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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문
9월 3일 오후 4:26 ·
[최병문 잡설] 대통합 TF? 원탁회의 외상값부터 갚자
연대는 새로운 약속 전에 이미 한 약속을 지키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가 조국혁신당 등 야당과의 연대와 대통합을 말한다.
좋다. 민주개혁 진영이 힘을 합치는 것을 반대할 이유는 없다.
그런데 묻고 싶다.
새로운 통합기구를 만들기 전에, 내란청산과 정권교체를 위해 함께 싸웠던 정당들과 맺은 약속부터 지키는 것이 순서 아닌가.
2025년 2월 19일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은 '내란종식 민주헌정수호 새로운 대한민국 원탁회의'를 출범시켰다.
당시 민주당 대표는 이재명이었다.
윤석열 내란세력의 재집권을 막고 민주헌정을 회복하기 위해 민주개혁 세력이 힘을 합치자는 것이었다.
그리고 윤석열 파면 이후인 4월 15일, 5당은 한 걸음 더 나아가 구체적인 정치적 약속을 담은 2차 선언문을 발표했다.
그 가운데 아주 중요한 문장이 있다.
“대통령 선거 직후 교섭단체 요건 완화를 마무리하고, 결선투표제를 도입한다.”
‘검토한다’도 아니고 ‘논의한다’도 아니다. “마무리한다.” “도입한다.”
더구나 시점까지 못 박았다.
“대통령 선거 직후.”
이것은 조국혁신당이나 진보당이 정권교체 이후 새롭게 꺼내든 요구가 아니다.
민주당까지 서명한 대선 전 정치적 합의였다.
그리고 야4당은 자신들의 약속을 행동으로 옮겼다.
조국혁신당은 독자 대선후보를 내지 않았다.
기본소득당도 이재명 후보 지지를 결정했다.
진보당 김재연 후보는 출마를 준비하다가 5월 9일 후보직을 내려놓고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조국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과 시민사회는 이재명 후보를 사실상 범민주개혁 진영의 단일후보인 ‘광장 대선후보’로 지지했다.
왜 그랬겠는가.
자기 당의 이해관계보다 내란세력 재집권 저지와 정권교체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국 정권교체에 성공했다.
그렇다면 이제 민주당 차례 아닌가.
당시 합의했던 교섭단체 요건 완화는 어디로 갔는가.
대통령 결선투표제는 어떻게 됐는가.
사회대개혁과 지방분권은 얼마나 진척됐는가.
제2기 원탁회의는 어떻게 됐는가.
물론 원탁회의 합의 가운데 내란특검과 권력기관 개혁처럼 실제 추진됐거나 진행 중인 과제도 있다.
그러니 원탁회의 합의 전체를 민주당이 폐기했다고 주장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적어도 정치개혁의 핵심 약속인 교섭단체 요건 완화와 결선투표제는 아직 미완의 숙제로 남아 있다.
특히 교섭단체 요건 완화는 단순히 조국혁신당 몇 석을 배려해주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 국회를 거대 양당만의 경기장으로 둘 것인지, 일정한 국민의 지지를 받은 소수정당에도 제대로 된 의정활동 공간을 열어줄 것인지에 관한 정치개혁의 문제다.
더 중요한 것은 정치적 신뢰다.
선거 전에는 작은 정당들의 힘이 필요하다며 손을 잡고, 정권교체에 성공한 뒤에는 당시 약속을 뒤로 미룬다면 다음 선거에서 무슨 말로 다시 연대를 요구할 것인가.
연대에는 상호성이 있어야 한다.
한쪽은 후보를 포기하고 표를 모아주는데, 다른 한쪽은 집권한 뒤 약속 이행을 미룬다면 그것은 지속 가능한 연대가 아니다.
그래서 김민석 대표에게 묻는다.
지금 필요한 것이 정말 새로운 ‘대통합기구’인가.
대통합추진단장으로 박범계 의원을,
진보연대분과 위원장으로 진성준 의원을, 조국혁신당 연대분과 위원장으로 이해식 의원을, 영입·확장분과 공동위원장으로 황명선·이소영 의원을 각각 통합TF 책임자로 임명했다.
진정 통합을 원하는가?
조국혁신당과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을 또 불러 모아 새로운 사진을 찍고 새로운 선언문을 만들려고 하는가?
2025년 그들과 함께 서명했던 원탁회의 2차 선언문의 이 한 문장부터 다시 읽어보기 바란다.
“대통령 선거 직후 교섭단체 요건 완화를 마무리하고, 결선투표제를 도입한다.”
정치에서 신뢰는 거창한 통합선언 통합TF 구성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어려울 때 함께했던 사람들과의 약속을 권력을 잡은 뒤에도 지키는 데서 만들어진다.
대통합을 말하기 전에 원탁회의 약속부터 지켜라. 외상값은 갚아야 한다.
그것이 새로운 연대를 제안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정치적 신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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