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7일은 제헌절입니다. 대한민국 제헌국회가 헌법을 만들어 공포한 날입니다. 그 대한민국 헌법이 지금 어떻게 흘러가는지 암담합니다.
거야(巨野)의 힘자랑이 헌법·국회법 취지와 민주주의 일반 원칙까지 저버릴 정도로 전방위 확산하고 있나 봅니다.
청문회를 빌미로 김건희 여사 모녀를 비롯해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핵심 참모에 이어 이원석 검찰총장까지 증인 출석을 요청했습니다. 오는 19일과 26일 열릴 예정인 ‘탄핵소추안 발의를 요구하는 국민동의 청원’ 관련 청문회에는 증인(45명)과 참고인(7명) 등 52명을 부르기로 의결했습니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도 전례와 달리 24·25일 이틀 실시하고, 증인 26명과 유명 연예인·문화예술인 등 참고인 40명을 대거 채택했습니다.
자질 검증은 뒷전이고, 망신주기와 인민재판 행태가 앞서는 엉터리 청문회 예고나 다름없을 겁니다.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는 파면할 정도로 중대한 ‘직무집행에 있어서의 헌법·법률 위배’(헌법 제65조)가 있어야 가능합니다. 단지 청원을 이유로 탄핵소추 같은 중대한 사안에 대해 법제사법위원회 차원에서 청문회를 연다는 발상도 놀랍지만, 청원 내용도 헌법 취지와 거리가 너무 먼 것 같습니다.
청문회 근거부터 요지경인데, 검찰총장을 부르는 것은 더욱 문제입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수사 공정성을 위해 검찰총장이 국정감사 이외에 국회에 출석하지 않는 것이 관례입니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의 야당 의원들이 이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설운도·정우성 등 유명 연예인과 봉준호·박찬욱 등 영화감독을 대거 참고인으로 부른 것은 갑질 코미디라는 얘기를 듣습니다.
야당은 청문회에 불응하면 강제구인이나 고발 등의 조치를 위협한다. 그러나 엉터리 청문회에 출석해야 할 의무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지지세가 지난 13일 피격 사건 이후 급등하는 건 놀랍지 않다.
피 흐르는 얼굴로 군중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며 연신 “싸우자(Fight)!”를 외친 그는 총격 후 불과 2분 사이 ‘증오 정치의 화신’ ‘민주주의 파괴자’에서 ‘저항의 아이콘’이 됐으니 말이다.
분노의 언어로 가득했던 전당대회 연설문을 찢어버리고 통합의 메시지를 전하겠다는 전략 변경도 예상대로다. 대세를 잡았다는 자신감의 다른 표현일 것이다.
그런 기조는 언제 또 뒤집힐지 모른다. 유불리에 따라 말을 바꾸는 ‘거래의 기술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헌법 유린 논란이 현재진행형이다. 연방대법원이 트럼프의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에 면책을 결정한 다음 날, 뉴욕타임스는 ‘중범죄자가 대통령 집무실에서 미국의 시스템을 시험할 것이다’라는 분석 기사를 실었다.
‘미국인들이 생각했던 모든 규칙은 트럼프에 의해 다시 쓰이고 있다. 헌법 제정자들이 견제와 균형을 세우기 위해 노력했지만, 미국 시스템은 불안정한 것으로 판명됐다’고 했다. ‘유죄 평결이 내려진 범죄자가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 250년 이어진 미국 민주주의를 뒤집고 있다’고 개탄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써가는 헌정사 신기록 행진도 1987년 민주화 헌법 설계자들이 상상조차 못 했던 일들이다.
지난 제21대 국회의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소추, 국무총리 해임건의안, 판사·검사 탄핵소추, 모두 첫 사례였다. 22대 들어 이재명 전 대표 연루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 3명 등 4명의 검사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했다. 그 사건 변호인들이 국회의원이 되고, 그들로 하여금 수사검사들을 청문회에 불러내 추궁하게 하려는 사례 역시 과거에 없던 일이다.
탄핵안을 72시간 내 본회의에서 처리하지 않고 법제사법위로 넘겨 청문회를 열겠다는 수작을 부린 것까지 처음이다. ‘대통령 탄핵소추 발의 요청’ 국민청원을 놓고도, 사문화한 청문회를 처음 개최하는 계교를 부렸다. 청원 제외 대상을 폭넓게 규정한 청문법을 배제하고, 재판 중인 사안만 예외로 둔 국회법을 준용하겠다는 꼼수도 처음 등장했다.
