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구식 '레오파드 1' 전차(탱크) 178대의 우크라이나 제공을 승인했다. 러시아는 주러 미국 대사관에 내정 간섭을 중단하라는 서한을 보냈다. 스칸디나비아 국가(북유럽)들과 안 이달고 파리 시장은 러시아 선수들의 2024 파리 올림픽 출전을 반대했다.
독일 주간지 슈피겔:독일정부, 레오파드1 탱크 178대의 우크라이나 제공을 허가/젠(dzen.ru) 노보스티 캡처
러-우크라 언론에서 오늘의 이슈를 찾아내 정리하는 우크라 이슈진단-7일자/편집자
◇ 다시 불거진 남북한식 우크라이나 종전 시나리오
'우크라이나군 방공미사일의 아파트 추락' 발언으로 지난 1월 대통령실 고문에서 물러난 알렉세이 아레스토비치가 또 큰 파문이 예상되는 '종전 시나리오'를 내놨다. 그는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와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가 돈바스 지역(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 일부를 러시아에 내주고, 남부지역(자포로제주와 헤르손주)의 러시아 방어선을 돌파할 경우, 유리한 위치에서 평화협상을 이끌어갈 수 있다"며 동서분단을 용인하는 '한국전쟁' 방식의 종전을 전망했다.
아레스토비치 전 고문/사진출처:페이스북
아레스토비치 전 고문은 "미국 등 서방측도 돈바스를 내주고 남부지역을 얻는 영토의 맞교환을 고려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우리(우크라이나)도 더 이상 러시아군 20만명의 공격을 막기는 힘들기 때문에 돈바스 지역을 잃더라도, 남쪽(자포로제주와 헤르손주)을 차지하는 전략으로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의 평화협상에서 강력한 위치를 점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이 우크라이나가 유리한 협상 지위를 점하도록 군사지원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한다"면서 "그들(미국과 서방)은 '협상'이라는 단어를 늘 빠뜨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협상이 '한국(전쟁) 시나리오'(корейскоe сценарий)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스트라나.ua는 '한국 시나리오'를 최전선을 따라 휴전하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새로운 국경이 그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헤르손시 수복후 헤르손에 진입한 우크라이나군 탱크들/사진출처:우크라 대통령실
아레스토비치 전 고문은 "이 전쟁의 탈출구는 헤르손시(市) 수복에 성공한 3개월 전과는 전혀 다를 수 있다"며 "미국이 무기 제공을 지연하기 때문이 아니라, 우크라이나가 반격에 성공하려면 잘 훈련된 40만명의 병력이 필요한데, 우리에게는 그게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에게 나토 제공 무기를 갖고 영토 해방에 나설 만한 병력이 있느냐? 아니다. 내년에는? 안된다. 군사훈련장 등 우리는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서방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남북한식 (분단) 시나리오다. 안전을 보장받는 '또 다른 한국'(한국식 우크라이나)을 세우는 것"이라며 "그렇게 하면 우크라이나도 보너스를 적잖게 얻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나는 러시아측이 기대하고 있는 이것을 말하기로 결정했다"면서 "그러나 정말 기분이 나쁜 것은 우리가 (러시아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서방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최대 격전지 바흐무트/알자지라 방송 영상캡처
그의 발언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서 약간 다른 반응이 나왔다. 우크라이나 안보회의 서기(장관급) 알렉세이 다닐로프는 한국식 시나리오 가능성을 일축하면서 "우크라이나는 한국이 아니다. 외부의 강요도 없다"고 반박했다. 또 "러시아가 서방과 브라질을 포함한 다양한 국가를 통해 '한국 시나리오'를 적극 홍보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지난달 8일에도 "우리는 현재 한국식 시나리오를 제안받고 있다"며 "(남북한을 갈라놓은) '38도선'(휴전선)으로 전쟁을 끝내려 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전 대통령)은 "키예프(키이우)의 승리라는 게 기껏해야 (영토)를 나누는 것"이라면서 "그러나 이는 현실 인식을 향한 첫 단계"라고 반응했다.
아레스토비치 전 고문의 발언이 알려진 뒤 안드레이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실장은 "우크라이나의 임무는 동부지역에서 러시아의 이빨을 부러뜨리고, 강력한 제재로 러시아 경제를 파괴하며, 군사적 수단으로 1991년 국경을 탈환한 뒤 범죄자를 처벌하고, 러시아를 고립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아레스토비치 전고문도 SNS를 통해 "한국식 시나리오는 가능성 중 하나일 뿐이며, 이를 막기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한발 물러섰다.
