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특파원 칼럼
[특파원 리포트] 트럼프를 사랑한 이민자들
조선일보
실리콘밸리=오로라 특파원
입력 2024.11.08. 23:54업데이트 2024.11.09. 02:24
https://www.chosun.com/opinion/correspondent_column/2024/11/08/FVHI4WWIDFEZXCNODJOKHGD7MQ/
미국의 제47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AP
미국 대선의 승세(勝勢)가 도널드 트럼프 미 전 대통령 쪽으로 확실하게 기울기 시작했던 지난 5일 밤. 책상 위에 놓여 있던 스마트폰이 ‘지잉’ 울리더니, 이내 “이 나라가 전부 불타버렸으면 좋겠어”라는 문자가 화면에 떴다. 평소 트럼프의 재선 성공은 ‘지성의 몰락’이라며 결사코 반대했던 백인 친구의 연락이었다. 좌절한 그는 “어쩌다 이 나라가 이렇게까지 멍청해졌나”라고 탄식했다.
실리콘밸리 지식인 백인 남성인 그가 “여성 인권, 인종 차별, 헬스케어 같은 문제는 이제 어떡하라고!”라며 울부짖는 동안, 나는 조용히 올 들어 여러 곳에서 만나왔던 트럼프 지지자들의 얼굴을 떠올렸다. 트럼프의 승리에 십시일반으로 표심을 행사했을 그들 중에는 전형적인 백인 레드넥(뒷목이 빨갛게 되도록 육체노동을 하는 사람)이나 힐빌리(가난한 저학력 백인)가 아닌 다양한 피부색의 이민자들이 다수 섞여 있었다.
지난 9월 7일 네바다주 레이크미드에서 트럼프 지지자들이 보트 퍼레이드를 펼치기 위해 몰려들고 있다. 사진은 트럼프 지지자인 맬리사(왼쪽)과 존 곤잘레즈 부부./오로라 특파원
지난 9월 네바다주에서 만난 맬리사와 존 곤잘레스 부부는 자수성가한 부동산 사업가이다. 멕시코 이민자인 그들은 “불법 이민자는 추방하는 게 맞다”라며 “그들 때문에 합법적으로 이 나라에 자리 잡은 우리에 대한 인식이 너무 나빠졌다”고 말했다. 라틴계 남성 유권자의 높은 지지는 트럼프 당선의 중요한 요인 중 하나로 꼽혔다.
지난 7월 22일 샌프란시스코 텐더로인의 가게에서 만난 점주 알리 마나(48)씨. 이라크 출신 이민자인 그는 이번 선거에 트럼프를 찍겠다고 했다./오로라 특파원
지난 7월 샌프란시스코의 우범지대 텐더로인에서 만난 이라크 출신 이민자 알리 마나(48)씨는 이곳에서 생필품 가게를 17년째 운영하며 어렵게 국적을 얻었다. 그의 가게 앞에는 노숙자와 약쟁이들이 득실했다. 그는 “남미에서 온 불법 이민자들이 마약 유통의 주범”이라며 “트럼프가 당선돼 내 일상을 좀먹는 이들을 당장 추방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캘리포니아는 이번 대선에서 20년 만에 가장 높은 공화당 득표율(39.8%)을 기록했다.
마이크로소프트에 다니는 중국 이민자 장위안(가명·31)씨는 스탠퍼드대를 졸업한 엔지니어다. 이미 국적을 취득한 그는 솔직했다. 그는 “불법 이민을 잘 이해 못하겠다. 미국은 여전히 충분히 똑똑하면 대우를 해주는 나라”라며 “정치적 올바름(PC)보다 내 주식이 오르는 게 중요해 트럼프를 지지한다. 집도 사고 결혼도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들의 얼굴이 뇌리를 스쳐 지나가며 민주당의 패배에 울분을 토하고 있는 백인 친구에게 “이민자들은 생각보다 트럼프를 사랑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말도 안 된다는 표정으로 “트럼프는 이민자의 적이야!”라고 되받아쳤지만 나는 생각했다. 투표권이 아직 없는 이민자들에게 적인 거겠지. 같은 이민자라고 원하는 바조차 같을까.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라는 1960년대 미국 페미니즘 운동의 구호는 페미니즘이 아니더라도 성립한다. 이건 나라가 멍청해진 게 아니다. 오히려 민주당과 그 지지자들은 어떤 이상에 눈이 가려 이처럼 다양한 이민자들의 개인사적 현실을 놓친 것은 아니었을까.
