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달가슴곰 김종민 박사·전 국립생태원 생태조사본부장
올겨울은 '곰'과 '호랑이'의 계절이에요. 다음 달 치러지는 평창 동계올림픽의 마스코트(어떤 행사·단체를 대표하는 상징물)가 반달가슴곰인 '반다비'와 백호랑이인 '수호랑'이기 때문이지요. 수호랑은 올림픽, 반다비는 장애인 올림픽(패럴림픽)을 각각 상징한답니다.
이 중 반달가슴곰은 아시아흑곰(Asian black bear)이라고 불릴 정도로 아시아를 대표하는 곰이에요. 백두산 호랑이가 없었던 남한에서는 가장 덩치가 컸던 맹수였지요. 가슴에 하얀 털이 모여 난 모습이 마치 반달처럼 보인다고 해서 반달가슴곰이라는 이름이 붙었고, 영어로는 달곰(moon bear)이라고도 해요.
반달가슴곰은 까만 털이 온몸을 덮고 있지만 가슴에만 하얀 털이 V자형으로 났어요. 하지만 곰에 따라 반달 무늬가 아주 큰 것도 있고 작은 것도 있으며,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흐린 경우도 있어요. 하얀 마스크를 쓴 것처럼 입 주변과 뺨에도 하얀 털이 나 있고 코끝과 콧잔등 옆은 연한 밤색이나 은색 털이 나 있어요. 똑바로 서면 키가 2m에 달하고 몸무게는 200㎏까지 나가는 중형 곰인데, 덩치에 맞지 않게 잽싸게 사냥하는 날쌘돌이예요.
반달가슴곰은 귀가 크고 둥근 편인데 개처럼 위로 쫑긋 솟아있어 아무리 작은 부스럭 소리도 놓치지 않아요. 개코처럼 냄새를 쉽게 맡아 멀리서도 먹이를 찾아내지요. 정면에서 얼굴을 올려다보면 코끝이 약간 들려있어 돼지처럼 보이고 주둥이가 길어서 언뜻 사나운 개처럼 보이기도 해요. 낮에는 동굴이나 나무 구멍에 들어가 자는데 사냥은 주로 밤에 해요.
새나 토끼 같은 작은 동물도 먹고 벌레나 물고기도 먹지만 주로 먹는 것은 과일이나 도토리 같은 식물이에요. 벌에 쏘이면서도 벌집을 짓이겨 꿀을 빼어먹을 정도로 단 것을 좋아하지요. 성격이 아주 공격적이라 때론 사람을 해치기도 해요. 그래서 지리산에 반달가슴곰이 너무 많이 늘어나면 등산객들이 위험에 처할 수도 있어요. 한편 곰의 쓸개인 웅담이나 곰 발바닥은 일부 사람이 음식으로 즐겨 먹기 때문에 많은 나라에서 곰 사냥을 금지하고 있답니다. 우리나라에선 1982년 천연기념물로 지정했고 2012년 멸종 위기 1급으로 보호하고 있어요.
보통 네 살부터 번식을 시작하는데 자연 수명이 약 30년이라 번식력이 좋은 편이에요. 인도와 중국·한국·일본 등에 널리 퍼져 사는데 주로 산에 살지요. 또 다른 산곰으로는 북한 산악 지역을 포함해 아시아·유럽·북미 지역에 널리 걸쳐 사는 갈색곰(불곰)이 있는데, 서양에서 인기 많은 인형 '테디베어'의 모델이에요. 아메리칸흑곰은 초원에 주로 살지만 반달가슴곰과 크기나 생김새, 식성이 가장 비슷해요.
우리나라 정부는 지난 2004년 지리산 생태계를 복원하겠다며 반달가슴곰 38마리를 방사(가축을 가두거나 매어 두지 않고 놓아서 기름)했어요. 그중 15마리가 죽었지만 살아남은 곰들이 제법 새끼를 많이 낳아서 현재 50여 마리가 지리산에 살고 있다고 해요. 평창 동계올림픽이 '평화 올림픽'으로 자리 잡고 성황을 이루면 반달가슴곰도 테디베어에 맞먹는 '스타 곰'이 될 수 있을지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