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 스푼 (Silver Spoon) 4
리즈는 방금 전과 마찬 가지로 냉장고 문을 붙잡고 할 말을 잃었다.
다만 냉장고가 양문형 이기하나 왼쪽은 냉동실,
다른 한쪽은 냉장실이라는 점과
지금 있는 곳이 리즈의 키친이라는 점이 다를 뿐 이였다.
“무슨 문제 있어?”
에드워드가 식탁에 앉아서 물었다.
“저… 우유가 다 떨어 졌네요. 오늘이 토요일인걸 깜박했어요.
스크럼블 에그는 힘들 꺼 같은데… 아니. 좀 기다려 주시겠어요?
나가서 사가지고 올께요.”
주중엔 학교 다니랴 스타벅스에서 일하랴,
리즈는 냉장고안에 뭐가 남았는지
신경 쓸 겨를 조차 없는 바쁜 생활에 익숙해져 있었다.
보통 토요일 아침에 식료품을 사다 놓는데 오늘 아침은 펜트 하우스에
하루 먼저 찾아온 에드워드 덕에 나가지 못했었다.
“그럼 됐어. 그냥 있는 걸로 아무 거나 주고 커피는 있겠지?”
블랙 퍼스트 바가 제공 되는 식당은 입맛이 까다로워서
안 간다는 사람에게 아무거나 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리즈는 서둘러 에스프레소 머신을 켜고는 커피 밀에 커피 빈을 넣었다.
워 낙에 커피를 즐기기도 했지만 케시가 스타벅스에서 쓰는
바리스타를 이사 들어올 때 선물로 줬기 때문에 왠만한 커피숍 못 지 않았다.
수요일에 들여온 새로운 커피 빈을 가니 벌써부터 커피 향이 은은히 퍼졌다.
스쿱에 갈아 놓은 커피 빈을 넣고는 공기를 빼기 위해 테이블에 툭툭 쳤다.
“프로 같네. 커피 많이 뽑아본 솜씨야.”
에드워드가 턱을 손으로 받치고 리즈의 모습을 관찰하며 말했다.
에스프레소 머신에 스쿱을 끼워 넣고는 곧장 계란말이를 만들었다.
에스프레소와 계란말이라는 미스매치의 아침상이 좋아보이진 않지만,
딸랑 달걀 후라이 하나만 내어 줄 수는 없는 노릇이라 스스로 위안을 삼았다.
“자… 이거라도 드세요.”
리즈가 내어주는 계란말이를 신기하게 쳐다보는 에드워드 였다.
“뭐야 이거?”
“스크럼블 에그는 우유가 없어서 못 만들게 되었어요.
한국식 계란요리에요”
“한국식? 너 한국 사람이야?”
에드워드가 리즈가 뽑아준 에스프레소를 마시며 말했다.
“네. 일본사람 아니랍니다.”
“아, 그럼 북한? 남한?”
“아. 남한이요.”
뭐 처음부터 그냥 한국이라고 말한 자신의 잘 못도 있었으니…
“영어가 자연스럽네.”
에드워드는 리즈를 처음 봤을 때도
그녀의 영어가 참 자연스럽다고 생각 했었다.
“뭐, 이 곳에서 태어 났으니까요.”
“아. 그랬군. 그나저나 이거 맛이 있는 걸.
에스프레소도 진짜 좋은 걸… 신선한데.”
에드워드가 아침을 끝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이삿짐이 도착했다.
이삿짐을 가지고 온 사람은 다름이 아니라
케시의 집에서 일하는 존슨씨였다.
리즈는 짐이 들어 오는 걸 체크하고는 침실을 정리했다.
존슨씨가 따로 부탁한 일이라 거절할 수는 없었다.
침실 정리를 맡은 김에 드레스 룸 정리도 떠 맡게 되었다.
포장 이사 업체인 메이 플라워의 직원들이
드레스 룸까지 옷들을 옮겨 주었지만
워낙 많아서 리즈는 한숨부터 나왔다.
이상한 것은 수십 상자가 넘는 셔츠들 이였다.
모두 프라이스 택을 떼지도 않은 새 것들이었다.
슈트들도 거의 디자이너 커버가 씌어져 있는 상태였다.
이삿짐이라고 보기 보다는 바로 쇼핑을 끝내고 온 짐들로 보였다.
리즈는 상자안의 셔츠들을 꺼내 택과 보정용 핀을 모두 뽑아내곤
깔끔하게 정리해서는 셔츠 드로워에 칸칸이 채워 넣었다.
슈트의 커버백도 모두 벗겨 내었다.
대충 정리를 하고 나니 백화점의 남성복 코너에 와있는 기분이 들었다.
침실 정리를 하기 위해 보니 침대 시트가 색깔별로 있었다.
아무래도 집주인의 의견을 물어야 할 상황이다.
