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어릴 때 영화관에서 미국 서부영화를 자주 봤습니다. 황야의 무법자, 오케이 목장의 결투, 황야의 분노 등 서부 총잡이들의 스토리를 담은 영화 말입니다. 특히 존 웨인이나 리 반 클리프 그리고 크린트 이스트우드 등 미국 배우들이 나오는 영화에 푹 빠진 적이 있었습니다. 정의를 위해 불법을 저지르는 세력을 응징하는 것이 좋았던 어린 시절이었습니다. 성인되어 미국 영화를 보면서 또 다른 흥미를 갖게 됐습니다. 주인공을 비롯한 등장 배우들의 유머스런 멘트말입니다. 제대로 알아 들었던 대사도 있고 정확하게 그 뜻을 파악하기 힘들지만 뭔가 재미있게 언급하는구나 그렇게 느꼈습니다. 일종의 유머같은 것들이었습니다. 유머는 편한 분위기뿐 아니라 긴급하거나 위급할 때에도 등장했습니다. 같은 말이지만 그 표현방법이 상대적으로 부드럽고 편한 기분을 갖게 만드는 매력을 유머는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때 느꼈습니다. 한국에서는 갖추기 힘든 어법인데 미국 등 서양에서는 어릴 때부터 그런 유머감각을 갖도록 교육을 받는구나 생각했습니다. 아마도 서부개척시절에 숱한 전쟁을 치르면서도 유머같은 어법이 있어 살벌하고 처절한 상황을 견디어나간 것이 아닌가 여겨집니다. 그런 유머가 나름 지금의 미국을 지탱하게 한 중요한 요인이 아니였을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요즘 미국에서 일어나는 여러 이야기가운데 막말이라는 단어가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막말은 유머와는 대척점에 있는 단어입니다. 막말은 불편한 심정을 여과시키지 않고 나오는데로 뱉는 것을 말합니다. 험담이라고도 합니다. 주로 미국 정치권 그가운데서도 공화당 인물들이 많이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너무도 잘 아는데로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트럼프같은 인물이 대표적입니다. 그는 직설화법에 능합니다. 정치권에 몸 담은지가 얼마되지 않고 부동산 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답게 시장적 언변에 능합니다. 둘러 말하거나 유머를 섞어 표현하는 것을 즐기지 않습니다. 그냥 직선적으로 던지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고 상대를 제압하는 데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인물입니다. 그의 막말 내지 험담은 열거하기가 힘들 정도로 많습니다. 자신에게 도전하거나 자신의 취향에 맞지 않는 타인에게는 살벌한 막말을 쏟아내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런데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인물도 막말에는 결코 지지 않는 모양입니다. 대통령 부통령이 난형난제입니다. 미국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밴스 상원의원이 과거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겨냥해 '자식이 없는 여성'이라고 공격한 사실이 알려지고 있습니다. 문제가 된 발언은 밴스 의원이 2021년 폭스뉴스에 출연해서 한 말입니다. 밴스의원은 "미국이 자식이 없는 고양이 여성들때문에 비참해지고 있다"라고 언급했습니다. 고양이 여성은 아이를 낳지 않고 고양이만 키우는 중년 여성을 비하하는 말입니다. 밴스의원은 카멀라 해리스 등 아이가 없는 사람들에 의해 민주당이 통제되고 있다면서 그런 사람들에게 미국의 미래를 넘기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주장했습니다.
밴스 의원의 이같은 말은 참으로 듣기가 거북하다 못해 혐오스런 멘트입니다. 정말 사람에게 사용해서는 안되는 말입니다. 카멜라 부통령이 자식을 낳을 수 없는 상황일 경우 그 말은 혐오를 넘어 거의 살인적인 멘트입니다. 또한 일부러 자식을 낳지 않았다고 해도 공개적으로 그런 사실을 떠들 일은 절대 아닙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상황인데 그 개인주의를 숭배한다는 미국에서 그것도 대단한 위치에 올라가 있는 인물이 해서는 정말 안되는 단어입니다.
하지만 밴스의원은 제대로 알고 한 이야기도 아니였습니다. 당시 해리스 부통령은 남편이 전처사이에서 낳은 자녀 둘을 키웠습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혼 경험이 있는 현 남편과 결혼했고 그의 두 자녀를 키우되 아이를 낳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밴스의원은 정당하게 결혼생활을 하고 자신이 낳은 것도 아닌 두 아이를 키워낸 해리스에게 거짓과 막말과 험담이 종합적으로 융합된 그런 최악의 막말을 한 것입니다.
미국의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와 부통령 후보인 밴스가 벌이고 있는 막말 퍼레이드에 미국의 보편적 사고를 지닌 국민들은 매우 우려스런 눈길을 보내고 있습니다. 막말은 심리학상으로 아주 궁지에 몰리거나 급변하는 상황에 정신이 제대로 대처를 못할 경우 긴장된 뇌에서 정상적인 작동을 생략한채 발생하는 단어를 입을 통해 나오는 과정입니다. 정신상태와 심리가 평온하거나 정상적일 때는 막말과 험담은 나오지 않습니다. 마음이 편한데 무슨 막말이 나오겠습니까. 바이든 후보의 고령리스크에 올인해 단순한 공격을 퍼붓다가 갑자기 바이든 후보가 사라지고 부통령인 해리스후보가 등장할 때까지는 트럼프 캠프에서는 당선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해리스후보의 돌풍이 발생하고 지지율에서도 격차를 줄이거나 오히려 역전되는 상황이 되자 트럼프후보를 비롯한 공화당캠프는 혼비백산해졌습니다. 그래서 막말이 다시 터져 나오는 것입니다.
막말은 정말 사라져야할 단어입니다. 그야말로 시중잡배들이 그들의 피곤한 생활을 푸념섞인 말투로 하는 그런 행위가 바로 막말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정말 정치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들은 극히 삼가야할 일입니다. 미국뿐 아니라 한국의 정치현장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의 정치가들 중에는 트럼프 못지않은 막말을 소유한 정치인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막말은 누워서 침뱉기이며 부메랑이 되어 바로 그 말을 한 인물을 강타한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2024년 7월 27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