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드라마는 실제 범죄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허구를 가미해 재구성했습니다."
에피소드 2. [케이블 타이 연쇄 살인 사건 - ②]
S# 5. OO 경찰서 수사본부 상황실.
김 팀장이 ‘박 양 살인사건’ 브리핑과 국과수 부검결과를 브리핑한다.
강력 팀장 핏자국은 현관에서 박양의 방으로 이어져 있었습니다.
박양의 지갑과 지갑 속에 있던 카드 등은 모두
방바닥에 흩어져 있었으며,
범인이 한장,
한장 내용물을 살펴보며 빼 낸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리고, 안방도
뒤진 흔적이 선명했지만, 없어진 것은
박양의 어머니가 ‘차비’로 놓아둔 1만3000원과 박양의 휴대폰뿐 입니다.
사건
당일 오전 학교 수업이 있어서 박양이 외출하려고 현관문을 연 순간,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누군가 공격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어머니가
식탁 위에 올려뒀던 도시락과 책가방이 현관 입구에서 발견됐습니다.
수사본부장
음. (서있는
김팀장을 보며) 그렇다면,
범인은 가족들이 모두 나가고 집안에 박양만 있었다는 사실과
박양이 오전 수업을 듣기 위해 외출할 시간까지 알고 있었다는 거 아니야?
박양이 외출하려고 현관문을 연 순간 공격했다면
강력 팀장 예. 그렇게 추정합니다.
수사본부장 가족 관계는?
강력 팀장 박양의 아버지는 오전 7시40분에 출근했고,
오빠는 다른 도시에서 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어머니가 테니스 동호회 모임을 위해 오전 8시55분 쯤 집을 나서면서
결과적으로 집에는 박양만 남았던 것입니다.
수사본부장 CCTV랑 목격자는?
강력 팀장 피해자의 아래층에 사는 주부가 “십자수를 하고 있는데
오전 10시부터 11시30분
사이에 위층에서 ‘꿍’ ‘꿍’ 하는 소리를 들었다”고 진술했고.
꽃집을
하던 위층 주민도 “오전 11시쯤 출근하려고 계단을 내려가며,
아래층
계단을 봤는데 스포츠형 머리를 한 남자 2명을 봤다”고 말했습니다.
피해자가
사는 동네에는 CCTV가 설치가 안되어 있는 실정입니다.
수사본부장 김 팀장. 국과수 부검결과는 나왔고?
강력 팀장 피해자의 부검결과.
박양의 머리
7곳에서 상처가 발견됐습니다.
범인이 머리채를 잡고 박양을 바닥에 부딪치게
해 생긴 것으로
국과수는 추정하고 있습니다.
우측 광대뼈 부위에 난 콩알만 한 상처와 입술안쪽과
코의 상처 등도
그녀를 수 차례 때리면서 난 것으로 보입니다.
직접적인 사인은 목 졸려 죽은 것으로 판명됐습니다.
김 팀장이 프로젝트 화면을 가리키며,
강력 팀장 현관문을 포함해 집안 어디에서도 범인의 것으로 보이는 지문이 없었습니다.
집안에서 발견된 지문 5개는 모두
박양 가족 것이었고,
범인이 집안 곳곳을 뒤졌는데도 신발자국 등도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수사본부장 (현장 화면을 찬찬히 들여다 보며)
집을 이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고도 지문, 족적 하나 남기지 않았다?
거기에다가, 박양 혼자 집에 남을 시간까지 계산해서 범행을 했다?
그럼 뭐야? 계획적이고 지능적이라는
건데.
수사본부장 현장 사진을 보니깐, 성폭행 흔적이 있는 것으로 봐서
범인의 DNA가 나왔을 것 같은데?
강력 팀장 그것이 (머뭇거리며), 아직
수사본부장 (답답한 표정을 지으며)
나왔다는 거야? 안 나왔다는 거야?
강력 팀장 그것이, 이번에 국방부에서 유해발굴사업단이 정식으로 발족되면서
국과수 유전자분석실 연구관들이 거기로 많이 차출돼 간 모양입니다.
그래서, DNA 분석 업무가 상당히 영향을 받고 있고요.
수사본부장 그래? 그럼 다음 회의는 국과수 DNA 결과가 나오면 하지. 이상.
S# 6. OO 경찰서 강력 1팀.
강력 팀장 박 형사와 김 형사는 대학
가서,
박양의 전 남자친구, 대학 친구들 알아 보고
유 형사는 몇 개월 전부터
사귄 군대에 있다는
남자친구 군부대 방문하고
강력 1팀원 예. (바쁘게 강력계를 나선다)
S# 7. OO 대학교 OO 동아리방.
김 형사 박양이 요즘 힘들어 하거나,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인 적 없나요?