러시아 본토와 크림반도를 이어주는 크림대교 모습/현지 TV 영상 캡처
하지만, 스트라나.ua는 "아레스토비치 전 고문의 발언은 돈바스에서 후퇴하되, 남부 전선을 돌파한 뒤 평화협상이든, 크림반도 공격이든, 선택할 수 있는 일종의 군사외교 전략처럼 보인다"며 "아레스토비치 본인의 구상인지, 우크라이나 당국이 공유하는 것인지 확실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 매체는 "우리는(스트라나.ua) 이전에도 이와 비슷한 군사작전을 제시한 바 있다"며 구체적인 작전 계획을 설명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군이 현재 대치중인 남부 전선을 돌파해 러시아가 본토에서 크림반도로 통하는 육로(자포로제주와 헤르손주 일부)를 장악하면, 서방측이 제공하는 미사일로 크림대교를 폭파해 크림반도를 고립시킨 뒤 지상공격을 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 경우, 미국 등이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우려해 키예프에게 협상하도록 강요할 수도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시나리오는 우크라이나군이 기대대로 남부 전선을 돌파하지 못할 경우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을 격퇴하거나, 오히려 반격을 가하고, 우크라이나군이 남부 전선에 병력을 집결하지 못하도록 다른 전선에 공세를 강화할 수도 있다. 우크라이나와 서방측은 어쩔 수 없이 전략(작전)을 변경해야 하고, 양측간에 끝없는 소모전이 계속될 수 있다. 이 때도 최전선이 휴전선으로 변하는 '한국식 시나리오'가 이론적으로 가능하다.
문제는 이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는지 여부다. 스트라나.ua는 "우크라이나와 서방의 많은 사람들은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러나 크렘린에 가까운 (텔레그램) 채널은 다른 의견을 갖고 있으며 '전쟁 승리'에 대해 쓰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서방과 우크라이나가 '한국 시나리오'에 정말로 동의한다면, 모스크바의 입장은 객관적인 요인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바로 (전쟁을 계속할 수 있는) 사회군사적 능력과 서방의 제재를 극복할 수 있는 경제력에 달려있다고 것이다.
징집을 피해 해외로 탈출하려다 붙잡힌 우크라이나 남성들/현지 매체 영상 캡처
- 우크라이나가 병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 지역에서 강제 징집에 나선 가운데, 국경 수비대는 동원령을 피해 루마니아로 탈출하려던 남성 일행을 체포, 구금했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동원 대상자들도 최전선으로 끌려가지 않기 위해 큰 돈을 주고 서방으로 탈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우크라이나 정부는 자포로제주와 헤르손주, 드네프로페트로프스크주의 새 주지사로 우크라이나 국가정보국(SBU) 출신 인사들을 지명했다. 이들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또 우크라이나 의회(최고 라다)는 헬기 추락 사고로 사망한 내무장관의 후임자와 SBU 새 국장을 승인했다.
- 러시아의 민간 용병그룹 '와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공중전' 결투를 신청했다. 조종사 복장의 프리고진이 수호이(Su)-24 전투기 조종석에 앉아 활주로를 이동하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에서 "바흐무트를 폭격하고 돌아왔다. 내일은 미그(MiG)-29 전투기를 타려고 한다"며 "만일 당신이 원한다면 하늘에서 만나자"고 공중전을 제안했다. 그러면서 "당신이 이기면 바흐무트를 차지하고, 그러지 못하면 (우리 군대가) 드네프르(강)까지 진격하는 걸로 하자"는 황당한 조건을 제시하기도 했다.
독일 레오파드 2 탱크/출처:oruzhie.info
- 레오파드 전차 제작사인 라인메달(Rheinmetall)은 우크라이나에 올해 20~25대의 레오파드1 을 2024년에는 또 다른 88대의 차량을 인도할 예정이라고 이 회사 CEO가 밝혔다.
- 러시아가 최근 부임한 주러시아 미국 대사에 가짜뉴스로 간주하는 메시지 유포를 중단하라고 경고했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달 모스크바에 부임한 린 트레이시 주러 미국 대사에게 추방 가능성까지 거론하면서 이같이 요구했다. 러시아 측은 그러나 '가짜뉴스'로 여겨지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으나, 내정간섭을 중단하라는 서한을 주러 미대사관에 보냈다.
- 러시아 정부가 전국에 있는 공습 대피용 방공호의 개보수를 지시했다. 영자지 모스코타임스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러시아 본토가 공습당할 우려가 커짐에 따라 최근 정부가 대피처와 방공호 등에 대한 점검과 보수를 명령했다. 러시아의 공습 대피시설은 냉전시절 마련된 뒤 수십 년 동안 구시대 유물처럼 방치돼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