래서 인구억제정책 결과 출산율이 격감해 큰 우환이 도고 있으니 불과 30년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출산율이 크게 낮아진 배경에는 출산자녀에 따른 양육비나 교육비 등이 만만찮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대학진학율 83%라는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에서 자녀 1명을 낳아 대학졸업까지 들어가는 비용이 지난해 기준으로 평균 약 2억3200만원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정이 그러하니 우리나라 자녀출산율이 낮아지는 현상을 무조건 가정이나 개인책임으로 돌리기에는 마땅치가 않은 구석이 있다.
언어학자나 사회학자들은 인구 5천만명 이하의 나라에서는 자국에서 사용하는 말조차 사라질 경우도 발생한다는 이야기와 함께 강국(强國)의 절대조건을 인구 1억명 이상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므로 많은 인구가 국가경쟁력의 요소가 될 수 있는 현실에서 인구증가와 관련해 육아, 교육 등 사회 전 분야에 걸쳐 획기적인 국가정책이 없는 한 인구감소에 의한 대재앙을 막을 수 없을 터인데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마침 10월 10일, 오늘은 ‘임산부의 날’이다. 필자가 수첩을 뒤지다가 우연히 ‘임산부의 날’이 있음을 알았지만 10월 달에 웬 기념할 날이 그리 많은지 하루건너 하루씩 무슨 날이다. 국군의 날(1일), 노인의 날(2일), 세계한인의 날(5일)에다가 재향군인의 날(8일) 등 기념일이 무수히 많은데 국제연합일(24일)까지 합쳐 무려 13개나 된다.
그렇다 치고, 오늘이 임산부의 날이라니 이 날이 꼭 있어야 할까? 하는 의문이 든다. 국군의 날이나 다른 기념일 같으면 기념식도 할 테지만 지금까지 살아도 임산부의 날 기념식 한번 하는 것 못 봤고, 신문이나 TV에서도 기사거리나 화면이 나오는 것조차 못 보았는데 여하간 10월 10일은 ‘임산부의 날’이란다.
알고 보니 ‘임산부의 날’은 정부가 저출산을 극복하며 임산부에 대한 보호와 관심을 높인다는 취지로 마련됐는데, 임신기간을 의미하는 숫자 '10'이 중복되는 매년 10월 10일을 기념일로 제정했다고 한다. 올해 4번째로 맞는 임산부의 날을 기화로 임산부 건강정보를 제공하고 편의를 도모하는 시책과 행사를 펼칠 것이라고 하는데 임산부에 대한 사회의 애정과 국가적 보장이 잘 되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우리나라처럼 저출산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는 상황에서는 전 국민들이 출산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한다는 메시지다. 사실 저출산이 사회문제화되는 우리나라에서는 임산부의 날이 제정된 의미와 함께 출산이 보국(保國)이며 애국의 지름길임을 천명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이명박 정부가 약속한 ‘출생에서 취학에 이르기까지’ 정책은 부부나 부모들이 아이를 낳아도 육아나 교육의 고민으로부터 벗어나고 아이를 가진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제한되지 않는 건전한 사회시스템을 만드는 일이 아닌가? 지금까지 지방자치단체가 없는 예산에 흉내만 내는 출산장려금을 국가지원금으로 충당하고 아울러 보육문제, 교육비 등 현안문제들은 적어도 임산부들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선에서 과감하고 획기적으로 개선되어져야 하겠다.
‘아이는 나라의 희망이고 건강한 여성은 그 모태(母胎)’임엔 틀림이 없다. 글머리에 소개한 주요한 시인의 시에서 보듯이 ‘바람이 지나가며 수수잎이 속삭이는 자연의 소리를 아기가 알아듣고 옹알거리고 웃다가 어머니의 자장가소리에 단잠을 자는 모습’은 사랑과 평화와 희망이 담뿍 담긴 메시지다. 오늘 ‘임산부의 날’을 맞아 그려보는 장래의 아기와 어머니일 그들의 행복한 미래가 아닐 수 없다. 무어니 해도 아기가 태어나는 ‘고고(呱呱)의 성(聲)’은 가장 큰 축복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