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알레포 지역의 강진으로 무너진 건물 앞에 선 한 남자
세계
시리아 알레포, 어느 의사의 호소 “여기서도 도움이 절실합니다”
강진 이후 시리아에서 100만 명 이상이 집을 잃었다. 내전으로 이미 피폐해진 지역은 더 큰 타격을 받았다. 알 아르자 병원을 운영하는 케티 박사는 호흡기 질환 및 장 질환 때문에 병원을 찾아온 많은 아이들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튀르키예가 원조를 받고 있는 것처럼 이 지역도 동일하게 원조를 받아야 한다며, 경제제재 장벽을 넘어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Michele Raviart / 번역 이창욱
튀르키예와 함께 지진 피해를 크게 입은 시리아 지역 중 하나는 알레포다. 알레포 지역은 지난 2011년부터 이어진 내전으로 가장 큰 고통을 받은 도시 중 하나다. 이 오래된 도시의 잔해에서 수색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도 2월 12일 알레포에 도착했다. 그는 무엇보다도 수많은 지진 피해 이재민을 위해 더 많은 지원을 요청했다. 지진 구호활동에 종사하고 있는 알레포의 알 아르자(‘희망’이라는 뜻) 병원 총책임자 에밀 케티 박사가 현지 상황을 전한다.
이하 에밀 케티 박사와의 일문일답:
도시 상황은 어떤가요?
“알레포의 상황은 극적입니다. 주로 도심부와 구시가지가 피해를 입었습니다. 그 충격이 정말 컸습니다. 아직 사망자 수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알레포 시에서 약 300-350명이 희생됐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부상자는 대략 1500-2000명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아직 잔해가 많아 다른 시신이나 생존자를 찾을 수 있으므로 이는 잠정적인 수치에 불과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생존 가능성은 더 낮아질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집을 잃었습니다. 알레포에서 100-150만 명, 시리아 전역에서 550만 명이 집을 잃었습니다. 인간적, 의료적, 사회적 비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교회, 수도원, 모스크 및 학교도 문을 열고 사람들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충격과 혼란이 잦아들지 않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연대가 급증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이 150만 명의 사람들을 도우려면 더 중대하고 국제적인 조직과 대책이 필요할 것입니다.”
박사님은 알레포에 있는 병원에서 일하고 계십니다. 병원에는 누가 오나요? 가장 심각한 문제는 무엇인가요?
“지진이 발생했을 때 국가기관의 실무자들이 즉시 최전선에 투입돼 구급차를 타고 와서 무너진 건물 잔해를 치울 수 있었습니다. 알레포에 있는 두 곳의 국립병원은 특히 인명 구조작업을 위해 많은 사람들을 수용했습니다. 저희는 알레포 신시가지에 있습니다. 이곳 건물들은 견고한 편이라 처음 며칠 동안에는 계단이나 거리에서 넘어진 이 지역 사람들이 찾아왔기 때문에 아주 심각한 환자는 없었습니다. 이후 이미 응급실을 다녀온 환자들이 저희를 찾아오기 시작했습니다. 응급처치를 받은 다음 저희와 같은 공공병원으로 이용되는 민간병원을 찾는 겁니다. 특히 아이들이 많습니다. 오늘은 약 10명이 병원을 찾아왔는데 거리와 텐트에 난방이 되지 않아 특히 생후 1-3개월 아이들의 경우 호흡기 질환 혹은 감기와 영양실조로 인한 장염에 걸렸습니다.”
이번 자연재해는 10년 이상 이어지고 있는 내전 중에 발생했습니다. 지진발생 전 도시의 상황은 어땠나요?
“10년 이상 이어지고 있는 내전으로 인해 이미 빈곤에 빠진 지역에서 지진 피해가 가장 심했습니다. 내전으로 완전히 파괴된 후에 자연마저 저희를 가혹하게 대했습니다. 도시 상황은 심각할 정도로 악화됐습니다. 알레포는 대도시입니다. 일부 지역이 강진을 견뎠지만 정부청사 지역과 구시가지는 심각하게 파괴됐습니다.”
지금 상황은 어떤가요? 아직도 생존자를 찾고 있나요? 희망이 있나요?
“수색작업이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제 알제리, 레바논, 이란, 아르메니아도 수색작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10년 동안 통상금지 조치와 경제제재를 받고 있기 때문에 보다 정교하고 빠른 최신 장비나 설비를 갖추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저희는 수색작업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피해자를 등급으로 나눠 취급할 수 없다는 것을 상기시켜 드리고 싶습니다! 저희도 다 같은 피해자입니다! 지진은 튀르키예에서 발생했지만 저희는 안티오크의 진앙지에서 70킬로미터 반경에 위치해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비행기와 선박을 튀르키예로 보냅니다. 물론 그렇게 하는 것이 옳습니다. 하지만 어째서 경제제재 때문에 고작 몇 킬로미터 떨어진 강진의 잔해 아래에서 똑같은 피해자가 죽어가도록 내버려 둬야 합니까? 이런 처사가 과연 인도적이고, 도덕적일까요?”
물질적으로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응급수술을 위한 의약품 및 장비가 필요합니다. 아이들에게는 우유와 음식 그리고 무엇보다도 난방이 필요합니다. 또한 매트리스, 담요, 매트리스 옆에 놓을 난로도 필요합니다. 지금은 정말 춥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