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선덕여왕을 추모하는 숭모재가 팔공산 부인사에서 해마다 열려 벌써 28회나 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해마다 음력 3월 보름날이면 숭모재가 열린다는 정보를 처음 알게된 것은 몇 년전 서울있는 종민(최종민 : 우리나라 국악 발전에 획기적인 기여를 한 국악전공 교수)이가 무슨 일로 대구에 왔다가 잠시라도 만나자는 연락을 받고 대구공항 근처에서 만났는데 이왕이면 팔공산에 한 번 가보자는 제의에 따라 가다가 부인사엘 들렸다. 마침 부인사의 회주스님인 성타스님이(전부터 최교수와는 교분이 있었음) 반갑게 맞이해 주셨고 스님방에서 시주승이 소반에 차를 담아 내왔다. 성타스님이
“오늘 귀한 손님이 오셨으니 귀한 걸로 대접해야지”
하시며 일어서시더니 작은 병을 하나 들고 오셨다.
“아니, 그게 뭔데요?”
“뭐긴 뭐야, 술이지.”
“술?”
“오래된 솔잎 술이야, 귀한 거야.”
술을 전혀 못하는 나도 그 술을 한잔 들이켰더니 입에 짝 달라 붙는 것이 범상치 않은 술이었다. 그 자리에서 성타스님과 종민이 사이에 선덕여왕 숭모재 이야기가 오고 갔다. 약 30여년 전, 우연히 부인사 경내에 있는 선덕묘(善德廟)에서 신무동 사람들이 제사를 지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이를 부인사에서 계승하여 발원하기로 하고 여러가지 사료를 수집한 뒤 부인사의 첫 불사로 숭모전(崇慕殿)을 낙성하고 선덕묘를 옮겨 와 지금까지 제사를 모시고 있다는 것이다. 그때서야 나는 숭모재를 알았고 해마다 봄이 되면 참석해 봐야겠다는 생각은 가지게 되었으나 사정이 여의치 못하여 지금까지 미루어 오다가 금년에는 꼭 참석하기로 마음 먹었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선 덕분에 부인사 경내에 있는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오늘 행사가 열리는 숭모전으로 올라 갔다. 행사장에는 벌써 오늘 행사를 위해 서울에서 내려온 국악방송국의 중계차와 온누리 국악관현악단이 한창 행사 리허설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가장 좋은 위치라고 판단되는 위치에 의자를 놓고 앉아 행사가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11시가 되자 국악방송국의 이근찬 MC의 사회로 불교의식에 따라 행사가 봉행되었다. 지금까지는 행사성으로 유교의 재례의식에 의해 치루어 왔으나 올해부터는 전문가와 불자들의 발원을 받아들여 불교의례로 바꾸어 불교문화를 계승하는 방향으로 수정했다고 한다. 순서는
1. 명종(鳴鐘) 2. 삼귀의(三歸依) 3. 육법공양(六法供養) 4.발원문 낭독
5. 범패(梵唄)시연 6. 법어 7. 축사 8. 인사 9. 정근, 헌향
10. 음성공양 11. 반야심경 봉독 12.사홍서원(四弘誓願)의 순서로 진행되었다. 그중 우리나라 무형문화재 50호인 범패시연은 흔히 접할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볼만 했다. 의식은 12시 30분 경에 끝이 났고 이어서 부인사에서 제공하는 점심공양이 있었다.
점심공양 후 13시 30분 부터 특별공연이 시작되었는데 온누리국악단이 펼치는 국악 연주와 국악인 이유라와 그 제자들이 출연하여 판소리와 국악가요를 흥겹게 들려주었다. 국악관현악단의 사용하는 국악기 중 관악기와 해금은 전통적인 우리 국악기 그대로 였으나 가야금 거문고 아쟁 등의 현악기는 거의 개량 국악기를 사용하고 있었다.
특별공연의 피날레는 김영임의 회심곡이였다. 괭가리 하나 들고 나온 김영임은 구수한 입담과 함께 애절한 사연을 담은 회심곡의 열창은 장내의 관객을 장악해 나가는 능력이 뛰어났다.
오후 3시가 되어서야 모든 행사가 끝났다. 불교 신자는 물론 아니지만 절에서 이렇게 하루를 보내기는 처음이었다.
첫댓글 선덕여왕 숭모재( 崇慕齋), 귀한 행사 내용을
맛깔나게 쓴 글과 그림으로 소개해 주어서 좋은 정보를 얻었네.
나는 부인사에서 그런 행사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네.
귀한 정보 고맙네.
안단장!
수고 많았네.
덕택에 좋은 자료 잘 보았네. 숭모전의 선덕대왕 어진이 선 자세라 아쉽다고 한다. 부인사도 가 본지가 벌써 10년이 넘는 것 같은데 사진을 보니 새로운 건축물이 많이 들어선 것 같군
그날 참석한 동구의 R의원이 축사에서 앞으로 이 행사를 대구의 행사로 확대하겠다며 그렇게 되려면 부인사를 위해 할일이 많다면서 먼저 어진을 들더군. 문화재청에서 정한 규격이 있나봐.
선덕여왕 숭모제라? 유교제와 불교제를 합성한 제사인 것 같군? 제사를 음악 예술로 승화시킨 게로군. 난 상상만 해 본다네.
제사의 예술 승화- 멋스러워 보이네. 崇慕祭라고 고쳐 보네. 참 좋은 문화를 알게 되었네.
내년 행사 때에는 한번 가 보게,. 음력 3월 보름일세.
가까운 곳에서 그런 행사가 있었구나! 덕택에 좋은 구경 잘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