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강 물길 따라(첫 번째-2)
(관방제∼용산교, 2022년 4월 23일∼24일)
瓦也 정유순
어젯밤에 어떻게 잠이 들었는지 모르게 곤한 잠을 자고 눈을 뜨니 이미 동창은 밝아왔다. 다시 여장을 꾸리고 남도의 맛갈진 음식으로 조반을 한 후 오늘 일정을 담양읍 남산리 오층석탑(五層石塔)과 객사리 석당간(石幢竿)을 찾아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남산리(南山里)는 남산의 산 이름을 따서 남산리라 하였는데 그 이전에는 효자리(孝子里)라 불렀고 동정마을에는 황새목이라 불리는 곳이 있으며 조개방죽, 양샘거리라 불리는 곳도 있다.
<담양읍 지도>
보물(제506호)로 지정된 담양남산리오층석탑(潭陽南山里五層石塔)은 고려시대 단층기단의 5층 석조 불탑으로 높이가 7m다. 석탑의 형태는 단층 기단 위에 5층의 탑신을 형성하고, 상륜부는 모두 없어졌는지 보이지 않는다. 지대석(地臺石)은 하나의 돌로 조성하였고 그 위의 기단면석에는 중앙에 받침기둥 1개, 양쪽에는 모서리기둥이 새겨졌는데, 특히 기단부 높이가 다른 오층석탑들에 비하여 낮은 것 같다. 이 탑은 고려 중기의 탑으로 백제계열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측되며, 하늘로 쭉 뻗은 선형이 아름답다.
<담양남산리오층석탑>
약 2만평 밭 위에 홀로 서있는 오층석탑을 둘러보고 돌아서니 메타세쿼이아 도로 변으로 보물(제505호)로 지정된 석당간이 보인다. 석당간(石幢竿)은 절에 행사가 있을 때 절 입구에 당(幢)이라는 깃발을 달아두는데, 당간이란 이 깃발을 달아두는 대(臺)를 말한다. 이 당간은 고려시대 원형을 보여주는 석당간으로 큰 바람이 불어 쓰러진 것을 1839년(헌종5)에 현 모습으로 복원하였다. 당간 높이 15m, 지주의 높이는 2.5m다.
<담양객사리석당간>
석탑과 당간이 있는 것으로 보아 절터가 분명한 것 같으나 기록이 없다. 다행이 담양군에서는 오층탑 일대 약 2만평을 정확한 고증 및 정밀실측을 하여 역사문화공원 조성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석당간·오층탑 일대를 문화재 지정·보호구역으로 확대한다고 하니 기대가 크다. 기왕이면 불교가 이 땅에 들어와서 우리 전통문화와 어떻게 접목이 되었고 어떻게 전이(轉移)가 되었는지 함께 조사되었으면 한다.
<오층석탑과 부지>
오늘의 영산강 도보 시작점은 담양향교 앞에 있는 향교교(鄕校橋)다. 이 향교리에는 담양의 대표적인 명소 죽녹원이 지척에 있으나 우거진 대나무 숲만 멀리서 바라본다. 2003년에 개원한 죽녹원(竹綠苑)은 대나무 정원으로 울창한 대숲이 펼쳐져 있다. 죽림욕을 즐길 수 있는 산책로 2.2㎞는 운수대통길·죽마고우길·철학자의 길 등 8가지 주제의 길로 구성했다.
<죽녹원>
향교교에서 국수거리로 막 접어들면 음나무가 눈길을 끈다. 관방제림의 420그루 중 제1번 목으로 한 그루 밖에 없는 음나무는 나무높이 14m의 풍치목이었으나, 2013년 강풍과 폭우로 쓰러져 후계 목을 2013년에 식재하였다. 음나무는 엄나무 또는 개두릅나무로 불리며 억새고 날카로운 가시가 많아 악귀를 쫓는다 하여 문지방 위나 대문 위에 걸어 놓기도 하였다.
<제1번목 음나무>
향교교부터 영산강 하류를 따라 관방제를 걷다보면 50여 년 전부터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한 국숫집들이 줄지어 있어 담양의 명물로 자리 잡았다. 국수거리 시작부터 끝까지 야외 테이블이 마련돼 있어 정겨운 영산강 풍경을 바라보며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양의 국수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대표 메뉴는 멸치국수와 비빔국수이며, 여름에는 상큼한 열무국수도 나온다. 여기에 약계란 하나를 곁들이면 더욱 든든한 한 끼를 즐길 수 있다.
<담양 국수거리>
국수거리를 지나 담주리에서 심통보(洑)를 건너 양각리로 들어선다. 심통보 어도(魚道)에는 물고기들이 금방 튀어 올라올 것만 같다. 담양의 옛 이름인 담주리(潭州里)는 담주현(潭州縣)의 역사적 사실을 영원히 간직하기 위해 담주마을로 이름 하였다고 하며, 관방제가 축조되기 이전에는 닭전머리라 하였다. 양각리(羊角里)는 술매, 시산마을로 불렀고, 양각산 남쪽을 새터라 하였으며, 서편의 마을을 사미정 또는 재미장이라 불러왔다고 한다.
