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 난 아비
류윤모
수면 위에 동동 뜨는 7080 식
덧칠위에
추가 덧칠한 금붕어 입술이
껌을 짝짝 씹으며
여장부 폼으로
국경도 불분명한
허리 짬에 손을 얹고서서
증인으로 출석한 가운데...
탁자위에 차려진
난장판의
술안주 위에 면상을 비벼 끈
비몽사몽 맛이 간
망가진 아비를 수리하려고
들쳐 업고와
프로메테우스의
불편한 진실 위에 눕혓다
전류 체커를 들이대고
점검해 봐도
도대체 어디가 망가졋는지
도무지 작동은 물론
on 스위치도 먹히지 않는다
40년대 완전 구형
단종된
수시로 고장나는
고물 트랜지스터를 뭔 수리
아침 일찍
다시는 지지직 거리는
불협화음이
살아오지 못하게
폐기물 처리장에
흑사리 껍데기 두엇쯤 붙여
버려야야겠다고...
이튿날 아침,
'일찌기 운명하셨습니다.' 일찍..일찍이
거울보며
환상적인 술픈 표정연기 끝에
두눈을 감겨드리려고 들여다보니
고장난 벽시계도
하루 두 번은 맞는다고
요햄히도
고장난 아비가
툴툴거리며 부스스 털고 일어난다
아뿔싸'
기사회생
죽어서야 살아나다니
가급적 이 신통찮은 물건은 자주 죽여야 겠다
* 참고로 저는 죽일 아비조차 없어 한없이 슬픕니다
흑흑 제손에 죽지 않고 왜 돌아가셨나요
죽은 아비라도 살려 다시 죽이고 싶습니다
류윤모
출생경북 상주시 출생. 2008년《예술세계》등단
시집 『내 생의 빛나던 한 순간』『사랑하라 벼랑위의 목숨들처럼』외
카페 게시글
#......詩 감상실
고장 난 아비 - 류윤모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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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23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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