친구 1 4학년이 되면서 졸업 논문과 학과성적, 임용고시
준비 때문에 힘들어하긴 했어요.
하지만
새로 사귄 남자친구 이야기를 하는 등 평소와 다름이 없었어요
박 형사 학과
친구들과의 관계는 어땠어요?
친구 2 효진이가 누군가에게 원한 살 일이 없어요.
싹싹하고
외향적인 성격이라 친구들 누구나 좋아했죠.
박 형사 얼마
전부터 사귄 남자 친구가 있었다고 들었는데
친구
3 효진이는 남자친구하고도 사이가 좋았어요.
자주
남자친구 면회도 가곤 했는데요.
친구 1 맞다! 죽기 이틀 전에도 군에 있는 남자친구의 면회를 다녀왔어요.
S# 8. OOOO 부대 인사과.
유 형사는 군부대 인사담당을 만나, 박양
남자친구의 휴가ㆍ외박 여부를 확인한다.
S# 9. OO 대학교 인근 원룸주택.
박 형사와 김 형사가 박양의 전 남자친구 자취방을 방문한다.
딩 동 딩 동♬
전 남친 누구세요?
박 형사 경찰입니다. 박효진양 살인사건 때문에요.
문이
열리고 전 남자친구가 현관문을 열어준다.
박 형사가
경찰증을 보이며 들어선다.
박 형사 박효진양과는
얼마나 사귄 사이세요?
전 남친 (생각 후에) 1년 반 정도요.
김 형사 왜 박효진양과
헤어졌어요?
전 남친 뭐, 저도 새로 여자친구가 생겼고, 효진이도 지금 남자친구랑 만나는
상황이어서
서로 좋게 헤어졌습니다.
박 형사 O월 O일 아침 9시부터 어디서 뭘 하고 계셨는지 얘기해 주시죠.
전 남친 그 시간에, 저는 대학 동아리방에 있었습니다. 친구들이랑.
OO과 OOO, OOO, OOO에게 확인해 보시면 아실 겁니다.
김 형사 예. 그리고, 이거는 수사 절차상 필요해서요,
김 형사, 서류봉투에서 유전자구득동의서와 시료채취기구, 위생장갑을 꺼낸다.
박 형사 박양의
체내에서 채취된 용의자의 DNA와 OOO 씨의 DNA를
대조하기
위해서 타액을 면봉으로 검체수집 하려는 절차입니다.
동의서, 한 번 읽어 보시고 사인 부탁 드립니다.
김 형사는 박양 전 남자친구의 입 속 타액을 면봉으로 채취한다.
S# 10. OO 경찰서 수사본부 상황실.
김 팀장이 ‘박 양 살인사건’ 수사진행 상황과 국과수 DNA결과를 브리핑한다.
강력 팀장 국과수 결과에 따르면, 박양의 질 내에서 남자의 유전자가 발견되긴
했지만,
유전자 분석을 할 수 없을 정도의 극소량이어서 DNA를 확보하는데 실패해
결과적으로, 성폭행 여부를 단정하기
어렵다는 답변입니다.
그래서, (김 팀장이 호흡을 가다듬고)
결과적으로,
박양의
전 남자친구 등을 포함해 11명의 DNA를 채취해 박양의
몸 속에서 발견된
남자
유전자와 비교하려고 했지만 DNA 판독 불가로 소득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박양의 전 남자친구는 범행 추정 시간에
대학
동아리방에 있었던 것으로 알리바이가 확인됐고,
남자친구
또한 군부대 영내에 있었던 것으로 부대에 확인했습니다.
수사본부장이 브리핑을 하는 김 팀장을 응시하며 한참 후에 입을 연다.
수사본부장
김 팀장!
강력 팀장 예. 본부장님.
수사본부장 김 팀장이 지금까지 나한테 브리핑 한 것을 요약하면,
‘박양 시신’ 밖에 안 남아!
강력 팀장 예? (김 팀장이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을 지으며)
본부장님. 말씀을 잘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수사본부장 집 안을 난장판을 만들었는데,
없어진 것은 단지 1만3000원과 박양의 휴대폰뿐이다.
범인의 지문,
족적, DNA도 전혀 안 나왔다.
박양이 살해당할 이유도, 살해할 사람도 없다.
그렇다고
한다면,
남는
것은 ‘살해당한 박양의 시신’뿐 이잖아.
안 그래?
김 팀장은 경직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수사본부장은 양 팔꿈치를
탁자에 올리고, 합장한 손을 입술에 대며
벽 중앙에 걸린 벽시계를
응시한다. 그리고 나직이
혼잣말로.
수사본부장 수사가 장기화 될 수도 있고
아니면,
조만간 또 다른 희생자가 나올 수도 있겠군.
수사본부장의 왼쪽 눈 주위 근육이 떨린다.
수사본부 상황실은 정막에 휩싸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