<심통보 어도>
강물을 따라 조성된 하천부지에는 용천과 만나는 지점까지 양각지구체육공원 등 각종 체육시설이 조성되어 있다. 용천(龍川)은 추월산 남쪽 사면에서 발원하여 담양읍 삼다교 일대에서 영산강과 합류하는 지방하천이다. 담양읍 삼다리(三茶里)는 약 500여 년 전부터 다전리(茶田里)라 불러오다가 동다(東茶), 서다(西茶), 외다(外茶) 등 3개 마을을 총합하여 삼다리라 한다. 그리고 용천이 흘러 내려와 영산강과 합류하는 장면이 마치 물줄기가 서로 싸우는 것 같다하여 강 건너 마을이름이 강쟁리(江爭里)라 하였다.
<영산강과 용천의 합류지점>
담양읍을 지나면 수북천을 경계로 서쪽이 수북면이다. 수북천(水北川)은 담양군 수북면 대방리(大舫里)에서 시작하여 남동쪽으로 흘러 풍수리에서 영산강으로 합류하는 지방하천이다. 하천연장은 4.6㎞이며 상류는 급경사를 이루고, 하천 유역의 모양은 폭이 좁고 긴 나뭇가지 형태의 수지상(手指狀)을 나타낸다. 유역 상류에 대방제(大舫堤)가 위치한다.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여‘큰 방죽’이라는 뜻의 대방리에는 전남자연환경연수원과 청소년야영장 등이 있고, 고인돌[支石墓]이 있다.
<수북면의 배산임수>
수북면(水北面)은 영산강의 북쪽에 위치하여 붙여진 이름 같다. 북쪽에는 병풍산(屛風山)과 투구봉 등이 솟아 있는 산지이며 중부와 남부에는 영산강이 흘러 배산임수(背山臨水) 지형이다. 넓은 들이 전개되어 농토가 비옥하고, 국도(國道)가 면의 중앙을 동서로 가로질러 통과하므로 교통도 편리하다. 온실 등 시설농업이 발달하여 딸기·토마토·메론·수박 등이 재배되며, 부업으로 죽세공품(竹細工品)을 생산했다.
<영산강(수북면 구간)>
수북천을 건너면 풍수리와 남산리다. 풍수리(豊水里)는 대부분 평지로 넓은 ‘수북들’이 있다. 자연마을로는 넘은들(월산), 새터(신기), 미산 등이 있으며, 넘은들은 옛날에 물이 넘었다 하여, 새터는 강림 동쪽에 새로 생긴 마을이라 뜻이고, 미산은 미산 밑에 자리 잡고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남산리(南山里)는 주변에 ‘큰논들과 장구리들’ 등 넓은 평야가 있다. 자연마을로는 쇠꼬들(바지, 새텃골)이 있는데, 쇠코처럼 생겼다 하여 유래되었다는 설과 바지처럼 길다고 하여 유래되었다는 설이 있다.
<수북면 남산리>
남산리를 지나면 개동리가 나오고 그 뒤로는 대흥리가 보인다. 개동리(開東里)는 전통적인 농촌지역으로 ‘팽이들’이 있다. 자연마을로는 ‘개동 동북쪽에 새로 생긴 마을’이라는 뜻의 새터(신기), 작은새터, 큰새터가 있다. 대흥리(大興里)는 대부분 평지이며 ‘방죽밑들’이 자리 잡고 있는 전형적인 농촌지역이다. 자연마을로는 만화동과 대흥이 있는데, 만화동은 마을 뒷등성이에 꽃나무가 많아 항상 꽃이 피어 있다고 해서 유래되었고, 대흥은 대흥리에서 으뜸이 되는 마을이며 크게 일어나라는 뜻이 있다고 한다.
<수북면천 합류지점>
영산강이 서류(西流)하는 유역에는 정중리와 황금리가 기다린다. 정중리(井中里)는 전형적인 농촌지역으로 ‘띠논들’이 있다. 정중은 들 가운데 위치하고 있으므로 붙여진 이름이며, 옛날에는 주막이 있었다고 한다. 황금리(黃金里)는 대부분 평탄하며 ‘장남들과 내건너들’이 있다. 자연마을로는 동매, 새태 등이 있다. 동매는 동쪽에 위치한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고, 새태는 쌍구레미 북쪽에 새로 생긴 마을이라는 데서 유래되었다. 황금리에는 문화재자료(제223호)로 지정된 백제의 고분이 있다.