존슨씨에게 에드워드의 행방을 묻자 서재에 있다고 했다.
‘똑똑똑’
“들어와요”
아까는 열려 있던 문이 닫혀 있는걸 보니
이삿짐 나르는 게 불편했나보다.
“저, 침대 시트를 어떤 색으로 할까 해서요.”
“별로 선호하는 색은 없어.”
에드워드가 책에서 눈을 떼지 않고 말했다.
에드워드는 책을 읽고 있는 중이였는데
제인 구달 박사의 ‘In the Shadow of Man’이었다.
책을 읽을 때만 쓰는 안경인지 얇은 은테 안경을 쓰고 있었다.
에드워드는 침팬지에 비유하자면 그룹의 리더에 가까웠다.
어느 곳에 있어도 눈에 띄는 외모는 침팬지로 치면
최고 서열이라 할 정도 였다.
리즈는 구달 박사의 책에서 보았던 ‘골리앗’이 생각 났다.
높은 서열에도 불구하고 낮은 서열의 다른 침팬지들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던 침팬지.
자신이 에드워드를 보고 침팬지를 생각했다는 사실에
리즈는 혼자 웃음을 지었다.
“웃으니까 매력 있는 걸”
책을 읽고 있다고 생각한 그가 리즈의 얼굴을 쳐다 보며 웃고 있었다.
“아, 실례 했어요”
리즈는 서둘러 마스터 배드룸으로 돌아왔다.
리즈는 얼굴이 빨갛게 달아 올랐다.
에드워드의 웃는 모습은 매우 매력적이였다.
케시의 말을 다시 한번 실감한 리즈였다.
메이 플라워 직원이 커튼 샘플을 들고 리즈를 찾는다.
“어느 색으로 할까요?”
“아. 커튼인가요? 이것이 좋겠어요. 다크 실버와 퓨어 실버.”
카펫이 매우 밝은 계열이어서 커튼도 밝은 퓨어 실버로 했다.
같이 들어가는 엑센트는 비슷한 계열의 톤만 낮은 다크 실버로 했다.
커튼을 정하고 나니 시트의 색도 선택의 폭이 좁아 졌다.
리즈는 그레이 계열의 플랫 시트와 스커트를 깔고는
샤인 실버 계열의 컴포터를 정리했다.
침대 헤드에 거는 천들도 실버 계열로 매치 시키고 나니까 꽤나 잘 어울렸다.
혼자 쓰는 침대라고 보기엔 킹사이즈의 베드는 좀 켰지만
워낙 침실이 넓어서 인지 그리 커 보이지도 않았다.
“기대 이상인걸.”
어느새 에드워드가 침실에 들어와 있었다.
“마음에 드세요?”
“응.”
“다른 사람들은요?”
리즈는 그제서야 웅성대던 소음이 사라졌음을 감지하고
에드워드에게 물었다.
“다들 돌아갔어. 정리가 끝났거든.”
“아, 벌써 시간이.”
아침 일찍부터 에드워드의 일을 보느라
시간이 가는 줄도 몰랐는데 벌써 5시였다.
“그럼 이만.”
리즈는 인사를 하고는 돌아가기 위해 방을 나섰다.
“잠깐만.”
“네?”
에드워드가 리즈를 불러 세웠다.
“아까 보니까 존슨이 리즈라고 부르던데?
친한 사인가?”
“아, 존슨씨는 케시네 집에서 일하시니까요.
어릴 때부터 리즈라고 불려서
보통 다들 리즈라고 부르는 편이에요
흔한 애칭이잖아요.”
“아. 그렇군. 그럼 오늘 수고했어, 리즈!”
리즈는 에드워드의 말 한마디에
심장이 덜컹거리는 기분을 맛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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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앗... 왠지 그 남자들의 여자를 올리고 나니
실버스푼이 찬밥이 된 듯한 기분이 드네요...
개인적으론 이게 첫 소설이라 훨씬 애착이 가는데...
자신의 상황에 따라 다가오는 느낌이 확실히 다른것 같아요.
3년전에 소설을 썼다면 그 남자들의 여자에 더 애착을 가졌을텐데...
그래도 읽어주시는 분들 너무너무 감사해요~
카페 게시글
로맨스 소설 1.
[ 장편 ]
실버 스푼 (Silver Spoon) 4
june
추천 0
조회 113
04.05.19 08:28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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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언니 소설 잼쏘!! 헤헤 ^^ 담편 원츄고 ^-^ 이것도 좋고, 그남자들의 여자도 좋아!!
ㅋㅋ 재미있어요
리나야> 고마워~ 사실 그 남자들의 여자를 더 많이 보는 거 같아서 은숟가락의 제목을 가지고 심각한 고민 중이라는 ㅠ_ㅠ 은숟가락이 훨씬 재밌는데 ㅠ_ㅠ
#요쏘님~ 매번 꼬릿말 남겨 주시고~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