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시피 블루스Mississippi Blues
서영처
굵고 단단한 씨앗을 한 톨 심었을 뿐인데 수풀 사이로 물줄기가 뱀처럼 구불거리며 자라난다 미시시피, i와 s가
넷씩이나 들어가 유속과 수량을 짐작할 만하다
시간의 수원지에서 흘러나온 하루하루가 미시시피, 책갈피 안으로 흐른다
도시와 농장이 펼쳐지고 학교가 자리 잡고 아내와 남편이 정원을 가꾸고
강가엔 무심하게 번식하는 햇살
아시다시피 mi와 ssi, ssi와 ppi는 장 5도의 덤덤함, 둑을 넘어 범람하기도 한다
짐작하다시피 잭슨시티의 맨홀에선 묵은 시간으로 이루어진 미시시피악어가 불쑥 기어나오기도 한다
미시시피 포커판엔 총기 소지가 금지라는데 Ssi Ssi Ppi, 총알이 총구를 빠져나가는 소리
증기선이 목화솜 같은 연기를 뿜는다 이곳에선 시시비비를 따지지 마라 캠핑용 레시피를 시시하게 취급 마라
옛 애인의 연락은 지나간 세금 고지서 같은 것이라고* 물에 젖은 이름들을 건져 올리다가 우리는 불현듯 그곳을 떠났다
곤한 잠에서 부시시 일어나면 처음 본 듯 미시감으로 미시시피가 흘러간다 이제는 쇠퇴해버린 그해 여름의 자음과 모음
을 그리며
건너려니 어느새 큰 강이 사라져 버린다
*영화 「패밀리 맨」.
―계간 《시산맥》 2023년 겨울호
서영처
경북 영천 출생. 2003년 계간 《문학/판》에 5편의 시를 발표하며 등단.
시집 『피아노악어』 『말뚝에 묶인 피아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