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리 신부*
도종환
쇠를 불에 달구어 이마에 문신을 새길 때도
여간해선 울지 않는다는 남수단 소년 전사들이
고개를 떨구고 하염없이 운다
존 리 신부의 사진을 창틀 옆에 세우고
병든 입술로 사진에 입을 맞추며 흑인 할머니가 운다
그는 의사의 가운을 벗고 사제가 되었다
사제가 되자 남수단 전쟁터로 들어갔다
총상을 입은 젊은이들의 썩어가는 몸과
가난과 적개심과 공포를 치료하였으며
손발이 뭉개진 한센병 환자를 찾아다니며 돌보았다
톤즈마을 젊은이들과 벽돌 찍어 병원을 짓고
발가락이 뭉개진 이들의 발에 맞는 개인 슬리퍼를
하나씩 하나씩 만들어 신기고
성당보다 먼저 학교를 지었다
진료가 비는 시간엔 수학을 가르쳤고
총을 들던 소년들의 손에 악기를 쥐여주었다
악기를 불려면 선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가르쳤고
브라스밴드를 만들었다
그가 마흔여덟 나이에 세상을 뜨자
병든 몸 끌고 십리 이십리 맨발로 걸어와
존 리 신부 이태석의 영정사진 앞에서
손가락이 몇개 없는 손으로 성호를 긋고는
그 손을 다시 사막이 되어버린
자기 가슴에 대고 오래 울었다
아버지를 잃은 자식처럼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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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석 신부(1962~2010), 부산 출생, 인제대학교 의대를 졸업한 의사였다. 1991년 살레시오수도회에 입회하였고, 2001년 사제서품을 받고 신부가 된 뒤 아프리카 수단 남부의 톤즈(Toni)'라는 마을에서 활동하였다. 세례명 요한(John)과 성씨 이(Lee)를 합해 수단 사람들이 ‘존 리’라 불렀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