<수북면 황금리 황덕 한옥마을>
수북면 뚝방길 느티나무 잎에는 외줄면충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처음에는 잎에 붙은 무슨 열매인줄 알았는데 동행하신 도반(道伴)께서 친절하게 알려 주신다. 외줄면충은 봄에 제1 기주식물인(寄主植物) 느티나무에 침입하여 충영(蟲廮)을 형성하고, 초여름에 느티나무를 떠나 제2 기주식물인 대나무류 뿌리에 이주해 여름을 나고 가을에 다시 느티나무로 이동해 산란한다. 그래서 대나무가 많은 곳의 느티나무에는 필연적으로 발생한다고 덧붙인다.
<외줄면충>
점심식사 후에는 봉산면 신학리에서 영산강과 합류하는 오례천(五禮川)변에 있는 면앙정을 짬을 이용하여 둘러본다. 면앙정(俛仰亭)은 1533년(중종 28년) 송순(宋純 14931∼583)이 건립하여 강호제현들과 국사를 논하며 후학을 길렀던 곳이다. 봉산면 제월리 제봉산 자락에 위치하고 있는데, “내려다보면 땅이, 우러러보면 하늘이, 그 가운데 정자가 있으니 풍월산천 속에서 한 백년 살고자 한다.”는 곳이다. 송순은 면앙정에서 많은 학자 가객 시인들의 창작 산실을 만들었다. 오례천은 대덕면의 만덕산에서 발원한다.
<면앙정>
면앙정에서 수북면 정중리 삼지교 돌아 나와 영산강 행보를 계속하는데 강 건너에는 담양정자문화의 맥이 흐르는 증암천(甑巖川)이 무등산 북쪽 산록에서 발원하여 북서쪽으로 흘러 영산강으로 합류한다. 이 하천은 경관이 뛰어나 담양 가사문화의 중심 공간으로 상류 유역에 소재한 소쇄원(瀟灑園)과 식영정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식영정(息影亭), 환벽당(環碧堂), 송강정(松江亭)과 함께 정송강유적(鄭松江遺蹟)이라고 불린다. 정철이 이곳에서 지은 식영정이십영(息影亭二十詠)은 후에 <성산별곡>의 밑바탕이 되었다.
<송강정 - 2015년8월1일 촬영>
수북면 황금리부터 대전면 응용리까지의 영산강 구간은 <담양하천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구간이다. 이 구간은 영산강 상류의 조류 집단서식지이며 풍부한 생물다양성이 보존되어 있어 우리나라 최초로 지정된 하천습지보호지역이다. 하천 제방 내 대규모 대나무 군락지가 있고, 하천습지에는 다양한 목본류가 밀생(密生)하여 생태적으로 우수한 자연환경을 유지하고 있다. 멸종위기종인 수달, 삵, 매, 기러기, 맹꽁이 등 다양한 동물이 서식한다.
<하천습지관찰대-영산정>
대전면(大田面)은 대치면(大峙面)과 갈전면(葛田面)이 통합되면서 생긴 이름이다. 강의리, 태목리, 응용리는 동남쪽으로 영산강이 흐르는 지역이다. 강의리(講義里)는 서당이 있어서 강(講)을 받으며 예를 배운다 하여 부르는 이름이고, 태목리(台木里)는 들 가운데 있는 태암(台岩)마을과 감나무만 초라하게 남게 된 시목(柿木)마을이 합쳐져 불리게 되었다. 응용리(應龍里)는‘중옥리들과 신용들’이 있어 대체로 평탄한 지역이다. 자연마을인 신용은 ‘응용리에서 으뜸’이라는 뜻으로 붙여진 이름이다.
<영산강 대나무숲길>
강변을 걷다가 잠시 휴식을 취한 곳은 대전면 태목리에 있는 전라북도 고창군(기점)과 전라남도 담양군(종점)을 이어주는 제253호 고속국도가 지나가는 영산교(榮山橋) 밑이다. 이 고속국도는 호남고속도로의 지선이며, 서해안고속도로와 호남고속도로, 광주대구고속도로를 이어주는 노선이다. 개통 당시에는 노선 번호가 고속국도 제14호선이었으나, 이후 2008년 1월 3일에 지금의 고속국도 제253호선으로 변경되었다.
<고창-담양 간 고속도로 영산교>
강변으로 울창한 대나무 숲이 우거져 있는 담양하천습지를 지나면 담양군과 빛고을 광주광역시 북구와 경계를 이루고, 이 두 지역을 연결해주는 용산교에서 영산강 첫 번째 길을 마감한다. 용산교는 ‘빛고을의 첫 번째 영산강 다리’로 용산 마을에 장이 열리는 날에는 주변 마을 사람들이 모여 붐볐고, 물자가 귀하던 시절에 부족한 물건들을 서로 교환하면서 따뜻한 정을 나누던 추억이 서린 곳이다.
<담양하천습지보호구역 입구>
<용산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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