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말 뜻 구별
• 희망봉(希望峯)과 희망봉(喜望峯)
희망봉(希望峯)은 기쁨과 희망을 안겨 주는 봉우리라는 뜻으로, 앞날에 대한 밝은 전망을 보여 주는 뚜렷한 목표를 이르는 말이다.
박경리의 “토지”에 ‘이르지 못하게 될지도 모를 강토 탈환이라는 희망봉을 향해 망망대해를 표류하고 있음을 부인 못한다.’다는 구절이 나온다. 말 그대로 희망을 주는 봉우리라는 뜻이다.
반면 희망봉(喜望峯 Cape of Good Hope)은 아프리카 대륙의 최남단 근처(남아프리카 공화국 케이프 반도)에 위치한 곶[串 바다쪽으로 부리 모양으로 뾰족하게 뻗은 육지]이다. 대항해 시대 역사에서 동서양 해로를 잇는 핵심 거점이자 상징적인 지형의 이름이다.
1488년 포르투갈의 탐험가 바르톨로메우 디아스(Bartolomeu Dias)가 유럽인 최초로 이 지역을 발견했다. 발견 당시 격렬한 풍랑을 겪었기 때문에 디아스는 이곳을 ‘폭풍의 곶(Cabo das Tormentas)’이라 이름 붙였다. 이후 포르투갈의 국왕 주앙 2세가 명칭을 ‘좋은 희망의 곶(Cabo da Boa Esperança)’으로 바꿨다. 폭풍이라는 부정적인 이름 대신, 이 곶을 돌면 인도 및 동아시아로 향하는 풍요로운 신항로를 개척할 수 있다는 희망과 기대를 담은 것이다.
‘희’ 자를 ‘기쁠 희(喜)’ 자로 쓰는 한국어 명칭 ‘희망봉(喜望峯)’은 영어명 ‘Cape of Good Hope’를 한자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정착된 이름이다. ‘바랄 망(望)’ 자는 ‘Hope’에 대응하여 향후 성공적인 항해를 바란다는 뜻을 나타낸다. 표준적인 ‘바랄 희(希)’ 자 대신 ‘기쁠 희(喜)’ 자를 쓴 이유는, 서양의 ‘Good Hope’가 단순히 ‘무언가를 바라다(Hope)’는 뜻을 넘어 ‘기쁨과 축복을 가져다주는 좋은 희망’이라는 뉘앙스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즉, 주앙 2세가 의도했던 ‘드디어 인도로 가는 길을 열어 기쁘고, 앞날에 축복이 가득하길 바란다’는 긍정적이고 기쁜 희망의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기쁠 희(喜) 자를 써서 희망봉(喜望峯)으로 번역·표기하게 되었다.
• 규정(規定)과 규정(規程)
규정(規定)과 규정(規程)은 비슷하면서도 약간 그 뜻이 다른 말이다.
규(規)자는 원래 ‘夫+見’이 합쳐진 글자로, 장부의 식견은 법에 맞는다는 의미에서 나왔다. 여기서 규구(規矩)나 규구준승(規矩準繩)이란 말이 생겨났다. 규(規)는 원래 지름을 재거나 원을 그리는 데 쓰이는 도구이고, 구(矩)는 곡자, 준(準)은 수준기(水準器)이며, 승(繩)은 먹줄이다. 모두 목수가 쓰는 도구로서 나무를 다룰 때 없어서는 안 되는 도구이므로 사물의 준칙(準則)을 가리킨다. 그러면 먼저 규정(規定)과 규정(規程)을 사전에서 그 의미를 찾아보자.
규정(規定): 명사. ~하다 ~되다
어떤 일을 하나의 고정된 규칙으로 정함. 또는 그 정해진 규칙.
어떤 사항을 법령의 조항으로 정함, 또는 그 정해진 조항.
어떤 것의 내용·성격·의미 등을 밝히어 정함, 또는 밝히어 정한 것.
규정(規程): 명사
관공서 따위에서, 내부 조직이나 사무 취급 등에 대하여 정해 놓은 규칙.
그런데 이 사전적 의미를 보아도, 얼른 이 두 말의 명확한 개념상 차이를 알 수가 없다. 더욱이 사전에는 이 두 말이 비슷한 말이라고 씌어 있고, 또 경우에 따라서는 두 말을 바꾸어 쓰는 경우도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사전의 기록을 자세히 뜯어보면 다음과 같은 차이점을 발견할 수가 있다.
