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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두는 엉겁결에 들이닥친다(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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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1.01 (금) 08:40:01[불교포커스] |
박재현|동명대 불교문화콘텐츠학과 교수 |
2014년 1월 10일, 나는 '화두는 엉겁결에 들이닥친다'는 제목으로 불교포커스에 처음 글을 올렸다. 글은 이렇게 마무리했다.
“조계사로 피신한 철도노조원은 한국불교계가 떠안은 화두처럼 보인다. 피신한 노조원은 조계사에서 새해를 맞이했다. 그는 두어 달 더 머물고 싶다고 한다.
한국불교계가 엉겁결에 덥석 받은 화두는 현재진행형이다. 백성들이 묻고 있다. 내쫓아도 30방이요 내쫓지 않아도 30방이다. 자, 어찌할 것이냐!”
그로부터 2년이 지났다. 연말을 지나면서 다시 똑같은 장면을 목격했다. 등장인물이 철도노조원에서 민주노총 위원장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일주문 밖에서는 일군의 사람들이 모여 똑같은 목소리를 냈다. “조계사는 치외법권 지역이 아니다!”
기가 막힌 노릇이다. 2년 전 그때 불교계는 화두를 풀지 못했다. 아니, 화두로 받아들이지 않았고 풀려고 애쓰지도 않았다. 그리고 잊어버렸던 화두는 다시 성성하게 우리 앞에 서서 어찌할 것이냐고 물었다.
어떤 사람들은 시한을 못 박으며 이른바 최후통첩이란 걸 했다. 이건 화두를 대하는 자세가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몸을 피해 온 사람을 내보내는 것은 동체대비의 가르침에 어긋나니 절대 내보낼 수 없다고 맞섰다.
장하기는 하지만 이 또한 화두를 대하는 자세는 아니다. 중재에 나선 사람들도 있었다. 중재자들은 꽃을 들었지만, 미소 짓는 사람은 없었다. 꽃을 잘못 든 것이다. 화두에는 묘수가 통하지 않는다. 화두 수행에서 핵심은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놓치지 않고 끝까지 붙잡고 늘어지는 것이다. 철도노조원과 민주노총 위원장이 제 발로 조계사를 걸어 나간 후, 우리는 이 문제를 얼마나 끈질기게 붙잡고 늘어지고 있는지 스스로 물어보면 알 수 있다. 혹시 그들이 사라진 것을 화두가 풀린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불교계가 화두를 풀어낸 것이 아니다. 사람들의 눈에는 화두가 너무 힘겨워 그냥 덮어버린 것처럼 보인다.
옛사람들이 화두를 두고 생사대사(生死大事)라고 한 이유가 있다. 해결하지 않고 덮어버리면, 살아있는 한 영원히 안고 갈 수밖에 없으므로 생사대사라고 한 것이다.
풀지 못한 화두의 무한 반복, 그것이 윤회전생인지도 모른다. 이것이 살아있음의 엄혹함이다.
선문의 종장인 대혜종고의 편지글로 새해 나 자신의 경책으로 삼으려 한다.
“화두를 들 때는 왕도 같은 게 없습니다. 그저 모든 행동거지를 하면서도 화두 드는 것을 그만두지만 않도록 하십시오. 희로애락이 생기더라도 그것에 대한 분별을 일으켜서는 안 됩니다.
화두를 들고 또 들며, 보고 또 보다 보면 논리도 사라지고 아무 생각도 나지 않으면서 마음에 애타고 막막함을 느끼게 됩니다. 바로 여기서 자신의 목숨을 내던질 각오를 해야 합니다.
기억하고 또 기억해 두십시오. 이런 상황에서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을 내서는 결코 안 됩니다. …… 화두를 가지고 버티기만 하십시오. 버티고 또 버티다 보면 어찌해야 할지 막막하다가 문득 잠에서 깬 듯도 싶고, 연꽃이 핀 듯도 싶고, 해가 구름을 헤치고 모습을 드러낸 듯도 싶을 겁니다. 그러면 저절로 깨달음의 한 조각이 이루어진 것입니다…….” |
첫댓글 _()_
나무아미타불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건강하시고 평안히시고 행복한 부처님 되시옵소서._()_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