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원래 심한 수족다한증을 앓고 있다가 교감신경절제술을 받은 뒤 심한 보상성 다한증으로 현재 손을 제외한 모든 부위의 땀을 체험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수십년간의 땀에 대한 소회로 짜증나는 부위 랭킹을 한 번 매겨볼까 합니다...
7위. 허벅지 + 다리
: 사실 보통 사람이 허벅지와 다리에 땀이 나는 경우는 드물거라 생각합니다. 이건 교감신경절제술 후 보상성 다한증으로 주로 많이 나타나는 증상이지요. 저 또한 한여름 절정기에는 허벅지는 물론 다리와 종아리까지 흥건해지는 걸 보고 적지 않게 당황했습니다.
이 부위는 현재 처한 환경에 따라 짜증도가 다를거라 봅니다. 저는 지금 공무원 수험생 신분이고 복장이 자유롭기 때문에 항상 검은색 기능성 등산 반바지를 입고 있습니다. 기능성 바지의 특성상 땀이 빨리 마르고 바지의 통이 약간 큰 편이라 통풍이 아주 잘 됩니다. 검은색이라 땀 묻은게 드러나지도 않고요...
그래서 허벅지와 다리는 상대적으로 덜 신경쓰이네요. 만약 항상 정장 긴바지를 입어야 되는 경우에는 랭킹이 바뀔 수 있겠네요.
6위. 겨드랑이
: 겨드랑이에 땀이 나는 건 워낙 흔하기 때문에 사실 질병이라고 볼 수도 없습니다. 또 면적이 작기 때문에 쉽게 해결이 가능하죠.
당장 드리클로만 발라도 거의 해결... 그럼에도 다리보다 더 짜증난다고 한 것은 특유의 암모니아 냄새 때문입니다. 시큼시큼 올라오는 냄새가 본인뿐만 아니라 곁에 있는 사람도 괴롭게 하지요.
드리클로가 독한 약이라 너무 자주 바르는 건 추천하고 싶지 않고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피부 트러블을 감수하고 발라주면 크게 불편함없이 넘어갈 수 있으리라 봅니다. 혹 드리클로를 바르고 너무 간지럽다 싶으면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아주 약한 스테로이드 연고중에 '락티케어'라는 제품이 있습니다. 보습 + 가려움 방지 역할을 하는데 소량만 발라주시면 훨 나을 겁니다.
5위. 배 + 등
: 현재 보상성 다한증으로 배와 등에서 땀이 주룩주룩 쏟아지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전체가 옷에 가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 다리보다는 짜증지수가 심합니다. 역시 최대한 시원한 등산용 반팔 티셔츠로 버티는 수 밖에 없습니다. 혹자는 드리클로류의 약을 등에 바른다고도 하는데 어리석은 짓이라고 생각합니다. 피부 작살납니다. 그래도 보통 등을 등받이에 딱 붙이고 앉지는 않기 때문에 어느정도 통풍이 되고 에어컨을 쐬면 금방 마릅니다(등산용 티셔츠라고 가정시)
4위. 안면다한증
: 얼굴에 땀이 쏟아지는 경우는 2가지 입니다. 개그맨 김준현처럼 선천적으로 얼굴에 땀이 쏟아지는 경우와 교감신경절제술을 받은 뒤 미각다한증이 생긴 경우입니다.
먼저 선천적인 안면다한증은 저희 아버지께서 앓고 계시는데 생각처럼 짜증이 많이 나지는 않습니다. 뭐 얼굴은 항상 nude 상태로 개방되어 있기 때문에 금방금방 마르죠. 그럼에도 4위라는 높은 순위에 랭크한 것은 상대방에게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 있고 운이 나쁜 경우 안면홍조와 동반될 수 있습니다. 이럴 경우 심한 컴플렉스가 될 수 있죠. 면접같이 중요한 자리에서 벌건 얼굴로 땀이 뻘뻘 나온다고 생각하면 좀 아찔하긴 하네요...
안면다한증의 경우 방법이 없습니다. 그냥 손수건을 갖고 다니면서 수시로 닦을 수 밖에요... 혹자는 시큐어를 바른다고 하는데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네요. 그러다가 눈에 들어가면 어쩌려고;;;
미각다한증은 주로 교감신경절제술 후의 부작용으로 매운 음식을 먹었을 때 얼굴에 땀이 비오듯 쏟아지는 질환입니다. 저도 앓고 있죠... 이건 그냥 간단합니다. 매운 거 안드시면 됩니다 ^^;;; 저같은 경우 밖에서는 절대 매운 음식 안 먹는 편이고 정 먹고 싶을 때 매운 떡볶이 같은 거 집에서 아예 수건을 옆에 놓고 계속 닦으면서 먹습니다... 신기하게도 매운 음식 흡입을 멈추면 땀도 바로 멈춥니다.
3위. 발
: 이제부터는 메달권입니다. 동메달이네요. 저는 원래도 발에 땀이 많이 났지만 교감신경절제술을 받은 뒤에 더 많이 나는 것 같네요. 완전히 무슨 수도꼭지 틀어놓은 것처럼 쏟아집니다. 이게 정말 괴로운게 냄새는 물론이거니와 발가락 사이사이 발바닥, 발등 전체에 습진이 생겨서 붉은 반점으로 뒤덮이고 밤에 너무 가려워서 잠을 잘 수가 없습니다.
