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서울의 봄’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제 ‘행복의 나라’를 보았는데 시간의 순서로 보면 ‘행복의 나라’가 먼저입니다. 이것이 바로 10.26 사태이고 서울의 봄은 달포 정도 지나 발생한 12.12 군사반란 사태입니다. 물론 그 핵심 인물은 나중에 대통령까지 지낸 사람 전 전대통령입니다. 이 한 사람을 놓고 본다면 역사적 평가야 나중에 알게 되겠지만 참으로 대단한 인물임에는 틀림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만큼 대단한 야망을 품고 또한 그것을 이루기 위해 대단한 계획과 추진력을 보여준 사람입니다. 한 나라를 휘어잡으려는데 그만한 배짱과 도전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싶습니다. 그리고 과감히 실행하여 쟁취한 인물이란 말입니다.
세상에 유명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크게는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소위 히틀러나 무쏠리니 또는 우리나라 안에서 연산군 같은 인물이 있는가 하면 나폴레옹이나 징기스칸 또는 우리나라 안에서 이순신 장군이나 세종대왕 같은 사람들입니다. 즉 역사적으로 뛰어난 업적을 만들었든지 아니면 반대로 악명 높은 인물들입니다. 우리의 이 전 전대통령은 어느 쪽에 속하겠습니까? 물론 개중에는 소수의 존경하고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우리 국민의 대부분은 소위 ‘죄인 중의 괴수’ 정도로 기억하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 전의 고 박정희 대통령에 대해서는 음과 양이 혼합되어 있기에 어느 쪽으로 기울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그러나 이 사람에 대해서는 다를 것입니다.
물론 그 나름대로의 공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지른 악이 너무 크기에 그 공은 크게 나타나지 않습니다. 아무튼 한 사람의 인생으로 볼 때 참으로 대단한 인물이라는 점은 인정합니다. 그만한 야망과 그만한 배짱과 그만한 실행력을 쉽게 가질 수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영웅이라 칭할 수도 칭해주기도 싫지만 한 사람의 인생을 만들어가는데 그는 역시 대단한 사람이었다는 것은 수긍할 수 있겠다 싶다는 말입니다. 그런 대단위 사업(?)을 하는데 혼자서 이룰 수는 없습니다. 당연히 함께 할 수 있는 동역자들이 있어야 합니다. 나라를 뒤집는 일인데 당연히 목숨까지도 걸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 작업에 기꺼이 합류할 수 있을까 싶지요.
‘서울의 봄’이 있기 위해 ‘행복의 나라’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10.26사태는 바로 이 한 사람의 인생길을 새롭게 열어준 기회였습니다. 그는 자신의 야망을 실현함에 이 기회를 그야말로 잘 잡았던 것이고 놓치지 않고 붙잡았습니다. 그리고 두려움 없이 밀고 나갔던 것입니다. 사전에 그만한 동역자들, 자기 손발이 되어줄 휘하 장병들을 만들어두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엉뚱한 사람의 객기가 준비된(?) 한 사람의 길을 활짝 열어준 셈입니다. 혹시 10.26사태가 없었다면 이 사람은 자기의 야망을 어떻게 이루어갔을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일단 품은 뜻이 확고하다면 분명 그 길을 찾아갔으리라 생각합니다. 박 전대통령의 후계자가 되기 위해 어떤 일을 도모했을지 정말 궁금해집니다.
이야기는 재판과정이 주로 이어집니다. 10.26사태 후 그 사건을 어떻게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이끌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겨우 소장인 주제에 총참모총장까지 휘어잡으려는 태도에 화가 나고 몸서리가 쳐집니다. 아무리 전권을 쥐고 있어도 역시 보직의 힘 또한 무섭다는 것을 느낍니다. 보안사령관이라는 이 직책은 과연 어떠한 자리였던가 싶습니다. 별 둘을 달고서도 별 다섯을 단 상관까지 함부로 대할 수 없게 만드는 자리입니다. 참으로 놀랍습니다. 하기는 아무리 하급직이라 하더라도 최고 상관의 사택에서 일하면 아무 사람이든지 함부로 대하기 어렵습니다. 행여 무슨 말이 들어갈지 어찌 알겠습니까? 그러니 같은 계급이라도 하급부대에 근무하느냐 상급부대에 근무하느냐 하는 것이 매우 다릅니다.
변호사 ‘정인후’는 정보부장 수행비서관 ‘박태주’의 변호를 맡게 됩니다. 박태주는 정보부장을 수행하면서 대통령 시해 사건에 연루됩니다. 바로 그 날 수행하였고 총격사건 자리에 함께 하였습니다. 그가 직접 대통령을 시해한 것은 물론 아닙니다. 그러나 공범일 가능성은 충분히 있습니다. 문제는 대통령에게 총격을 가할 때 옆을 지키던 사람들 그리고 시중들던 사람들, 음식을 대접하던 일꾼들까지 모두 사살됩니다. 이 살인사건에 함께 하였습니다. 그리고 핵심은 대통령 시해사건이고 소위 반역사건입니다. 물론 그 후 자신이 권력을 잡았다든지 혹 자기쪽 사람이 권력을 쟁취하였다면 다르게 진행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잘 아는 대로 사건은 누구 좋은 대로 진행됩니다.
모두가 잡히고 반역자가 되어 재판을 받게 됩니다. 박태주는 개인으로 본다면 청렴한 군인입니다. 정 변호사는 그를 살려내려 애씁니다. 군사재판을 피하고 일반 법정에 설 것을 권면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군인의 신분으로써 편법을 용납하지 않습니다. 이미 판결은 정해져 있었고 재판은 단순히 요식행위일 뿐이었습니다. 변호사의 자존심 팽개친 굴욕적 헌신도 소용없는 일이었습니다. 결과는 상식을 벗어난 일사천리 재판으로 끝나고 그는 사형을 당합니다. 일은 그렇게 끝납니다. 민주주의? 사실 총부리 앞에서는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합니다. 그렇다고 해도 그냥 묻히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그 정신을 이어받아 오늘을 만든 것입니다. 영화 ‘행복의 나라’(Land of Happiness)를 보았습니다.
첫댓글 굳모닝
주말입니다
편한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운영자 님도 행복한 주말을 빕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