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하위타순이 약했다. 오죽하면 6번 타자가 타석에 들어선 이후론 볼 것도 없을 정도. 조금 과장하자면 주어진 9차례의 공격 중 절반을 뚝 잘라서 약 5이닝에서만 득점이 가능했던 셈이다.
LG 트윈스의 전신인 MBC 청룡의 타선은 이렇듯 부조화의 상태에 빠져 있었다. 그래도 청룡이 꾸준히 중위권을 유지했던 원동력은 짜임새 높았던 상위타선의 힘. 그 중에서도 ‘공격선봉’엔 늘 김재박과 이광은이 섰었다.
이들은 이처럼 청룡의 ‘간판스타’라는 공통점을 지녔지만 야구스타일에선 판이했다. 김재박은 ‘그라운드 여우’라고 불릴 만큼 섬세함으로 경기를 풀어갔던 반면, ‘온달’ 이광은의 야구는 다소 거칠었다. 기본기에 충실했던 김재박은 밀고 당기는 타격에 공히 능했다. 이와 달리 이광은은 ‘천하장사급’ 손목힘을 자랑하며 그야말로 잡아당기기 일변도의 타격을 고수했다.
이렇게 10년 이상 같은 배를 타던 이들의 행로는 91년 시즌 후 은퇴와 트레이드로 갈리게 된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 둘간의 처지가 너무나 달라졌다. 명색에 걸맞게 ‘40대 감독’이라는 고지는 함께 밟았지만 그 자리에서 누릴 수 있는 영예는 한 쪽으로 몰리는 중이다.
95년 현대 초대사령탑에 오른 김재박은 98년과 지난해 우승을 안으며 감독으로서도 입지를 굳힌 상태다. 올 시즌도 초반 열세를 단숨에 만회하며 이미 팀을 선두권으로 올려놨다.
99년 12월 LG 감독직을 꿰찬 이광은 역시 김재박보다는 늦었지만 최고 인기팀이자 자신의 출신팀의 사령탑을 맡은 점에서 의미를 둘 만했다.
그러나 이광은은 흘러가는 세월 속에 다시 맞춰진 김재박과의 평행선을 그리 오래 유지하지 못했다. 선수생활 때 받았던 환호는 온데간데 없고 가슴앓이만 진하게 하다가 결국 불명예 퇴진했다.
달랐던 지도스타일이 이유일까? ‘여우’라는 별명 그대로 갖가지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팀에 승리를 안기는 김재박의 치밀함이 이광은에게는 없어서일까?
맞다. 이광은의 털털하고 거친 지도스타일은 일단 실패했다. 그러나 ‘인생지사 새옹지마’아닌가. 여기가 끝은 아니다. 멀리서 찾을 것도 없이 그의 자리를 이은 김성근 감독대행의 걸어온 길을 봐도 그렇다. 그의 별명대로 ‘온달’ 같았던 지난 1년 6개월. ‘온달’이 평강공주를 만나 대성하듯이 언젠가는 재기의 기회가 그에게 손짓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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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
이광은 감독은 재기하여 다시 돌아올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