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자헌自獻 축일입니다. 저희 수도회, 특히 저희 창립자이신 십자가의 성 바오로에게 오늘 축일은 아주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이에 관한 성 빈첸시오 스트람비 주교의 증언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저희의 공경하올 십자가의 바오로는 열렬한 9일 기도로 성전에서의 복되신 마리아의 자헌 축일을 준비했습니다. 그는 복되신 동정녀의 자헌이란 이름으로 봉헌된 수도원인 몬떼 아르젠따리오의 수도 공동체가 다음과 같은 예식을 사용하면서 자신과 함께 이 9일 기도를 바치는 것을 소망하셨습니다. 즉, 축복받은 성체를 찬양하기 위하여 현시와 고유 기도를 바치면서 시편 65, “온 땅은 춤추며 하느님을 기리라 그 이름의 영광을 노래하여라.”를 노래합니다. 이 시편에서 바오로는 자신을 이끌었던 하느님의 방식을 인지하였습니다. 또한 이 시편은 항상 자신을 도와주고 지켜 주셨던 복되신 동정녀를 통하여 얻었던 각별한 은총을 바오로에게 상기시켜주었습니다. 가능한 언제든지 바오로는 이 9일 기도를 성모 자헌 수도원에서 바쳤습니다. (중략) 바오로에게 성모 자헌 축일은 자신이 이 세상을 벗어나 처음으로 고난회의 수도복을 입었던 날로 복된 기념일이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한창 젊을 때 자신을 거룩하신 주권자이신 하느님께 봉헌하였던 날이었습니다. 그렇기에 그는 하느님의 마음을 가장 기쁘게 하는 희생 제물로서 자신을 성전에서 봉헌하였던 것입니다. 하늘의 여왕이신 복되신 동정녀를 본받았습니다.』 저희 사부이신 십자가의 성 바오로는 몬떼 아르젠따리오에 창립했던 최초의 고난회 수도원과 타르뀌니아에 창립했던 첫 관상(=여성) 수도원을 ‘자헌 수도원’이라 명명하고 복되신 성모님의 자헌에 봉헌되기를 소원하셨던 것입니다.
오늘 이 뜻깊은 축일을 지내면서 저는 성 아우구스띠노 주교의 강론(Sermo 25,7-8: PL 46,937-938)을 저의 복음 묵상을 대신해서 보내드리고자 합니다. 오늘 축일에 대한 이해와 복음 묵상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성모님은 신덕의 힘으로 믿고 신덕으로 잉태하셨습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제자들을 가리키시며 하신 다음 말씀에 주목하십시오. “바로 이 사람들이 내 어머니이며 내 형제들이다. 나를 보내 주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천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다 내 형제요 자매요 어머니이다.” 신덕의 힘으로 믿으시고 신덕으로 잉태하시며 사람들 가운데 우리의 구원을 낳게 해주실 여인으로 간택되시고, 그리스도가 그 안에 창조되시기 전 그리스도께서 창조해 주신 동정 마리아께서, 아버지의 뜻을 실천하지 않으셨다는 말입니까? 아닙니다. 지극히 거룩하신 마리아께서는 분명히 아버지의 뜻을 실천하셨습니다. 그래서 마리아에게 있어서 그리스도의 어머니가 되셨다는 것보다 그리스도의 제자가 되셨다는 것이 더 중요한 일입니다.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성모님에게 있어 그리스도의 어머니가 되신 것보다 그리스도의 제자가 되신 것은 더 큰 영예이고 더 큰 행복이었습니다. 마리아는 예수님을 낳으시기 전 그분을 모태에 모시고 계셨기 때문에 정말 복되셨습니다. 내가 하는 말이 정말인지 한 번 보십시오. 주님은 당신을 따라오는 군중과 함께 두루 다니시고 신적 기적을 행하실 때 한 번은 어떤 여인으로부터 다음의 말을 듣게 되었습니다. "당신을 낳아서 젖을 먹인 여인은 얼마나 행복합니까? 그런데 "행복"은 육신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 주님은 어떻게 대답하셨습니까?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그 말씀을 지키는 사람들이 오히려 행복하다."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니까 성모 마리아는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그것을 지키셨기 때문에 복되십니다. 마리아는 당신 태중에 모신 육신보다 마음에 지닌 진리를 더 열심히 간직했습니다. 그리스도는 진리이시며 육신이십니다. 그리스도는 마리아의 마음속에서 진리이시며 마리아 태중에서 육신이십니다. 그러나 태중에 있는 것보다, 마음 안에 있는 것은 더 중요합니다.
마리아는 거룩하시고 마리아는 복되십니다. 그러나 동정 마리아보다 교회는 더 그러합니다. 왜 그렇습니까? 마리아는 교회의 한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거룩한 부분, 뛰어난 부분, 엄위로써 다를 모든 지체들 보다 더 고귀한 부분이지만 그래도 온몸의 관점에서 볼 때 하나의 지체에 지나지 않습니다. 몸이 한 지체라면 물론 그 한 지체보다 그 온몸은 더 보배롭습니다. 주님은 머리이시고 그리스도의 전체는 머리와 몸입니다.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습니까? 우리는 신적인 머리를 모시고 있고 우리의 머리로 하느님을 모시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형제들이여, 잘 들어 보십시오. 여러분도 그리스도의 지체들이고 그리스도의 몸입니다. 여러분이 어떤 식으로 그리스도의 지체들인지를 보십시오. 그리스도께서는 말씀하십니다. “바로 이 사람들이 내 어머니이며 내 형제들이다.” 여러분은 어떻게 그리스도의 어머니가 될 수 있겠습니까?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말씀을 듣고 그분의 뜻을 실천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다 그리스도의 형제요 자매요 어머니입니다. 형제들이여, 보십시오. 여기에서 형제 그리고 자매라고 말합니다. 그것은 우리의 유산은 같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는 한 분이셨지만 당신의 자비심으로 홀로 계시기를 원치 않으시고 우리 모두 아버지의 상속자, 그리고 당신과 더불어 공동 상속자가 되기를 원하셨습니다.』
저희 수도회의 공식 창립일은 바로 1720. 11. 22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본디 11월 21일 자헌 축일에 착복하고 피정을 시작하려 했지만 뜻하지 않은 사정으로 하루가 지연되었던 것입니다. 2020.11.22일에 영광과 축복인 수도회 창립 300주년을 맞았지만, 뜻하지 않은 코로나 펜데믹으로 말미암아 모든 일정이 취소되었습니다. 아무튼 시간은 지났지만, 다시금 수도회 재창립을 위한 발걸음은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예수님의 고난 복음, 십자가의 말씀을 선포하고 있는 모든 예수고난회 남녀 수도자들을 통해 지속되고 있습니다. 여러분과 이 뜻 깊은 날에 성모님처럼 우리 모두 매일 거룩한 산 제물로 봉헌하며 살아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