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가려면 우리 식구들은 미리미리 준비를 많이 한다.
그곳에 어떤 곳을 둘러 볼 것이며
어느 음식점을 가서 무엇을 먹을 것이며 등등...
일정을 빼곡이 노트에 적어 간다.
이번 제주도 여행은 큰딸이 미리 준비를 하고
콘도를 예약하고 모든 일정을 계획하는 일까지 다 도맡았다.
청주 공항에서 제주도행 비행기표를 구하는 일도 만만치 않아
한 달 전에 예매를 해두었고 제주도에서 사용 할 자동차도
그리 비싸지 않은 가격에 미리 예약을 해두었다.
사오년 전 여름에 남편의 세미나 때문에 따라간 일이 있고
오랜만이라 기대가 컸었다.
귤꽃 향기를 맡으러 가는 일이 첫번째 이유였기에
공항에 내리면서 코를 벌름거리며 냄새를 맡았지만
전혀 향기를 느낄 수 없었다.
렌트한 자동차는 이제 새로 뽑은 차여서 어찌나 조용하고 잘 나가는지
48시간 동안 제주도를 헤집고 다녀서 400킬로미터 이상을
운행을 했다.
서귀포에도 아직 귤꽃이 덜 피어서 결국 감귤박물관으로 가서
그 향기를 맡을 수 있었고 마침 어느 향토작가의 서각전이 열려
그런데로 작품도 둘러보고...내친 김에 이중섭 박물관엔 가보지 않은 곳이라
그곳도 잠시 가보았는데 그의 작품이 걸려 있었지만
어쩐지 어두컴컴한 듯...빛을 발하지 못한 것 같았고,외양은 그럴싸한데 직원의 태도나
관리가 너무 허술하여 실망을 하고....바로 아래에 이중섭이 일본인 아내와 아들과
일년 정도 살았다는 초가집도 없는 것만 못한 것 같고...
그래도 도민 체육대회라고 도민운동장쯤에선지
한낮에도 축포가 여러번 터지는데 내 속이 더 터졌다.ㅎㅎ
성게미역국과 갈치국 그리고 옥돔미역국을 먹은
유리네 식당은 새로 건축을 하였고,
그때나 지금이나 손님이 바글거려 돈을 긁어 모으고.
고등어 조림과 성게물회를 먹은 항구에 있는 물항식당도
돈을 많이 벌어 주인장 신수가 훤하고 건물도 새로 들어서고,
예전에 갔을 때 갈치국을 맛있게 먹었던 도라지 식당엔
8시부터 식사를 할 수 있다는 정보를 믿고
아침을 먹으러 갔더니 9시가 되어야 한다기에 돌아서서 나와
유리네를 두 번이나 갔었고...
점심에 들른 그 이름난 三代식당에서 먹어 본 고기국수와 멸치국수
그리고 돔베고기......도마 위에 돼지고기 수육을 나란히 썰어 내 온 것이
돔배고기라는데 2만원을 하여 세어보니
한 잎에 들어가는 크기의 고기 한 점이 천원꼴이었다.
고기 국수는 방송에서도 여러번 보았던 곳인데 돼지고기를 삶은 물에
수육 몇 점과 국수가 나온다. 큰 아이는 고기 국수를 시켰다가 앞으로
다시는 먹지 않을 것 같단다.
나중에 렌트카 회사 직원이 공항을 바래다 주며 이야기 하는데
토박이인 자기가 생각하기에 제주도 하면 뭐니뭐니 해도 몸국을
제일로 꼽는다고 하였다. 돼지고기를 푹 삶은 국물에 톳을 썰어 넣은 것이
몸국인데 보기엔 조금 흉해 보여도 중독성이 있는지 ....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면 먹고 싶어진단다.
남편이 그걸 먹어보겠다고 했었는데 내가 말렸었던 생각에
웃음이 났다...비위가 약한 사람은 절대 먹지 못 할 것이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것은 비양도에서 먹었던 보말죽이 새로웠는데,
파리가 어찌 많은지 그 파리를 잡으려고 매달아 놓은
끈끈이가 몇 개나 있는, 허름한 식당의 아주머니께서
미리 주문을 하고 산 정상을 올라갔다 내려오라기에
천천히 산을 올랐다 내려오니 ...친구분하고 알아 들을 수 없는 제주도 방언으로
이야기를 하시며 시간 맞춰 막 끓여주는 보말죽은 어찌나 맛이 있는지...
전복죽 보다 훨씬 맛이 있는 8천원짜리 보말죽을
한대접씩 퍼다 주는 많은 양도 세식구가 싹싹 다 먹었다.
노인회관에서 빌려주는 자전거를 타고 둘러볼까 하다가
배가 들어오는 시간이 아직 멀어 섬 둘레 트레킹 코스로 한바퀴 돌아보니
어찌나 경관이 아름답던지....이틑날 본 마라도 보다 아기자기하고 ,
처음 보는 식물들이 갖가지 꽃들을 피어 손님을 기다리는 듯...
영화 봄날의 촬영지라는 기념탑 앞에서도 사진 몇 장을 찍었다.
아침 일찍 나서 유람선을 타고 가파도를 바라보며 지나쳐서
말로만 듣던 마라도에 내리니 주민들은 손님 맞이에 혈안이 된 듯
섬 일주를 하기 위해 붕붕거리며 전동차들이 달려와서
일인당 삼천원을 받고 호객행위를 한다.
전교생이 3명이라는 조그만 학교는 정말 아름다웠는데
학교 지붕 보다 더 높은 자장면 광고가 눈에 거슬렸다.
나래비를 선 횟집들과 4개나 된다는 자장면집..
5천원짜리 짜장면과 2만원짜리 모듬회는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장삿속이 보이고......거기도 이제 엘지25시 편의점이 들어서고
이창명이 짜장면 시키신 분~~하며 광고한 덕분에
서로 자기네가 원조라는 간판을 건 자장면집들...
마라도 하면 짜장면이 당연시 되어서 유람선이나 정기여객선을 타고
섬에 발을 딛는 사람들마다 당연히 자장면 한 그릇씩 후딱 먹고 가니
가게 문밖에서 소리를 지르며 서로 자기집으로 들어오란다.
아예 비치바라솔을 피고 장사하기가 바쁘다.
하루는 비양도 하루는 마라도...
오고가는 바닷물은 카프리해변의 물빛만큼 맑았지만
이젠 제주도를 다시 가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을 것 같은 예감..
실망감은 참 쉽게 찾아왔지만
그래도 아이가 시집을 가고 나면 이런 시간도 그리 쉬울 것 같지 않아
사진만 많이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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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망
瑞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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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5.06 10:22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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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그래도 아름다운 여행이었네요. 전교생이 3명인 학교...그런곳에서 근무하는 선생님은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렇더군요. 여행은 기대를 크게 가져서도 안 되는듯.....아쉬움은 행동의 자제를 만족을 마음의 행복으로 여기는 여행을 하고 싶습니다.
5월의 첫 연휴 잘 보내셨습니다. 더욱 행복한 일상 되세요. 서향님~~ ^_~*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와 좋은여행 하셨네요...저도 아이와여행하고싶은데...아직 시간이 없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