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로 버려지는 단무지 자투리를 식품업체에 납품한 업자를 적발, 구속한 일명 ‘만두파동’이 발생한지 2주일이 지났다. 대표적인 서민음식으로 식탁 위에서 사랑을 받아온 만두의 명예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선 지난 10일 불량만두 제조업체 12곳을 적발했다. 이중 2곳은 후에 혐의를 벗었다. 하지만 만두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이미 떨어졌다. 워낙 많은 업체에서 불량만두를 제조한 상황이라 만두를 살 때 어느 것이 불량만두인지 아닌지 구분하기 조차 힘든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불량만두를 제조하지 않은 만두가공업체까지 덩달아 만두파동의 피해자가 됐다.
만두파동의 피해자는 이들 뿐만이 아니다. 직접 만두를 만들어 파는 식당들이 선의의 피해자가 되고 있다. 미디어다음은 지난 18일 부슬비 내리는 남대문 시장의 만두식당을 찾아 이들의 하소연을 들었다. |
"우리 만두는 불량만두와는 차원이 다르다"
만두 빚기만 20년을 해 온 김학중(43, ㅋ식당 주방장, 사진)씨는 울쌍이다. “우리 식당은 엄선한 재료를 가지고 매일 만두를 빚는다”며 “우리 만두는 쓰레기 단무지로 만든 불량만두와 차원이 다르다”고 말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ㅋ식당 주방은 식당건물의 3층에 위치하고 있다. 깔끔하게 정돈 된 주방에는 양파, 파, 무우 등 신선한 재료들이 다듬어져 있었다. 김씨는 “만두에 들어가는 무우는 시장에 직접가서 고른 신선한 것을 쓴다. 잘고 길게 썰어서 말랭이로 만든 다음 삶고 찬물에 불린다”며 “3, 4일 걸릴 정도로 노력과 정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딸만 셋인 딸부잣집의 가장이기도 한 김씨는 “여전히 내가 빚은 만두를 맛있게 먹어주는 건 딸들이다”며 “특히 만두를 좋아하는 큰 딸은 내가 만든 만두가 제일 맛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만두파동이 발생하기 전에는 하루에 2000개 이상의 만두를 빚었는데 요즘은 1000개 가량의 만두를 빚기만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남대문을 찾은 사람들이 만두에 대한 인식이 너무 좋지 않자 식당에선 ‘OOO 왕만두 만두소는 신선한 재료로 정성을 다해 직접 만듭니다. 안심하셔도 좋습니다’라는 문구를 창에 붙여 놓았다.
ㅋ식당은 직원 8명을 쓰다가 만두파동 이후 직원은 한명만 남기고 일용직 5명으로 인력을 대체한 상황. 김씨는 “IMF때도 만두는 저렴한 가격의 서민식품이기 때문에 오히려 장사가 더 잘 되었다”고 했다. 그는 “IMF도 이겨낸 만두식당이 만두파동 앞에선 순식간에 무너지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비오는 날 조차 만두 팔리지 않아"
또 다른 식당의 장일남(55, ㅊ식당 운영, 사진)씨는 “만두파동 이후 손님이 3분의 1로 줄었다”고 했다. 만두 한 접시에 700원 받으면서 시작해 남대문 시장을 찾는 사람들과 함께한 세월만 20년. 그런 ㅊ식당도 만두파동의 위력 앞에선 힘겹게 버티고 있었다.
그나마 식당를 찾는 건 손으로 빚은 만두를 파는 것을 아는 단골들이다. “뜨내기 손님들이 많이 와서 먹고 가야 장사가 될 텐데 단골을 제외하면 지나가다 들르는 사람이 현저히 줄었다”는 것이 장씨의 주장이다. 그는 “가게 앞을 지나는 사람들이 만두에 대해 지나친 혐오감을 나타내는 것을 보게 되면 속상해 눈물이 나려한다”고 했다.
또한 그는 “원래 비오는 날에는 만두 장사가 잘 됐는데 이제는 비가 오는 날이건 안 오는 날이건 상관없이 만두가 팔리지 않는다”고 했다. 사람들이 발걸음을 만두집으로 이끌었던 비도 이제는 힘을 잃은 모양이다.
ㅊ식당에선 만두외에 다른 음식도 팔기 때문에 그나마 손님이 찾아온다. 장씨의 말에 따르면 "입구에 진열되어 있는 만두를 보고 사람들이 얼굴을 찌푸리거나 노골적으로 '불량만두 아니냐'며 묻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장씨는 “만두피 반죽을 위해 하루에 밀가루 1포(20Kg)씩 썼는데 지금은 3Kg도 못 쓸 때가 많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매달 500만원씩하는 가겟세도 내지 못할 상황에 놓여있다”며 울분을 토했다.
장씨는 “불량만두를 만든 업체도 문제지만 대책없이 이번 사건을 발표한 경찰이나 이를 부풀려서 보도한 언론의 잘못이 더 크다”며 “우리처럼 영세한 만두식당은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고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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