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철 씨가 요즘 반찬 통을 쓰지 않으신다.
음식이 상했을지 걱정하며 냉장고를 열기보다 기대하며 냉장고를 열어야 할 텐데….
전에 한 형님과 집에서 함께 밥해 먹었고,
그 형님이 락앤락 반찬 통을 전자레인지에 돌려 음식이나 반찬 통이나 뭐 하나가 더 이상 쓸 수 없게 된 적이 있다고 한다. 지켜보던 박상재 아저씨도 많이 못마땅해하셨고, 역정 아닌 역정이 나왔나 보다.
그 역정이 이민철 씨에게 전이되었는지 반찬 통을 쓰는 게 어떻겠냐고 권유한 직원이 역정을 샀다.
처음 듣는 높은 언성이었다.
음식이 금방 상하거나 맛이 없을 것이라는 이유는 이민철 씨에게 이유가 되지 않았다.
이민철 씨가 더 격식을 갖추어 식사하시기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아무튼 더 이야기하는 건 스트레스일 것 같아 다시 물을 때를 기다려야겠다고 체념했다.
속상한 마음이었지만 맞불을 놓으면 불씨를 더 키울 것이다.
언젠가 박상제 아저씨도 반찬 통을 잘 활용하면 좋겠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고 상기하고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그게 오전의 일이었는데, 오후가 되어 다시 찾아뵐 일이 있어 들렀다.
냉장고를 열고도 애써 반찬 통에 대하여 언급하지 않고 주변을 닦는 일을 도왔다.
그때 갑자기 이민철 씨가 반찬 통을 꺼내 오셨다.
아저씨가 언젠가 하신 한 마디에 부엌도 아닌 방에 보관하던 반찬 통이다.
그런 반찬 통을 꺼내기까지, 다시 반찬 통을 써야겠다 마음먹기까지 어떤 용기가 필요했을 수도 있겠다.
가깝지 않을 때라고 생각한 일이고, 꺼내기 어려운 말이라고 여긴 말인데.
직원에게 미안한 마음에서인지, 별것 아닌 일로 갑작스레 감정이 요동친 것이 민망해서인지 잘 모르겠다.
다행이라고 생각한 건 이민철 씨에게 섭섭한 마음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점이다.
『복지요결』에서 “명분과 정성은 관계의 때를 초월하기도 합니다. 뜻을 잘 설명하고 정성스럽게 부탁하면 바로 잘될 수도 있습니다.”라고 했다.
무심하게 반찬을 통으로 옮기는 이민철 씨를 보며 이 대목이 떠올랐다. 앞으로 이민철 씨를 돕는 데 오래 새기고 싶다.
냉장고에 반찬이 많아도 이제는 걱정이 덜하다.
이민철 씨가 마음에 담아둔 누군가의 말에 점점 얽매이기보다 오늘처럼 과감해지셨으면 좋겠다.
2026년 4월 8일 수요일, 서무결
일을 하다 보면 끝도 없이 돕고 거들고 싶은 일들이 보이죠. 각자 살아온 삶이 다르고 살고자 하는 삶이 다르니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반찬통을 사용하지 않는 것도 이민철 씨가 살아오며 얻은 과정이나 결과의 하나이지 않을까 싶고요. 서무결 선생님의 생각이 분명하고 이민철 씨의 고민도 깊을 테니 또 이런저런 방향으로 잘 나아갈 거라 믿습니다. 박효진
반찬통 사용이 이렇게 어려웠네요. 민철 씨, 반찬통 다시 사용해 줘서 고마워요. 신아름
잘 거들어 봅시다. 이민철 씨는 무엇이든 이유가 분명하니 잘 헤아리며 도웁시다. 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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