심지어 대통령이 채상병특검법에 대해 재의를 요구(헌법)하는 거부권을 행사하자 “대통령 본인이 수사 대상이어서 이해충돌방지법에 따라 거부권이 제한돼야 한다”고 했다.
헌법-특별법(특례법)-일반법 순의 상하위 법체계는 애초 이들의 관심사가 아니다. 억지로라도 다수가 밀면 정답이 된다는 게 민주당에선 상식이다. 입맛대로 해석하고, 편의적으로 활용하며, 대중 선동 도구화하는 것. 오독(誤讀), 오용(誤用), 남용(濫用)이 민주당의 ‘헌법 사용법’이다.
이 전 대표도 지난 1월 테러를 당한 뒤 통합을 얘기했다. 하지만 증오의 정치를 멈추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발의한 탄핵안이 11건, 본회의 보고 전 사퇴 사례까지 합치면 13건. 국회에 탄핵소추권을 부여한 헌법 제65조는 너덜너덜해졌다.
국정 실수가 적지 않고 지지도가 낮다고는 하나, 헌정 질서가 무슨 대수냐는 듯이 반(反)윤석열 전선을 몰아붙인 결과다.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독식한 게 일사천리 탄핵 몰이를 위한 것이었음도 명확해졌다.
마지막 기록 도전이 남았다. 헌정사상 첫 확정 판결 전 ‘중범죄 피고인 대통령 후보’다. 4개 재판 중에 어느 것이든 차기 대선(2027년 3월 3일) 전에 최종심이 열려 피선거권이 제한되는 유죄 판결이 나오면 목표 달성은 물 건너간다.
그러니 장애물은 모두 제거해야 한다. 못 할 게 없다. 이재명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재판 지연을 위해 필요하다면 판사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켜 직무를 정지시키면 된다. 판검사가 불리하게 법을 적용할 것에 대비해 ‘법 왜곡죄’도 만들자. 언론은 수백 배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겁박해 입을 막으면 된다.
김건희특검법을 밀어붙여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직행하고, 대통령 임기 단축 개헌 카드를 꺼내 들 수도 있다. 혹여 ‘대통령 불소추 특권’(헌법 제84조) 논란이 벌어져도,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재판정에 세울 수는 없다’는 대중이 막아 줄 것이다. 이보다 완벽한 대권 가도 시나리오는 없다.
‘이재명 유일 체제를 받들어 권력을 쟁취하는 것만이 지상 과제’라는 망령에 사로잡힌, 헌법 농단 풍경이다.>문화일보. 오승훈 논설위원
출처 : 문화일보. 오피니언 [오승훈의 시론], 민주당의 ‘헌법 농단’ 신기록 행진
22대 국회는 개원식조차 못 치렀습니다. 특검과 탄핵을 둘러싼 여야 대치 때문일 겁니다.
야당은 ‘채상병특검법’ 추진과 이재명 전 대표 수사 검사 3명 등 4명에 대한 탄핵 소추에 이어 제3탄으로 대통령 탄핵 청문회 추진으로 헌정 질서를 교란 중입니다.
야당 주도의 법사위는 이원석 검찰총장까지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했다는데, 수사 받는 측이 수사하는 측을 국회 권력으로 불러 신문(訊問)하겠다는 것이고, 국민동의청원만으로 탄핵 청문회를 여는 헌정 사상 최초의 해괴한 일이 국회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탄핵은 헌법이 보장하는 공직자 견제 장치입니다. 헌법재판소까지 거치는 만큼 신중을 기해야 하지만, 지금 대한민국의 탄핵은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 방탄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습니다.
청원의 탄핵 사유도 어불성설입니다. 정부가 대북 방송 재개로 전쟁 위기를 조장했다는 게 대표적 사례입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해 146만명의 탄핵 청원이 몰렸어도 당시 야당은 청문회를 꾀하지 않았습니다.
지금 대한민국과 미국에는 연금술사가 나라의 미래를 망칠 준비를 하는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 제헌절이 부끄럽습니다.
時雨