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가 죽으면 세상에 가죽을 남기고 사람이 죽으면 그 이름을 남긴다고 했다. 통상 인간은 자신의 생업에 종사하다가 죽음을 맞이하면 문중의 족보에 이름과 더불어 생(生)과 죽음(卒)의 기록만 남기고 떠나는 게 전부이었다.
대개의 사람이 죽고 나면 "현고학생부군 신위(顯考學生府君 神位)"라 팔(八)자의 지방(紙榜)을 써놓고 그 후손이 제사를 지내며 추모의 대상이 되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팔자를 고치고 싶다고 말하였다. 지방(紙榜) 글에서 학생(學生)이라는 의미는 정부에 관리로 출사도 못 하고 이냥 저냥 살다가 세상을 하직하였음을 고하는 것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자신이 사는 동안 이 팔(八)자를 고치려 노력해보지만 대부분 죽을 때는 자신의 족보에 이름만 남기면서 제사용 지방에는 이름조차 없이 팔(八)자만 덩그라니 올리는 셈이다. 요즘은 사람들이 집에 족보도 잘 간직 안 하고 제사 풍습도 서서히 사라지는 사회적 분위기다 보니 그가 살았던 흔적은 오로지 비석에 이름과 더불어 태어난 시기(生)와 죽(卒)는 사망일만 기록될 뿐 그의 삶의 기록은 이 세상에서 온전히 지워지는 분위기이다.
그나마 여성인 경우는 족보에서도 그녀의 이름은 기록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지아비 성명을 원용하여 지아비의 본관 성씨와 더불어 자식들 이름만 족보에 오를 뿐이었다. 요즘에는 그녀의 이름과 생년월일, 지아비, 자식들까지 족보에 올리는 경우가 많아졌으니 그나마 만시지탄을 느끼게 한다.
천만다행인 것은 우리 같이 글을 쓰는 작가에게는 나의 삶의 흔적을 자신이 저술한 책을 통해 자신의 삶을 글로 이 세상에 남겨 놓을 기회가 주어진다는 분명한 사실이다. 내가 발간한 책들이 정부의 중앙국립도서관 서지(書誌)유통지원 시스템에 납본되어 내가 죽은 이후에도 나의 삶의 기록이 중앙국립도서관에서 온전히 영원토록 보관 및 관리를 해 준다는 사실이다.
필자의 경우 19권의 책 발간 중 '아내의 손수건', '논가는 소가 밭은 못갈까', '세상을 사노라면', 등 총 5권이 중앙국립도서관에 납본이 되어 온전히 관리 중에 있다. 이 얼마나 팔자를 넘어 다행스럽고 대견한 일인가.
그리고 비록 나에게 부차적인 일로 내 삶의 흔적이 비록 나중에 지워질 수도 있겠지만 내가 졸업한 초등학교에 1절의 교가에 이어 내가 2절을 헌사한 일이다. 후대에 내가 졸업한 초등학교가 영원히 사라진다 하여도 혹여 국가 교육부에 내가 작성한 초등학교 교가가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가냘픈 희망이 있다.
또 하나로는 현재 내가 왕성하게 활동 중인 네이버 지식인에서 내가 2020년 초부터 왕성하게 활동을 하여 무려 3년여 동안 부천시 소재 라이프지역아동센터에 230여만 원을 기부했으며 앞으로도 이 기부가 계속 이어질 전망이라는 사실이다. 이런 네이버 지식인 기부가 어렵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지만 사용하고 있는 컴퓨터 네이버 카페에 글 하나 올려놓고 이를 매일 수정하기만 해도 100 원이라는 기부 콩이 생기고 저신의 네이버 블로그에 매일 글 하나를 올려도 매일 콩 하나가 생기니 누구나 매일 200 원씩을 벌 수가 있다. 이도 1개월을 계속하게 되면 매월 6,000원씩 기부가 가능한 셈이다.
며칠 전 필자가 인지하기로 네이버 지식인재단에서 수호신 등급의 아이디 '녹야(綠野)'란 한 노인이 사망에 대해 네이버에서 대대적으로 인터넷 추모를 해 준 사실을 기억하고 있다. 나도 금년 안에 수호신 등급(네이버 지식인 최고위 절대신 바로 아래 등급)에 오를 전망이며 그럼 나도 후에 죽음을 맞이할 때 네이버 지식인들의 추모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소박한 생각을 갖게 되었다.
비록 내 기부 금액이 크지는 않지만 어렵사리 100 원짜리 해피빈(기부용 콩) 23,000여 개를 한땀 한땀의 정성으로 모아 이를 전부 기부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식인 활동 뿐이 아니라 네이버 블로그 및 카페에 꾸준히 글을 올려 모은 이 푼돈도 긁어 모아 이 기부에 십시일반으로 보태었다.
물론 네이버 회사가 사라지면 내가 네이버에서 활동했던 내 흔적도 모두 지워질 수 있겠지만 아마도 나의 활동 기록은 영원히 존재하지 않을까 하는 전망이다.
이 세상에서 사는 동안 나의 존재를 알리는 것은 내 이름과 더불어 후대에 나의 삶의 흔적을 기록으로 남겨 놓는 일이다. 내 이름을 남기는 일은 결과적으로 내가 살았던 시간과 공간이 지워지지 않는 삶의 기록으로 각인시켜 놓는 일이리라.
한 사람이 죽으면 도서관 하나 정도의 정보가 완전히 사라진다는데 평범한 진리를 잊지 않고 내 삶의 기록을 내 이름으로 솔직하게 이 세상에 남기는 일에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다.
2023년이 부천시 시승격 5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부천 작가들 모두 글을 내라 하여 제가 헌사한 글입니다. 제 글은 '복사골 그늘 아래서' 총 636페이지 중 405페이지에 수록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