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개바람
우종숙
제우스 바람으로 이 꽃 저 꽃 이 물 저 물 이 바람 저 바람 다 건들며 회오리 일으키고 우주의 품을 찢는다
신도 아닌 인간도 아닌 혼돈에서 태어난 구멍의 자식이라 파멸이 올지라도 즐거이 지옥에 떨어지리라 한 모금의 햇빛 드는 곳에서 사다리 타며 즐거이 희망을 꿈꾸리라 꿈 꾼 죄로 뜨거운 땅에 묶이리라 프로메테우스 되어 죄를 달게 받으리라
태양을 삼키리라 바다를 다 마시리라 제우스의 제우스가 되어 친구하리라 있었던가 싶은 돌개바람 되어 죄를 잉태하리라 태풍의 지옥불이라 불리리라
숨죽여 머무는 고요가 아니었다
---우종숙 시집 {포정의 칼}(근간)에서
돌개바람은 갑자기 생긴 저기압 주변으로 한꺼번에 몰려든 공기가 나선형으로 돌면서 일어나는 바람이며, 태풍과 선풍과 허리케인 등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돌개바람이 태풍이나 허리케인으로 발전하면 수많은 선박과 주택과 농작물 등에 엄청난 피해를 입히게 되고, 모든 생명체들은 이 자연의 재앙 앞에서 어쩔 줄을 모르게 된다.
우종숙 시인의 [돌개바람]은 ‘신 중의 신’인 제우스의 바람을 말하고, “이 꽃 저 꽃 이 물 저 물 이 바람 저 바람 다 건들며 회오리를 일으키고 우주의 품을 찢는다”고 말한다. [돌개바람]은 신도 아니고 인간도 아닌 “혼돈에서 태어난 구멍의 자식”이며, 따라서 지옥으로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즐겁고 기쁘게 생각할 것이다. 한 모금의 햇빛이 드는 곳에서 사다리를 타며 무한히 즐겁고 기쁜 희망을 꿈꾸고, 그 꿈꾼 죄로 “프로메테우스”처럼 기꺼이 하늘의 형벌을 감당하게 될 것이다.
돌개바람은 ‘신 중의 신’이고, 돌개바람은 ‘시인 중의 시인’이다. 돌개바람은 언제, 어느 때나 바람의 기상을 지녔고, 따라서 “태양을 삼키”고 “바다를 다 마시”겠다는 너무나도 고귀하고 위대한 꿈을 꿈꾼다. 돌개바람은 ‘제우스의 제우스’가 되고 싶었던 것이고, 이 ‘대역죄인의 힘’으로 “태풍의 지옥불”을 피우며, 너무나도 아름답고 멋진 신천지를 창출해내고 싶었던 것이다.
일을 하는 것은 신천지를 창출해내는 것이고, 신천지를 창출해내는 것은 죄를 짓는 것이다. 모든 휴식은 에너지를 충전하는 것이고, 에너지를 충전하는 것은 자기 자신의 온몸을 다 불태우겠다는 것이다. 작은 불이 큰불이 되고, 나비의 날개짓이 천하제일의 태풍이 된다.
우종숙 시인이 역설하고 있듯이, “숨죽여 머무는 고요”는 고요가 아니고, 돌개바람의 씨앗이자 태풍의 눈이라고 할 수가 있는 것이다. 모든 창조는 기존의 가치를 다 불살라버리는 것이고, 이 ‘대혼돈의 힘’으로 천지창조의 태양이 떠오르게 하고 있는 것이다.
돌개바람은 제우스의 입김이고, 돌개바람은 우종숙 시인의 콧김이다.
이 세상의 삶은 돌개바람이 되어 “태풍의 지옥불”을 피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