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맨' 조재호(NH농협카드)가 이번 시즌 7번째 투어 출정에서 마침내 첫 우승을 차지하며 뒤늦게 날개를 활짝 펼쳤다.
30일 오후 9시 30분에 강원도 정선군의 하이원 그랜드호텔 컨벤션타워에서 열린 프로당구 시즌 7차 투어 '하이원리조트 PBA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조재호는 '벨기에 강호' 에디 레펀스(SK렌터카)를 세트스코어 4-1로 꺾고 통산 4번째 우승을 달성했다.
조재호는 프레데릭 쿠드롱(벨기에)의 8승에 이어 다비드 마르티네스(크라운해태)와 최다우승 공동 2위에 올라섰다. 총상금도 6억1850만원으로 늘어나 마르티네스(4위·5억7500만원)를 밀어내고 3위를 차지하며 2위 다비드 사파타(스페인)의 6억6550만원을 근소한 차이로 쫓아갔다.
지난 시즌 개막전 '블루원리조트 챔피언십'에서 프로 첫 우승에 성공한 조재호는 마지막 8차 투어 '크라운해태 챔피언십'과 'SK렌터카 월드챔피언십'을 연달아 우승하고 한 시즌에 3승을 달성하며 '시즌 MVP'까지 차지했다.
이번 시즌에는 초반에 개인투어보다 팀리그에 집중하면서 팀리그는 1라운드와 3라운드를 우승한 반면, 개인투어는 개막전 '블루원리조트 챔피언십'과 4차 투어 '에스와이 챔피언십' 8강이 최고 성적이었다.
나머지 투어에서는 32강 3회와 64강 1회로 다소 부진한 성적을 거두면서 7차 투어부터 9차 투어까지 총 세 차례의 대회가 남은 상황까지 전 시즌 MVP 타이틀에 비해 초라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었다.
팀리그에서 소속 팀 NH농협카드의 주장으로 20승 4패(승점 57)와 승률 0.833의 독보적인 1위로 올라서게 한 것과 대조적인 성적이었다.
후반부에서는 개인투어에 더 집중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조재호는 이번 7차 투어가 세 번의 투어 중 반전을 노리는 첫 번째 도전이었다.
최근 PBA 투어는 팀리그와 개인투어를 모두 석권한 조재호조차도 결승에 오르려면 여러 번 천당과 지옥을 경험해야 할 정도로 더 험난해졌다. 이번 7차 투어에서 조재호는 8강전과 준결승전을 모두 극적으로 승리하고 어렵게 결승에 올라왔다.
이날 앞서 열린 준결승에서 조재호는 팀리그에서 '특급소방수'로 이름을 날린 팀 동료 안토니오 몬테스(NH농협카드)를 세트스코어 4-3, 7세트 11:10의 극적인 승리를 거두고 결승에 진출했다.
조재호는 세트스코어 1-3으로 뒤진 상황에서 5세트를 8:13에서 15:13으로 뒤집어 기사회생했고, 6세트 도 9:11에서 끝내기 6점타를 터트리며 15:11로 역전, 극적으로 3-3 동점을 만들었다.
마지막 7세트에서 2이닝 만에 9:2로 앞섰던 승부를 10:10까지 따라잡혀 패배 일보 앞까지 다시 갔다가 겨우 매치포인트를 득점하고 천신만고 끝에 결승에 올라왔다.
전날 8강전에서도 조재호는 이영훈(에스와이)에게 세트스코어 1-2에서 어렵게 2-2 동점을 만든 뒤 5세트를 11:10, 단 1점 차로 승리하며 준결승에 진출한 바 있다.
이처럼 역대급으로 험난한 가시밭길을 거쳐 통산 6번째 결승행에 성공한 조재호는 프로에서 유일하게 이기지 못했던 상대와 우승을 놓고 승부를 벌였다.
결승에서 만난 레펀스는 지난 2021-22시즌 3차 투어 '휴온스 챔피언십'에서 프로 데뷔 후 첫 번째 결승에 올라온 조재호를 4-1로 제압한 선수다.
지난 2020-21시즌 중간 프로당구에 데뷔한 조재호는 쿠드롱이나 사파타, 마르티네스, 비롤 위마즈(웰컴저축은행), 필리포스 카시도코스타스(그리스) 등 대부분의 유럽 선수들을 꺾었지만, 레펀스는 당시 결승전 패배 이후에 만날 기회가 없었다.
그러나 이번 7차 투어에서 조재호는 레펀스를 2년 만에 이번에도 똑같이 결승에서 큐를 맞대고 설욕전을 펼치게 됐다.
이번 복수전에서 조재호는 애버리지 2.250의 가공할 공격력을 앞세워 완승을 거뒀다.
본격적인 승부가 시작된 2세트 7이닝부터 5세트 7이닝 경기 종료까지 총 18번의 타석에서 53점을 득점하며 무려 애버리지 2.944의 기세로 레펀스를 압도했다.
1세트에서 7이닝까지 7:11로 끌려갔던 조재호는 6-2 연속타로 남은 8점을 득점하고 15:13으로 승리했고, 2세트는 다시 7이닝에서 7점타를 터트려 8이닝 만에 15:5로 따내 2-0으로 앞섰다.
3세트는 반대로 12:8에서 7이닝에 레펀스의 끝내기 7점타가 나오면서 12:15로 내줘 세트스코어 2-1이 됐다.
조재호는 결승전 3세트까지 75분 동안 평균 2.000에 육박하는 애버리지를 유지했고, 4세트에서는 세 타석 동안 6-8-1 연속타를 터트리며 폼이 절정에 달했다.
4세트를 3이닝 만에 15:5로 승리해 세트스코어 3-1로 앞선 조재호는 5세트도 5이닝까지 10점을 연속득점하고 10:5로 앞서 승기를 잡았다.
막판에 레펀스의 동점타가 나오면서 10:10으로 한 차례 고비가 왔지만, 7이닝에 남아있던 5점을 한 큐에 쓸어 담고 15:11로 승리, 8개월여 만에 투어 정상을 탈환했다.
우승 인터뷰에서 조재호는 "우승소감은 언제나 떨린다. 레펀스가 워낙 잘 치는 선수이고 내가 전에 진 적이 있어서 오늘은 꼭 이기고 싶었다"며 "(1승 1패가 됐으니) 결승은 다음에 다시 하자"라고 소감을 밝혔다.
또한, 항상 밝게 우승소감을 했던 모습과 달리 이번에는 얼마 전에 98세를 일기로 작고한 외할머니를 이야기하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설원의 당구 축제'를 모토로 개최된 이번 7차 투어는 지난 24일부터 이날까지 7일 동안 남자 선수 128명과 여자 선수 140명이 출전한 가운데 성황리에 열렸다.
전날 끝난 여자부에서는 일본의 사카이 아야코(하나카드)가 통산 2승을 달성했고, 한국의 임혜원이 사상 첫 준우승을 차지했다.
남자부에서 조재호가 우승을 차지하면서 프로당구 사상 처음으로 한일 동반 우승의 기록도 남겼다.
한편, 프로당구는 오는 12월 5일부터 13일까지 경기도 고양시의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팀리그 4라운드가 개최되며, 내년 1월에는 팀리그 5라운드와 최종 포스트시즌이 예정돼 있다.
8차 투어는 2024년 1월 31일에 시작해 2월 12일, 9차 투어는 2월 21일부터 3월 4일까지 열리고, 곧바로 3월 9일부터 18일까지 월드챔피언십이 개최된다.
(사진=PBA 제공)
출처 : 빌리어즈(https://www.thebilliard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