발은 워낙 강력해서 이온영동이니 드리클로니 별로 효과도 없는 거 같네요 ㅠㅠ
결국 다 포기하고 현재는 강력한 기능성 발가락 양말(coolmax extreme)과 그렌즈레미디, 통풍 엄청 잘되는 운동화로 버티고 있습니다. 기능성 양말이 그래도 땀이 금방금방 말라서 에어컨 틀어주는 곳에 있으면 괜찮네요. 냄새는 그렌즈레미디로 70% 정도 해결할 수 있고요... 운동화는 모양보다 무조건 통풍 잘되는 운동화를 골라야됩니다. 특히 운동화 혀가 중요해요. 저같은 경우 혀가 두꺼우면 도저히 견딜 수가 없더군요. 무조건 혀가 얇고 메쉬소재의 통풍 잘되는 운동화가 좋습니다.
나중에 취업해서 구두 신을 생각하면 좀 안습이긴 하네요 ㅠㅠ
습진 연고를 골고루 도포하고 기능성 발가락 양말을 신으면 여름을 그나마 어찌어찌 버틸 수 있습니다. 습진이 계속 생겼다 회복되었다를 반복하는 것이지요 ㅠㅠ
2위. 엉덩이 + 항문 + 사타구니
: 7위부터 4위까지는 원래 없는 질환이었는데 순전히 보상성 다한증 때문에 생겼습니다. 그래도 다 버틸 만합니다. 그런데 엉덩이 + 항문 + 사타구니에서 쏟아지는 보상성 다한증은 정말 멘붕이네요. 보상성 다한증의 끝판왕입니다.
아무리 시원한 반바지와 기능성 트렁크를 입는다고 해도 현대인의 특성상 장시간 앉아 있을 수 밖에 없고 의자에 눌린채로 땀에 쩔 수 밖에 없습니다. 그 찝찝한 느낌과 자괴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네요. 않아서 공부하다가 한시간에 한 번씩은 화장실에 가서 엉덩이, 항문, 사타구니를 휴지로 훔칩니다. 이게 정말 심각한 건 항문 피부가 너무 가렵고 사타구니도 습해서 완선(일종의 무좀)이 생깁니다. 보상성 다한증이 본격적으로 온 초기에 정말 멘붕이었고 수술 괜히 했다고 후회를 많이 했죠.
완선이나 항문 가려움증은 피부과 의사의 처방으로 살 수 있는 '에코론'이라는 연고로 80% 정도 해결 가능하긴 합니다.
땀은 그냥 달관상태로 드리클로 일주일에 한 번씩 바릅니다. 그러면 피부 트러블로 많이 가렵지만 바지하고 팬티가 축축히 젖어버리는 것보다는 나으니까요. 근데 드리클로를 바른다고 해도 엉덩이 정도이고 사타구니, 항문은 예민한 부위라 바를 수가 없어 그냥 참아야 됩니다. 너무 괴롭습니다 여름에는...
1위. 손
: 2위와 1위 간의 순위 선정에 많은 고민을 했지만 그래도 1위는 손입니다. 저의 경우 손에서 땀이 뚝뚝 떨어지는 극단적인 상황이라 도저히 살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은 손으로 하지요. 친분의 표현으로 악수도 해야되고 특히 수험생의 경우 시험을 봐야되는데 땀이 줄줄나면 마킹이 번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면서 시험지를 두 세겹으로 접고 답안지 위에 받친 다음에 마킹해야 됩니다. 남들보다 훨씬 불리한 핸디캡을 안고 시험을 쳐야 하는거죠. 심리적 불안감은 말할 것도 없고요... 저 또한 그래서 못참고 고3 수능보기 전에 보상성 다한증의 실체를 알고도 수술을 감행했습니다. 시험 뿐만 아니라 손의 정교한 컨트롤을 요하는 모든 직업은 견딜 수가 없을 겁니다...
저같은 경우 한참 손에서 땀이 많이 날때 드리클로가 별 소용이 없었습니다. 드리클로라는게 보송보송한 상태에서 발라야 되는데 여름에는 보송보송한 시간이 거의 없었고 땀이랑 뒤범벅이 되면서 땀이 더나고... 아무튼 멘붕이었죠.
그 때 만약 보손(= 개인용 이온영동기기)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보지만 역사에 '만약'이란 건 없으니까요...
다시 제가 그 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아마 수술을 또 받을 것 같습니다.
지금 만약 수술을 고민 중이신 분들은 보손하고 드리클로를 같이 운용해보시고 그래도 안되면 수술을 고려해보세요...
근데 그렇게 해서 땀을 멈춘다고 해도 일시적이고 한 번 땀이 적게 나기 시작하면 나태해져서 꾸준히 치료하기가 힘들겁니다. 대부분 사람들이... 그러면 다시 쏟아지고... 아주 부지런해야 될 겁니다...
이상으로 땀에 대한 소회와 짜증나는 부위 랭킹을 마치겠습니다. 그냥 심심풀이로 보세요... 많이 공감하셨는지 모르겠네요~ㅎ
저는 남자라서 등산용 의류만 입어도 별반 이상하지가 않지만 여자분들은 더 힘들 것 같네요... 예쁜 옷도 못 입고...
다들 힘내세요~ 우리보다 더 큰 장애를 갖은 사람들도 열심히 살고 있으니까요...
첫댓글 저도 수족이 최고로 스트레스 받죠
네~저도 손이 너무 힘들어요....사람을 만나지 않고는 살 수 없으니까요..ㅜㅜ
반갑다고 내미는 손이 우리들에겐 왜이렇게 악몽같은지.......
에~휴~끈적끈적하고 축축하고 차디찬 내 손이 정말 싫어요....
글너무잼나게잘쓰셨네요ㅠㅜㅋㅋ
수족 힘들어요 ㅎㅎ
전 수족다한증인데 학창시절때 많이 힘들었고 지금은 종종 반가운사람들 악수할때빼고는 머 ㅎㅎ 견딜만해요~~
공감합니다 저도 사타구니가 가려웠었는데 그게 완선이라는 거군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