오로라 기자
jjuny
2024.11.09 01:46:30
이민자들이 트럼프를 사랑한 것이 아니라, 정상인(트럼프의 말에 따르면 상식을 가진 사람들)들이 트럼프를 지지한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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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
2024.11.09 02:38:32
내용을 모르며 여성인권, 인종차별, 헬스케어아고 하는 것은 포장된 음해성 선전이다. 9달된 임신한 아기도 마음대로 죽이는 게 여성인권인가? 트럼프가 남미의 불법입국자를 반대했다고 인종차별인가? 남미출신이 인종차별했으면 왜 그들의 트럼프의 지지도가 더 높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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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기름
2024.11.09 02:06:34
트럼프의 파시즘성향이 두렵기도 하지만, 인건옹호의 기치아래 여러 실질적인 사회현상들이 너무 극을 향해 치닫기에 더 암담했었다. 트럼프가 전폭적 지지를 얻은데에는 이유가 있다. 뭐든지 극단으로 치닫게 되면 사회가 부서지기 시작하는 것 같다. 치안불안, 비상식이 정상처럼 활개치는 사회, 가정과 결혼제도 무너짐, 다음세대의 가치관 혼란등등 지금 미국은 (아마도 전 세계가) 내리막길로 치닫고 있는 것 처럼 느껴진다. 물질만능가치관과 자신들의 권리만 주장하고 책임은 묻지않는 사회는 정말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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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우다
2024.11.09 07:16:09
미국 시민권을 얻은 과거 불법 이민자와 새로 미국에 불법 입국하려는 이민자의 입장은 180도 다르다.이미 미국 시민이 된 과거 불법 입국자들은 지금 남부 국경에 몰려들고 있는 난민들을 재정 소모,범죄,주거 환경 악화의 요인으로 보고 그들을 적대시 하고 있다.사람은 자신 처한 입장에 따라 태도가 180도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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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alshin2
2024.11.09 04:40:11
인종과 상관없이, 투표권 있는 美시민권자 라면 당연히 미국우선주의를 선호하게 마련인 것을, 이해 못하는 韓/美 주요언론사에 종사하는 다양한 인종의 임직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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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키
2024.11.09 07:40:37
우리가 속히 할 일은 핵폭탄 만드는 것이 최 우선이다. 눈치 볼 필요 없다 미국에 허가 맡아서 만들 생각이면 아예 시작도 하지마라. 트럼프가 대통령 된 이점을 최대한 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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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저
2024.11.09 06:27:13
이민자와 불법입국자를 구분하지 않는 멍청한 백인들이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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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심
2024.11.09 05:35:35
트럼프가 이민자들을 안 받아들여야, 미국내 있는 본인들 밥그릇이 안전하다고 믿는거지. 여자들이 여성 후보를 안 뽑는것도 아이러니. 낙태권도 없고. 이제 알아서들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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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yung
2024.11.09 04:49:22
Trump의 인생을 보면 그는 나라를 bankruptcy로 몰던지, 더부자 나라로 만들지 둘중 하나다. 그는 지금 사기쳐서 대통령 되었는데, 앞으로가 주목된다/ 절대로 그는 머리가 좋아서 UPENN에 가지 않았다/ 강간 미수,사기 친 전력을 보고 그를 주시해보자, 4년은 금시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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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남두란테
2024.11.09 07:14:34
명칼럼을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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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kkk
2024.11.09 03:36:48
정확하게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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