첫째, 규정(規定)은 법령의 조항, 즉 개개의 조항을 말하는 반면, 규정(規程)은 기관에서 정해 놓은 법령의 총체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다시 한번 정리하면 규정(規定)은 낱낱의 조항을 가리킬 때 쓰이고, 규정(規程)은 개개 규정의 전체적인 개념 즉 규정집 그 자체를 가리킬 때 쓰인다고 할 수 있다.
둘째, 규정(規定)은 명사와 동사(~하다, ~되다)로 쓰일 수 있으나, 규정(規程)은 명사로만 쓰인다. 그래서 ‘규정(規定)’은 ‘규정(規定)하다’나 ‘규정(規定)되다’라는 말을 쓸 수 있지만, ‘규정(規程)’은 ‘규정(規程)하다’나 ‘규정(規程)되다’라는 말을 쓸 수가 없고 단독 명사로만 쓰인다.
그러면 이를 적용하여 그 예를 적어 보자.
‘학생 생활 지도 規程’ 제3항의 規定에 그와 같이 規定되어 있으므로, 이번 정학 처분에 문제가 있다고 規定할 수는 없다.
‘인사 관리 規程’에 나와 있는 規定을 잘 지켜야 한다.
그리고 규정(規定)은 동사가 될 수 있으나 규정(規程)은 동사가 될 수 없으므로, 규정(規定)은 앞에서 뒷말을 꾸밀 수가 있어서 피수식어의 앞에 오고, 규정(規程)은 동사가 될 수 없는 명사이므로, 꾸밈말이 될 수가 없어 항상 피수식어가 되어 뒤에만 온다.
ㄱ. 規定 농도 規定 종목
ㄴ. 인사 規程 관리 規程
그리고 규정(規定)과 규정(規程)의 차이에 대하여 좀 더 생각할 점은 ‘-정(定)’과 ‘-정(程)’이다. 정(定)은 ‘정하다’의 뜻이고 정(程)은 ‘법’이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규정(規定)은 일반적인 정함에 그 강조점을 둔 반면에, 규정(規程)은 정해진 법 그 자체, 그 뭉치에 중점을 두고 있음을 이해할 필요가 있겠다.
그래서 규정(規定)은 “대회의 規定에 따라 실격이다./ 전항의 規定에 의하여 처리한다./ 단체의 성격을 規定하고 있다.” 등과 같이 쓰인다.
규정(規程)은 “공무원 보수 規程, 인사 관리 規程, 장학금 지금 規程, 사원 채용 規程”과 같이 쓰인다. 즉 규정집(規定集)의 뜻이다. 따라서 규정집의 책 제목은 항상 ‘~規程’이라고 써야 한다. 그리고 ‘인사 관리 規程’을 한자로 쓸 때는 ‘人事管理規程’과 같이 한데 붙여 써도 된다.
• 귀걸이와 귀고리
귀걸이와 귀고리는 기본적으로 같은 의미를 지닌 단어이지만, 표준어 규정의 변화와 사용하는 대상의 범위에서 차이가 있다. 귀고리는 과거부터 귀를 뚫거나 귓볼에 걸어 장식하는 장신구를 가리키던 단어이다. 귀걸이는 원래는 귀마개 등 귀에 거는 물건 전반을 뜻하던 단어다. 현재의 표준어 규정에서 귀고리는 장신구 전용을 뜻하고 귀걸이는 복수 표준어로 장신구와 귀를 덮거나 거는 물건을 포함하는 뜻을 지닌다. 그러니 의미 범위로 볼 때 귀고리는 귓볼에 다는 장신구만을 의미하고, 귀걸이는 장신구뿐만 아니라 귀마개, 방한용 덮개 등도 포함한다.
그러므로 귀에 다는 장신구를 가리킬 때는 두 단어가 모두 맞으며, 완전히 같은 의미로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오늘 의상에 맞춰 금으로 된 귀고리를 착용했다." (O)
"오늘 의상에 맞춰 금으로 된 귀걸이를 착용했다." (O)와 같이 두 단어 중 어느 것을 쓰도 된다.
그런데 추위를 막기 위한 방한용 귀마개를 가리킬 때는 귀걸이만 올바른 표현이며, 귀고리는 사용할 수 없다. 예를 들면
"날씨가 너무 추워서 털로 된 귀걸이(귀마개)를 하고 나갔다." (O)
"날씨가 너무 추워서 털로 된 귀고리를 하고 나갔다." (X)
그러니 귀고리는 귀에 다는 장신구만 뜻하고, 귀걸이는 귀에 다는 장신구와 귀를 덮어 따뜻하게 하는 귀마개 모두를 뜻한다. 따라서 귀에 차는 보석이나 장신구를 말할 때는 두 단어 중 아무거나 사용해도 무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